허씨 일가의 대표 경영인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여의도 LG쌍둥이 타워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허 회장은 조만간 집무실을 지금의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 30층에서 강남 타워 23층으로 옮길 예정이다.허 회장은 지난 95년 구본무 LG회장이 취임하면서 구 회장과 함께 동관 30층에 집무실을 마련했었다. 30층은 구 회장, 허 회장, 강유식 LG부회장의 사무실이 위치해 LG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져 온 곳이다. 특히 30층 집무실은 LG쌍둥이 빌딩과 함께, 60년 공동경영을 상징해온 곳이기도 하다.허 회장이 LG쌍둥이 빌딩 30층 집무실을 떠남으로써, 공동경영의 상징성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허 회장은 강남타워 23층으로 집무실을 옮겨, GS그룹 계열사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된다.LG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떠나더라도 30층 구본무 회장 집무실 등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며 “허 회장이 떠난 집무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양재동 본사 사옥외에 강남 역삼동 랜드마크타워 빌딩에 따로 집무실을 마련, 화제가 되고 있다.이 건물은 계동, 양재동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3번째 사옥. 건물에는 현대하이스코, INI스틸의 한보철강 인수 추진팀 등 현대차 계열 철강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이와 함께 엠코, 다이모스, 위아 등 자동차관련 계열사들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그런데, 현대가(家)의 상징이자 현대·기아차 영업부서와 로템 등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계동 사옥에도 없는 정 회장 집무실이 강남 랜드마크타워 빌딩에 마련됐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를 두고 재계에서 “정 회장이 본격적으로 철강분야에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와 철강을 양대 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려는 것일 뿐이며 정 회장의 집무실도 일을 하기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현대가(家)의 또 한 사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최근 집무실을 옮기고 의욕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현 회장은 지난 4월 집무실을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서울사무소에서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으로 옮겼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은 올해 초부터 계동사옥의 경영전략팀(옛 구조조정본부)과 홍보팀 등 핵심부서를 현 회장 집무실이 있는 현대상선 건물로 옮긴 바 있다.현 회장의 현대상선으로의 집무실 이전을 두고, 재계에서는 “현 회장이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현대그룹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현 회장은 한동안 사라졌던 격주제의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영업본부장·관리본부장 회의를 부활시켰다.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 회장은 ‘대북 사업’에도 열정적이다. 실제로 현 회장은 지난 5월에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과 함께 방북, 김영남 최고인민 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만나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건설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 관계자는 “이전 현 회장의 집무실이 비좁고 주변 여건도 그리 좋지 않아 이전을 하게 된 것”이라며 “현 회장이 집무실 이전 후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는 것은 사실. 현 회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주) 회장도 최근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25층에서 34층으로 옮겼다. 이 층은 그간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이 사무실로 썼으나 지난 1월 손 회장이 구속수감되면서 비어있던 곳.대신 최 회장의 집무실이 있던 25층에는 사외이사 7명을 위한 집무실이 마련됐다. SK㈜측은 “최근 신설된 전문위원회 등과 관련해 사외이사들의 업무가 늘어나면서 수시로 경영현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집무실에 변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밖에 한화 김승연 회장도 지난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대한생명 본사인 여의도 63빌딩의 27층에도 집무실을 두고 있다. 이는 김 회장이 대생 경영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김 회장은 그간 대생을 인수, 한화증권과 함께 금융업을 그룹의 주요한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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