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부동산 경기는 98년의 분양시장과 마찬가지로 냉각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실질소득 감소, 고금리 영향 등으로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났고 주택건설 물량이 줄어들면서 부도를 면치 못하는 업체도 속출했다. 특히 분양가격 자율화조치로 차액을 노리던 투기요인까지 줄어들어 전국 미분양 가구수가 최고조에 달했다. 98년 12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0만2,701가구로 97년 8만8,867가구 보다 1만3,834가구가 늘어났고 99년 12월 말 현재 7만872가구로 다시 줄었다.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12월에는 3만8,261가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 6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만97가구로 늘어났다. 이는 98년 말 현재 10만2,700여가구에 비하면 절반수준 정도이지만 현재의 침체된 분양시장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98년 말 상황과 유사한 10만가구가 미분양 가구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IMF시기와 유사점
분양시장 사정이 위축되면서 미분양사태를 해소키 위한 건설업체의 노력도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업체의 이같은 노력은 IMF당시 업체들이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우선 미분양 세일 열풍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조건변경, 분양가 인하, 중도금의 잔금전환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고객잡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98년 7월, 신원종합개발은 공릉동에 짓고 있는 아파트 가운데 미분양된 24평형 30가구에 대해 분양가를 1,000만원 내리고 분양가의 60%를 입주 때 내도록 잔금이월을 실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슷한 시기 서해종합건설도 김포그린힐아파트가 5개월간 미계약가구로 남아있자 분양가의 20%를 인하, 재분양에 나섰다. 현재도 이와 비슷한 마케팅을 구사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대성산업과 신성건설이다. 대성산업은 지난 5월 인천 3차 동시분양에서 만수동 대성유니드가 미계약되면서 계약금을 10%에서 500만원으로 낮추고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무이자융자로 바꿔 재분양에 나서고 있다. 신성건설은 최근 양천구 신월동 신성미소지움2차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계약금 20%를 10%로 낮추고 옵션이던 발코니섀시를 무료로 설치해주기로 했다.
파산 건설사까지 발생
현재의 분양 시장과 IMF분양시장의 유사한 점은 분양계획을 뒤로 미루거나 분양을 전면 재검토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고 심지어 파산절차를 밟는 건설사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98년 당시 동아건설, 청구 등 대형건설사들의 부도사태가 잇따르면서 당초 분양 계획이 미뤄지는 사례등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중견건설업체였던 영풍산업이 파산절차를 밟으며 구리시 토평동 등 당초 계획했던 사업장의 분양이 전면취소됐다. IMF 당시 분양시장과 유사한 또 다른 점은 건설사들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점이다. 최근 공동시공을 통해 공생관계를 꾀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저밀도 재건축단지, 화성 동탄같은 유망택지지구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3차 동시분양에 공급됐던 잠실주공4단지 재건축사업장에는 삼성물산과 LG건설이, 6차 동시분양에선 잠실주공3단지를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LG건설이 컨소시엄으로 공동시공하고 있다. 동탄시범단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일부업체들도 이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98년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신당3재개발구역을 재개발한 현대건설, 동아건설, SK건설 등이 적과의 동침을 했고 2000년엔 의정부 금오지구에서 경남기업, 한진건설, 한일건설 등이 이같은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건설업체들이 이같이 공동시공에 나서는 것은 공동사업 추진시 분양계약자에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1개의 모델하우스 개장으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분양촉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것도 IMF 당시와 유사.
침체된 분양시장 재편할 수 있는 전기마련
침체된 분양시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분양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분양시장 정상화와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투기를 야기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정된 지구·지역을 현실에 맞게 해제·완화하거나 수정보완해야 하고, 실수요자들을 위한 중도금 모기지론 상품을 서둘러 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건설사들은 원가연동제나 채권입찰제가 부당하고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주장하기 전에 적정한 마진을 통해 청약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도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최정우 부동산신문 olasan@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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