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인→반박보도→재반박 소비자들 “헷갈리네”
보도→부인→반박보도→재반박 소비자들 “헷갈리네”
  • 정하성 
  • 입력 2004-11-05 09:00
  • 승인 2004.11.0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짜 유기농 녹즙’을 둘러싼 풀무원과 KBS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KBS는 최근 “비료와 농약을 써서 재배한 채소가 유기농으로 둔갑, 풀무원의 유기농 녹즙용으로 납품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남승우 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 “농약친 유기농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자체 조사한 결과 잔류농약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며 KBS측의 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KBS가 또다시 반박보도를 하고, 풀무원이 재반박하는 등 양측간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풀무원측이 KBS의 보도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등 법정공방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달 25일 KBS는 유기농·친환경 기업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식품 대기업 풀무원이 “가짜 유기농 녹즙을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KBS는 풀무원에 납품했던 한 농민의 고백을 통해 “비료와 농약을 써서 재배한 일반 신선초가 유기농 녹즙회사인 풀무원에 공급됐다”며 “가짜 유기농 채소가 진짜 유기농 신선초에 섞여 공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 사온 일반 채소를 유기농으로 재포장해 납품하기도 했다”고 KBS는 밝혔다. 이 보도가 나가자 풀무원 본사와 홈페이지에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쇄도했고, 풀무원은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지난달 28일 남승우 풀무원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 KBS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남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풀무원의 유기농 인증 제품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원료만 써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2001~2002년 연이어 유기농 원료의 공급이 부족하자 인증을 받지 않은 신선초 68t을 납품받았다”고 보도내용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풀무원과 남 사장은“당시 납품된 채소 등은 ‘전환기유기농산물’로 농약을 치지 않은 것”이라며 “또 현재 납품받은 원료는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됐다”고 주장했다.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3년 이상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데,‘전환기유기농산물’은 1년 이상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남 사장은 “이들 채소들도 비료와 농약없이 기른 것으로 유기농과 다를 바 없다”며 “당해 농가에 대해 실시한 잔류농약 검사 결과 농약이 검출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말했다.이와 함께 풀무원은 “정부의 농약검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도 재배 농지의 토양은 3개월, 재배중인 농산물은 2개월 단위로 잔류농약 검사를 해오고 있다. 따라서 농약친 유기농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풀무원의 해명에 대해 KBS는 지난달 28일, 또 다시 재반박 보도를 했다.

KBS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잔류농약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유기농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풀무원측 주장을 반박했다.이어 KBS는 “풀무원에 납품한 농가에서 케일을 재배하는 데 정기적으로 사용된 농약 중에는 DDVP라는 고독성 살충제도 포함돼 있다”며 “농약을 친 지 2주 정도 지난 케일을 수거해 그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채소는 물론 토양에서도 농약 20개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KBS는 “이것은 농약을 친 채소도 감쪽같이 유기농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KBS와 인터뷰한 김종기 과학기술분석센터 박사도 “농약의 경우에 살포 후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 검사 방법으로는 검출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KBS는 또 “풀무원은 ‘정부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은 원료는 믿고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현재 인증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조차 완벽한 유기농 인증에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 풀무원은 ‘사후 검사만으로 100%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풀무원측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연이은 보도에 풀무원도, KBS에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며 대응에 나섰다. 풀무원은 질의서를 통해 “친환경 농업 육성법과 농약 관리법을 위반하고 농약을 뿌린 한 농민의 말만 근거로 특정기업과 유기농 재배 농민을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이어 풀무원은 “KBS가 수행한 잔류 농약 검사가 시험농약의 선정단계부터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공정한 기관에서의 공동시험을 제안했다.한편, 풀무원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법적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어서, KBS와 풀무원간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