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측 관계자는 “영화제작 능력이나 배급은 우리가 CJ보다 월등히 낫다. 후발주자였지만 거의 CJ를 따라잡았다” 고 자평했다. 그러나, CJ측 입장은 다르다. “저부가가치 사업이던 영화제작 사업과 극장사업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변모시킨 주인공이 바로 CJ와 CGV극장이다. 영화 관련 사업에선 우리를 따를 자가 없다”고 CJ측 관계자는 반박했다.멀티플렉스 극장 사업에선 CJ측 주장대로 CJ의 아성에 오리온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최근 몇년간 두 회사는 극장 개관에 열을 올리며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여왔다. 극장사업에서는 CJ의 CGV가 130여개 스크린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엔 월드컵경기장과 용산에 잇따라 분점을 개설해, 오리온과의 스크린 점유율 차이를 더욱 벌리며 업계 1위를 굳히고 있다. 오리온도 메가박스라는 브랜드로 80개 상영관을 운영하며 뒤늦게 극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메가박스는 CGV보다 2년 늦은 2000년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첫 메가박스를 개관하고 잇따라 분점을 오픈하면서 CGV 따라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대로 영화 제작·배급 등 마케팅 관련 산업에선 오리온이 CJ를 따라잡은 형국이다. 2000년 세워진 CJ엔터테인먼트는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등 매년 흥행 작품들을 쏟아내며 국내 최대 영화 배급사로 등극했지만, 2002년 뒤늦게 제작사인 쇼박스를 세우고 나선 오리온은 ‘태극기 휘날리며’ 의 흥행대박을 통해 현재는 CJ를 거의 다 따라잡은 상태다. 상영관 수에서 뒤진 오리온이 영화 제작·배급 사업을 통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양사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그에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CJ와 오리온 양사는 자사가 제작하거나 배급한 영화만 자사의 상영관에서 독점적으로 상영해 중소 제작사의 영화는 극장 한 관도 확보하기 어려운 것. 따라서 메이저 배급사이면서 극장주인 CJ나 오리온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상영관에 영화를 걸지 못하거나 불공정한 거래를 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배급수입과 상영수입을 거두지 못해 도산하는 중소 업체들도 크게 증가했다.모 제작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한국영화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충무로 토종 영화 자본을 잠식하고 있다” 고 지적한 뒤 “대기업간의 땅따먹기 경쟁으로 중소 영화사들만 설 자리가 없어졌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영화산업은 대기업에 의해 완전 장악될 것” 이라며 현실을 개탄했다.
김재윤 yoonihoora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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