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서 대출금 공제는 위법”
“퇴직금서 대출금 공제는 위법”
  • 김영민 
  • 입력 2004-12-03 09:00
  • 승인 2004.12.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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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은 지난 98년 1,700명의 정리해고자들에 대해 대출금을 퇴직금으로 상계처리하면서 위법행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삼성생명 내부문건인 퇴직시 제반처리내용.삼성생명은 지난 98년 경영상의 이유로 1,7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구조조정 대상자의 퇴직금에 대한 부당 상계처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당시 퇴직자 대부분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퇴직금은 재직 당시의 대출금으로 상계처리된 것. 하지만 대출금의 대부분은 30년 이상 장기 상환을 조건으로 하는 보증보험 대출 형태였지만 삼성측이 이러한 대출금을 퇴직금 및 위로금에서 공제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후 퇴직자들은 개별적으로 해고무효, 부당 상계처리 등을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벌였지만 현재 대부분 항의 자체를 포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단 한명만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는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당시 삼성생명 대구지역본부 영업팀 차장이었던 윤모(46)씨를 만나 공소시효를 6개월 남겨둔 삼성생명의 부당 상계처리 문제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삼성생명이 지난 98년 경영상의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1,7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하지만 구조조정 2개월 후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 등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과 신임사원을 포함해 총 1,600명을 채용했다. 또한 구조조정을 단행한지 몇 개월 후인 99년 초에는 약 1,000억원 가량의 흑자를 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10년 이상 삼성생명에 몸을 바친 직원들만 억울하게 구조조정을 당한 셈이다.”삼성생명을 상대로 4년째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윤씨는 재판부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까지 항소하면서 삼성의 위법행위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98년 5월(500명)과 10월(1,200명) 두 차례에 걸쳐 총 1,700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이유는 회사가 3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인원감축이 요구됐기 때문.삼성생명은 당시 희망퇴직 설명회를 실시하고 장기근속자와 여성 직원들을 위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2개월 후부터 약 4개월간에 걸쳐 삼성자동차 직원을 비롯해 계열사 직원과 신입사원 등 총 1,600명을 채용했다.윤씨는 “구조조정 2개월 후 대규모 채용을 했다는 것은 당시 구조조정의 목적이 위기를 맞고 있던 삼성자동차의 인력을 흡수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자동차 등의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퇴직금 지급이 문제가 되자 대출금으로 상계처리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당연히 대출금으로 상계처리해야 하는줄 알고 퇴직 확인서에 서명했지만 나중에 이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문제 제기를 했다”고 덧붙였다.이러한 삼성생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적극 추진한 삼성자동차가 위기를 맞으면서 삼성자동차 인력을 삼성생명으로 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것.또 삼성생명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당시 외환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약 1,00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대출금과 위로금으로 상계처리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하지만 퇴직금 상계처리가 위법인 사실을 알고도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퇴직과 관련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확인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항의를 하지 못하고 퇴직을 받아들였다.

윤씨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명백하게 퇴직금은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삼성측이 일방적으로 보증보험 대출로 받은 대출금을 퇴직금으로 상환하는 것은 부당한 처리”라며 “거의 모든 퇴직자들이 4,000~5,000만원 정도 대출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을 상계처리하면 약 700억원을 유용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기 위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근로기준법 제 28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전차금 기타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과 임금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고, 42조 1항에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윤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앞으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했기 때문에 기각 판정을 받았다.하지만 윤씨는 지난 11월 26일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고 본격 항소에 나섰다.

상고이유서에서 윤씨는 “임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해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며 “부제소특약을 서명한 것은 자유로운 의사가 아니었고 삼성측이 사전에 상계처리를 일방적으로 실시한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부제소특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이 있어 최근 판례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삼성생명측은 “당시의 구조조정은 타당했다. 외환위기 상황이어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고용문제도 순간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구조조정 이후 1,600명을 새로 채용했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삼성생명측은 또 “퇴직금 상계처리는 본인의 희망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퇴직금을 지급한 후 대출금 상환을 위해 돌려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삼성생명 직원 윤모씨 “단체소송으로 확대 추진 예정”

윤씨는 삼성생명의 부당 상계처리에 대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지만 근로기준법에 의거 위법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개인 소송에서 단체 소송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윤씨는 “당시 퇴직자 1,700명 가운데 대부분이 근로기준법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사법개혁국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단체 소송 및 고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자 대부분이 해고무효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각하로 포기했지만 부당 상계처리 문제는 공소시효가 6개월 정도 남은 만큼 적극적으로 소송을 벌이겠다는 것.현재 윤씨 이외에 당시 퇴직자 10여명이 모두 단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윤씨는 또 삼성생명이 대출금 상계처리에 이어 대출잔여금도 기존 금리보다 2배 이상 높여 대출금 상환을 강요했다고 비난했다.당시 삼성생명이 만든 ‘퇴직시 제반 처리내용’에 따르면 보증보험 대출의 경우 금리가 연 13%였지만 퇴직 후 대출잔여금에 대한 금리는 25%까지 끌어올렸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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