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약발’ 받았네
경영권 분쟁 ‘약발’ 받았네
  • 김영민 
  • 입력 2004-12-13 09:00
  • 승인 2004.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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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과 SK(주)의 경영권 분쟁이 내년 주총에서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SK(주)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최태원 회장 측근들이 내년 주총을 대비, 주식매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주총을 앞두고 주식 매입에 나섰던 SK(주)는 소버린측과의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주식매입에 나섰다는 것.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SK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고배당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대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상황에 대해 SK(주) 주가를 부풀린 이후 주식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버린의 숨은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SK(주)의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급상승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몸사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내년 주총에서 최 회장이 이사직 박탈과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유지분과 우호지분을 현재 21% 보다 약 15% 정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최 회장은 최근 측근을 동원,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최 회장 측근들은 SK(주) 우호지분 확대와 더불어 주요 주주들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고배당’을 미끼로 ‘주주 추스르기’에 나섰다.이러한 주식 매입과 고배당에 대한 기대심리로 SK(주)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밖에 SK의 경영권 방어 노력은 사내유보율 증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SK의 경우 자본금 대비 회사 잉여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사내유보율이 지난해에 비해 158% 증가한 1,124%를 기록했다.SK(주) 관계자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고배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실적이 좋아지고 있고 외부적으로 고배당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어 내년 주총에서 사실상 고배당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사내유보율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최 회장을 비롯한 측근들이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SK(주)의 주요 주주들도 SK(주)의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보이고 있다.최근 팬택&큐리텔이 SK(주)의 주식 1,000억원 어치를 매입키로 결정하면서 ‘SK의 수호천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에도 SK(주)의 주식 1% 가량을 매입했던 팬택&큐리텔은 올해에도 약 1.12%의 주식을 매입키로 하면서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SK의 구세주’로 떠올랐다.재계에서는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큐리텔이 서비스 사업자 SK텔레콤과의 전략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SK(주)의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SK(주)의 주채권단인 하나은행측도 경영권 방어에 전략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으로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SK와 소버린의 신경전은 임시주총소집허가에 대해 법원의 판결로 첫 승부가 가려질 전망이다.법원은 소버린측이 요구하고 있는 임시주총 개최에 대해 연내에 결론을 지을 예정이다.지난 1일 열린 임시주총소집허가 신청에 대한 SK(주)와 소버린의 첫 심리가 열렸지만 소버린이 추가주장을 서면으로 제출하면서 예상과 달리 5분여 만에 끝났다.법원이 소버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임시주총은 정기주총을 앞둔 내년 1월이나 2월에 개최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임시주총소집허가를 요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임시주총 개최 여부를 떠나 전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S증권 관계자는 “소버린이 임시주총을 개최할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집허가를 신청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실익을 추구하기 위한 투자자의 전략”이라며 “겉으로는 정관변경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나 현재 경영권 분쟁에서 소버린이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주식 매각 등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SK(주) 한 관계자는 “결국 소버린의 임시주총 요구는 내년 주총을 겨냥해 외국인주주와 소액주주들에 대해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미리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며 “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재선임되는 것에 대해 참여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소버린은 최 회장의 도덕적인 면을 부각시켜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SK “사상 최고 실적은 최회장 리더십 덕분”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이 재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SK(주) 고위관계자가 소버린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최근 열린 UBS 2004 컨퍼런스에서 SK 이승훈 상무는 “SK 기업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어 주가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소버린의 주장은 억지”라며 “오히려 좋은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상무는 또 “SK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것은 정유업종의 호전과 해외 원유 개발을 적극 추진한 최고경영자(최태원 회장)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 회장의 도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내년 주총에서 정관변경 과정을 거쳐 최 회장을 몰아내기 위한 소버린의 의도를 겨냥한 말이다.소버린은 “SK(주)가 SK텔레콤 주식 21.5%(약 3조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SK네트웍스에 8,500억원을 출자하는 것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유부문의 투자를 통해 아시아 정유시장에 진출할 경우 현재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SK(주)가 SK텔레콤 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정유부문에 투자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으로 결국 SK그룹의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SK(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김영민  mostev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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