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등 롯데경영진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식의 신중한 경영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기업환경이 바뀌고, 신 부회장의 등장으로 롯데가 ‘공격적 경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이에 따라 우선 주요경영진의 교체와 계열사 구조조정 등이 단행될 것이란 시각이다. 이와 관련,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호텔과 롯데미도파백화점은 경기불황과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희망퇴직’신청을 받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안팎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이 ‘신동빈 체제’로의 개편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롯데호텔 노조에 따르면, 회사측은 공문을 통해 “10년 이상 재직한 직원 등을 대상으로 회망퇴직 신청을 12월 11일까지 받고 있다”며 “‘기본급 20개월치 지급’, ‘근속연수에 따른 격려금 차등지급’‘창업 및 취업지원·알선’”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이 인건비 과다와 인사적채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 신청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희망퇴직 이후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체제 구축을 위해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은 아직 무리”라면서도 “롯데호텔에 이어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계열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고 밝혔다.롯데호텔뿐 아니라 롯데미도파백화점도 ‘희망퇴직’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미도파측은 지난달 23일 ‘희망퇴직’신청 공고를 했으나 노조측이 강력히 항의하자, 이를 철회했다. 그리고 또다시 롯데미도파측은 12월 1일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내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회사측은 희망퇴직 공고에 대해 “경제위기로 인한 경영상의 악화와 잉여인력에 대한 처리 때문”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롯데미도파 노조측은 “희망퇴직을 빌미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의도”라며 “희망퇴직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측은 12월 1일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신청을 하고, 비상쟁대위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처럼 롯데 노조측이 “희망퇴직 후 구조조정 단행”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호텔 등 서비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희망퇴직’신청을 받고 있을 뿐”이라면서 “현재 여타 다른 특급호텔에서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 등의 자체적 판단에 의해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것이며 그룹 전체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 등을 ‘신동빈 체제 구축 및 구조조정’과 연계하는 것은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신 부회장이 친청체제를 구축하려면, 우선 임원진에 대한 인사를 먼저 단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신 부회장은 그룹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 대한 방향 등 내년경영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구상이 끝나는 대로 곧 젊은 임원들의 전진 배치 등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하성 haha70@kebi.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