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노조가 ‘공익적 민영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이에 최대주주인 동양제철 등은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로 맞서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던 것이다.이 과정에서 동양제철화학 이수영 회장 등 경영진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 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역임하며, 재계의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인방송 사태로 그 명성에 흠집이 났다.이와 관련, 경인방송 노조는 ‘동양제철화학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왔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방송사상 초유의 ‘직장폐쇄’사태가 동양제철화학 경영진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최근 공개한 ‘12.13 스케줄’문건에 따르면 동양제철과 경인방송 경영진이 직장폐쇄를 사전에 치밀히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추천 취소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인 뒤 ‘지휘부 설치와 경찰에 협조 요청’등 사전조치, 용역업체 직원 배치 및 노조사무실 통제, 경영진 비상회의 주최, 직장폐쇄신고서 접수, 직장폐쇄공고문 부착, 기자회견을 대비한 보도자료 배포 등’직장폐쇄에 따른 조치가 상세히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측은 노조의 핵심간부와 팀장급 중간 간부까지 모두 29명을 형사고소 대상으로 분류하고 사전에 치밀하게 법적 대응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에는 ‘공익적 민영방송화’ 실현을 위해 노조측이 제안한 임금동결, 퇴직금 출자전환, 사장공모 추천제 등에 대해 “공익적 민영방송 포기 안하면 대화하지 않겠다”, “사장공모 추천제는 바로 노조세상”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iTV노조는 “동양제철화학은 경영진을 사주하여 직장폐쇄를 자행하고, 용역깡패를 난입시켜 방송사를 유린했다”며 “여기에 방송개혁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사회주의적 논리로 매도하며, 노조 탄압을 위한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동양제철화학이 인천 연안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키고, 폐기물을 부실하게 처리해왔다는 의혹이 있다”며 동양제철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사진2>노조는 “2004년 3월 사단법인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이 조사해 발표한 우리나라 비료공장의 오염평가사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동양제철화학의 연안 갯벌과 유수지의 표층퇴적물에서 다량의 환경호르몬과 수은을 비롯한 중금속이 토양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하여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이에 더해 노조측은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연구팀과 공동조사를 벌인 결과 동양제철화학 내 침전조 및 침출수에서도 허용치의 2~5배의 수은(Hg)이 발견됐다”며 “침출수는 또 유수지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인방송 노조 관계자는 “경인방송은 그간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의 이익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환경문제마저 눈감았던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경인방송이 문을 닫더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규명돼 인천시민들의 건강과 환경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이처럼 동양제철의 ‘부당노동행위 및 환경오염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환경노동위 소속 단병호 의원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인천시는 동양제철화학 공장부지와 연안해역을 오염 대책지역으로 지정하고 연안갯벌, 유수지 바닥 등의 토양 및 수질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동양제철화학이 폐석회를 유수지에 전면 매립한 후 이 적치장 부지를 택지와 상가로 개발하려던 계획과 관련, 토양오염문제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경인방송 경영진과 대주주가 그동안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온 의혹이 있다”며 “이수영 동양제철 회장이 경총회장인 점을 감안해 철저히 진상조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오염물질 배출’의혹과 관련,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회사는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설비 등을 제대로 갖춘 상태다. 경인노조 등이 아무런 사실관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실제로 40여년간 공장을 운영하면서 환경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경인방송 노조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번 경인방송사태의 근본은 노조의 강경 파업 등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직장폐쇄 등은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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