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건수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200건대였다가 2012년 300건을 넘겼고, 2016년에는 57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교권 침해 중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267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학부모들은 주로 학생지도(115건), 학교폭력(49건), 학교안전사고(30건)에 대한 불만으로 교권을 침해했다.
일선 교사들은 스마트폰이 교권 침해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시도 때도 없이 전달되는 메시지로 인한 스트레스와 함께 장씨 사례처럼 카메라 촬영 등으로 인한 고통도 호소한다.
물론 교사 폭행 등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히 교권 침해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업무에 과도하게 참견하고, 학교 행정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듯한 일부 학부모의 행태는 교권에 상당 부분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교사 A 씨는 “학교가 정해진 계획과 기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학부모 민원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처음 교사 생활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스마트폰과 SNS가 확산된 이후 정도가 심해졌다”고 했다.
A 씨는 최근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받던 아이들을 교실로 불러들였다. 미세먼지 관련 민원이 들어와서다. 그날은 미세먼지 수치가 야외 활동 가능 수준이었지만, 한 학부모가 미세먼지 측정 앱을 보니 ‘나쁨’이 나왔다며 당장 체육을 중단하라고 했다.
교사와 학부모가 개인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직접 주고받게 된 이후 일부 학부모가 교사를 너무 쉽게 대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 담임 교사인 B 씨는 늦은 시간에 학부모에게 카톡 메시지가 와 놀라서 열어봤더니 게임 초대였다.
B 씨는 “가끔 학생들이 게임초대 메시지를 보내서 타이른 적이 있는데, 학부모가 보내오니 더 화가 났다”고 했다. 이어 “일부 학부모는 메시지를 보내올 때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이모티콘을 써가며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친근감의 표시라기보다는 예의 없다고 느껴지며, 무시 받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응대를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사 개인 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대부분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교를 통해 학부모의 말을 교사에게 전하는 등 학교 상황실 역할을 하는 부서를 거치는 정식 절차를 밟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은 대개 학부모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사 C씨는 “"카톡으로 준비물이 뭔지, 숙제가 뭔지 물어보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이라며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휴대 전화를 두 개 가지고 다니면서 업무용 휴대폰은 학교에 두고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학부모의 ‘스마트폰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원칙적으로는 모든 학교 관련 업무는 교사 직통 번호가 아닌 학교 대표 번호를 통하게 돼 있지만, 교사와 적극적인 소통을 강력하게 원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개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자체적으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도 전무하다. 이 때문에 표면적인 소통은 늘고 있는 반면 교권은 자꾸만 후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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