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이 회사는 쏟아져 들어오는 현금으로 인해 경영인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하니 가위 그 현금창출능력을 짐작케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 사업을 품에 안은 SK그룹은 그야말로 외풍이 아무리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그룹이었다.그러나 1998년 8월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작고하면서 SK그룹은 오너십 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최종현 회장의 카리스마가 무너진 것도 원인이었지만 최태원 회장이 40대 초반에 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 부담은 2003년 2월 외국계(뉴질랜드) 자본인 소버린이라는 뜻밖의 투자자본이 M&A공격에 나서면서 표면화되었다. 소버린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를 공격해 단숨에 15%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의 지배권을 흔들어놓았고, SK그룹은 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물론 이같은 소버린의 공격에 빌미를 준 것은 그룹의 잘못된 결정과 경영관행이었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기반이 취약해진 그룹의 사업력과 종합상사인 SK글로벌(옛 SK상사)의 부도덕한 회계가 문제였다. 그룹의 경영부실을 종합상사로 몰아넣었던 기존 경영관행으로 인해 빚어진 각종 분식회계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이 틈을 타고 소버린은 불과 2천억원대의 돈을 투자해 SK(주)의 주식을 마구잡이로 사들였던 것이다. SK글로벌 사태는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SK증권이 외국계 자본과 결탁해 해외 투자에 나섰다가 몽땅 덮어쓰는 부실투자에서부터 발단이 되었다. 당시 수백억원을 날린 SK증권은 이를 감추기 위해 그룹 전체의 지원을 받아야 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그룹에서는 몰래 다른 계열사의 돈을 빼오면서 분식으로 회계처리를 했던 것이다. 결국 거대한 분식회계의 사슬은 조그만 꼬리에서 드러나기 시작해 몸통 전체가 까발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SK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3대 회장으로 취임했던 최태원 회장은 철창신세까지 져야 했고, 그룹은 자기방어를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지금도 SK그룹의 최대 걱정거리는 M&A이다. 2003년 이후 SK그룹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경영권 방어의 덫에 걸려 허덕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2004년 12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의 조사에 의하면 최태원 SK㈜ 회장 일가의 계열사 지분 평균 보유율(공정거래위원회 2004년 4월1일 기준)은 0.73%로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배우자 및 직계 가족이 보유한 지분율은 전혀 없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2세들이 아직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최태원 회장 일가의 그룹 계열사 지배력은 다른 대기업집단군의 오너 일가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1991년 6월 설립한 선경텔레콤이라는 신규법인을 설립해 그룹지배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의 정보통신네트워크 사업을 총괄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이듬해인 1992년 대한텔레콤으로 사명이 바뀌었다가 최종현 전 회장이 타계한 직후인 1998년 SK C&C라는 회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로 발돋움했다. 최태원 회장의 지분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먼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SK C&C라는 회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SK C&C는 1991년 (당시 회사명은 선경텔레콤) 자본금이 1백억원으로 서립됐으나 자본잠식 등으로 완전감자를 실시한 뒤 다시 자본금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현재 1백억원의 회사가 됐다. SK C&C라는 이름으로 바뀐 뒤 초기에 이 회사의 주주는 최태원 회장이49%(주식수 49만주, 액면가 1만원)로 1대주주였고, 최 회장의 매제였던 김준일씨가 21%(21만주), 계열회사인 SK텔레콤 30%(30만주) 등이었다.
그러나 2000년 6월 김준일씨가 대주주 명단에서 빠지면서 이 회사의 대주주는 최태원 회장 49%(49만주), SK텔레콤 30%(30만주),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씨 10.5%(10만5천주), 나중에 SK네트웍스에 합병되는 SK에너지판매 10.5%(10만5천주)로 개편됐다. 당시 이 회사의 임원을 보면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인 변재국씨였고, 이사진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최태원 회장의 동생)씨, 유승렬 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창근 전 SK구조조정본부장 등 그룹의 핵심 경영인들이었다는 점도 이 회사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SK C&C의 출범은 최태원 회장 일가 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던 SK㈜를 이 회사가 대주주로 지배하면서 그동안 취약했던 최태원 회장 일가의 그룹지배력이 SKC&C라는 회사를 통해 훨씬 강해진 것이다.2004년 12월 30일 현재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C&C의 지분은 44.5%(주식수 44만5천주)이다.
또 최 회장의 동생 최기원씨가 10.5%(10만5천주)를 보유하고 있어 최채원 회장 형제가 보유한 지분율은 55%를 차지하고 있다. SK C&C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에 대해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내역을 보면 최 회장은 상장기업 3개사, 비상장사 7개사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SK㈜의 경우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2004년 12월30일 현재 SK㈜의 주식 1백5만1천5백66주(지분율 0.88%)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04년 9월30일 현재 SK㈜의 주식 76만2천4백64주(지분율 0.59%)를 갖고 있었으나 2005년 2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명부 폐쇄기간인 12월에 28만9백12주(지분율 0.29%)를 장내에서 추가로 매수하면서 지분을 끌어올렸다. 2005년 초 정기주총에서 벌어질 외국계 대주주인 소버린과의 경쟁을 앞두고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04년 9월30일 현재 소버린의 지분율은 14.71%(1천9백2만8천주)이며, 또다른 외국계 투자자인 웰링턴은 8.91%(주식수 1천1백52만4백10주), 그리고 캐피탈리서치앤매니지먼트가 6.60%(주식수 8백53만3천1백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외국계 대주주 가운데 캐피탈리서치앤매니지먼트는 2004년 9월 이후 장내에서 주식을 매도해 2004년 12월30일 현재 지분율이 4.89%(주식수 6백26만6천4백20주)를, 웰링턴은 6.26%(주식수 7백98만5천6백5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 2004년 12월30일 현재 최대주주인SK C&C는 11.21%(주식수 1천4백36만5천1백27주)로 지분율이 2.69%(주식수 3백40만9천주) 증가했다.최 회장이 보유한 다른 상장사 주식은 SK케미컬과 SK텔레콤 주식이다. SK케미컬의 경우 최 회장은 1백21만4천2백69주(지분율 6.84%)를 보유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의 경우 단 1백주(지분율 0.00%)만 갖고 있을 뿐이다.
최 회장이 SK텔레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SK㈜가 SK텔레콤의 지분 21.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굳이 이 회사의 지분을 가질 필요가 없는 지배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의 전체 계열사 지분구조도를 보면 SK텔레콤의 경우 53개 계열사(2004년 12월30일 기준) 가운데 SK C&C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설사 SK텔레콤이 M&A의 공격을 받더라도 SKC&C의 지분 55%가 최태원 회장 일가족 소유이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따라서 최 회장은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주당가격이 고가인 SK텔레콤의 지분확보를 통한 계열사 지배의 전략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이들 외에 최태원 회장은 워커힐 등 비상장 7개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워커힐의 경우 40.71%(주식수 3백25만5천5백98주)를 개인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은 워커힐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 실적이 2003년도에 1백억원대의 경상적자를 내는 등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카지노, 부동산 등 자체 보유자산의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30일 현재 워커힐의 자본금은 4백억원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의 자산가치는 6.3배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계열사가 보유한 워커힐 주식평가액 참조) 최 회장은 또 SK임업 지분도 36.69%(주식수 27만8천8백14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토목건축을 전문업으로 하고 있다.최태원 회장은 이밖에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벤처기업인 와이더덴닷컴, 더컨텐츠컴퍼니, 이노에이스 등의 최대주주이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노키아벤처회사 등 외국인 합작사인 와이덴더닷컴의 지분 49%(5백60만주)를 갖고 있으며, 이노에이스 2백만주(지분율 37.5%), 더컨텐츠컴퍼니 주식 63만8천4백주(지분율 37.5%) 등을 보유중이다. 이들 벤처형 기업의 경우 아직 상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치평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태원 회장은 와이덴더닷컴의 지분을 해외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의 직계가족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전혀 없지만, 부인 노소영씨가2004년 12월30일 현재 SK㈜의 주식 1천9백50주를 보유중이다. 노씨는 2004년 초 증권시장에서 이 주식을 매수했는데, 당시 노소영씨는 2004년 5월21일자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단순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노씨는 그 이후 추가 주식매입에 나서지는 않았다.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엔론 부회장은 SK㈜ 주식 59만6천1백32주(지분율 0.47%)를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이밖에도 상장사인 SKC, SK케미컬, SK건설 등의 주식을 9만8천9백55주(지분율 0.30%), 40만2천7백70주(지분율 2.27%), 8만8천4백81주(지분율 0.0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이와 함께 비상장사인 SK해운의 주식을 2백44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지분의 0.0004%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기원씨는 SK C&C 주식 10만5천주(지분율10.5%)를 갖고 있다.최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컬 부사장도 계열사 지분을 개인명의로 갖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워커힐 주식 4만7천26주(지분율 0.59%)와 SK케미컬 주식 16만2천4백10주(지분율 0.91%), SKC 주식 6만주(지분율 0.18%), SK건설 주식 17만4천주(지분율 0.05%)를 갖고있다. 최창원 SK케미컬 부사장도 워커힐 주식 15만8천7백주(지분율 1.98%)와 SK케미컬 주식 1백15만7백41주(지분율 6.4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고 최종건 회장의 장녀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정원씨는 SK케미컬 주식 13만3천5백5주(지분율 0.75%)를 갖고 있고, 최종건 회장의 딸인 최지원씨와 최예정씨도 2004년 12월30일 현재 SK케미컬 주식 19만9천7백93주(지분율 1.13%)와 17만1천8백67주(지분율 0.97%)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건 회장의 장손(고 최윤원 SK케미컬 회장의 외아들)인 최영근씨도 SK케미컬 주식 32만8천5백71주(지분율 1.85%)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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