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전쟁’벌이는 30년 라이벌
‘밀크전쟁’벌이는 30년 라이벌
  • 김재윤 
  • 입력 2005-05-11 09:00
  • 승인 2005.05.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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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가공시장의 라이벌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미군납 독점권 획득’이란 말을 두고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경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1일 남양유업이 미군에 우유를 납품하는 사업권을 획득하면서부터. 당시 사업권을 받은 남양유업은 신문, TV광고 등을 통해 “미군납권 독점 획득‘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자 라이벌인 매일유업이 “우리는 이미 10여년 전에 미군납을 한 적이 있으며, 이번 결정도 남양유업이 먼저 우유를 납품하고 나중에 매일유업이 순차적으로 납품하는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선 것. 말하자면 남양이 주장하는 것처럼 ‘독점권 획득’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두 업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맞선 미군납권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연간 4억원에 불과한 미미한 규모.

그럼에도 두 업체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은 미군측에 우유를 납품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사 제품의 소비자 신뢰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남양유업과 매입유업. 두 회사는 연간 1조5000억원대로 추산되는 한국 우유시장에서 엇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30여년간 맞붙어왔다. 한국유가공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두 업체의 우유시장 점유율은 20%대 18%. 최대 시장점유율 업체는 40%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다. 그러나 서울우유의 경우 유가공조합 형태의 회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동안 2위 자리를 두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져왔다.현재 이들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선장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54)과 매일유업의 김정완 사장(47).홍 회장과 김 사장은 우선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째는 재벌가 2세라는 점. 홍 회장은 홍두영 전 회장(86)의 장남이고, 김 사장은 김복용 전 회장(85)의 장남이다. 또 이들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경영학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런 공통분모 아래 “상대방에게만은 절대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현재 유제품 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3조 5,000억원 정도. 이 중에서 우유시장이 연간 1조5,000억원을, 유산균 발효유 시장이 1조원 정도를 차지한다. 우유시장은 앞서 밝힌 대로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 순이다. 또 요쿠르트를 주로 생산하는 유산균 발효유 시장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1위(시장점유율 40%)를 기록한 가운데, 남양유업이 약 30%, 매일유업이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세분화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2위 자리를 두고 박빙의 승부를 가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비슷하다보니, 실적도 근소한 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두 회사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양사의 오너의 경영방식 정도라는 것. 업계에서는 남양유업 홍 회장은 비교적 활달한 성격으로 ‘홍보’를 강조하는 스타일이고, 매일유업 김 사장은 반대로 다소 차분한 성격으로 ‘제품홍보’보다는 ‘제품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 더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사람은 홍 회장. 홍 회장측은 최근 자사의 제품이 주한미군이 주둔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부대에 공급키로 결정되자 어느 때보다 들뜬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1일 미국의 ‘살균유법령(PMO)’이라는 심사를 통과해 주한 미군이 주둔한 지 60여년 만에 최초로 국산 우유제품을 미군에 독점 납품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양유업측은 이에 대해 홍 회장의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이룬 쾌거라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1950년 생으로 경복고, 연세대를 졸업했다. 홍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남양유업에 입사한 뒤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그는 회사에 입사한 지 7년만인 지난 80년 회사 전무를 거쳐, 90년 대표이사 사장자리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홍 회장은 외향적이고 호방한 성격으로, 공격적인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번 ‘미군 독점 납품’을 계기로 신제품을 속속 출시, 확고한 업계 2위자리를 굳히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라이벌’ 매일유업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김 사장은 그동안 라이벌인 남양유업보다 홍보와 마케팅이 열세였다고 판단, 차분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1957년 생으로, 보성고와 경희대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MBA를 취득하고 86년 회사에 입사, 94년 부사장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외향적이라기보다는 차분한 성격으로, 매사 회사 일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라이벌인 홍 회장측의 ‘우유 미군 납품’을 지켜보며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를 위해 매일유업은 최근 ‘불가리아’라는 유산균 요쿠르트를 출시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 요쿠르트는 현재 출시된 제품 중에서 ‘불가리아산’ 유산균을 쓰는 유일한 제품”이라며 “향후 대대적 홍보를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홍보’에 잔뼈가 굵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이미지 탈피’를 추구하는 김정완 매일유업 사장의 한 판 승부는 지금부터 막이 오른 셈이다.

김재윤  yoonihoora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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