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서는 양 진영간 의견 조율을 통해 공천문제와 관련한 서 전대표의 지분 보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서 전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인선 리스트를 제시하면 이를 적극 배려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최 대표도 공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두 사람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기 위해 분란의 불씨를 안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국대응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서 전대표의 한 측근은 “최 대표가 공천을 앞두고 당내에서 제기되는 ‘사당화 논란’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가진 것으로 보였다”며 “서 전대표는 당내 후보경선에서 국민과 당원비율을 9:1로 하려는 방침이나 지구당 폐지 발표 등이 너무 일방적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최 대표가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터놓은 만큼 서 전대표와의 의견 조율은 갈등을 무마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관측했다.정가 일각에서는 공천밑그림에 대한 두 사람의 교감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최 대표는 당 내 다수를 이루는 민정계 보수파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물갈이를 위해 서 전대표와 이면타협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최대표 특보단장인 안상수 의원이 “한나라당을 바꿔야 한다는 최대표의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며 “총선 후보 50% 물갈이를 통해서라도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 최대표의 공천원칙을 재확인시켜 줬다.최대표는 그동안 이회창 전총재의 측근들을 설득하고, 여러 특위를 만들어 우호 세력을 구축해 왔다. 2000년 총선 때 이회창 총재를 도와 중진 물갈이를 주도한 윤여준 의원을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에 앉힌 것도 그 일환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영남 중진들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올 정도로 최 대표의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서 전대표는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최 대표의 전향적인 수습안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회동을 통해 최 대표는 “이미 결정된 당론을 번복할 경우 더 큰 혼란과 반발이 예상된다”며 서 전대표를 설득했다.
서 전대표는 “추스를 일은 과감하게 추스르되 목표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최 대표 입장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정국현안에 대한 정면돌파를 고집해온 최 대표 원래의 정치 스타일로 볼 때 최근의 서 전대표와의 연대움직임은 최 대표가 비주류 중진 의원에 대한 ‘가지치기’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전대표가 이 부분을 어느 정도 묵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 이번 회동에서 피력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양 진영은 골치 아픈 싹을 정리하면서 추가 탈당을 막고 민주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극적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서 전대표의 한 측근은 “중진 대청소쪽으로 방향을 굳힐 경우 이들 중 상당수는 탈당하거나 공천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최 대표 측은 일단 “공천원칙의 뜻을 곡해한 것”이라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제도를 바꾸지 않고 얼마든지 반발세력의 요구에 부응하는 접점을 찾을 수 있고, 지금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진 가지치기’가 탈당 도미노 사태로 이어질 뿐 아니라 당에 잔류한 사람들에게도 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최 대표의 의지에 서 전대표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서 전대표는 쉽게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 전대표쪽 인사로 알려진 최수영 서울 성북을 지구당위원장이 “당이 지나치게 투쟁적으로만 가고 있는데 국민들 눈에 좋지 않게 비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당이 정상적으로 갔으면 한다”고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최 대표는 총선정국을 풀기위해 지난 20일 김덕룡 의원과도 만나 공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총선 정국을 앞두고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최 대표는 당내 중진인 서 전대표와 김 의원, 강재섭 의원 등과 수시로 만나 공천 문제를 조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지난 21일 저녁 서울의 S호텔에서 당 3역과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 김문수 대외인사영입위원장과 만찬을 하며 공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당분간 공천 문제에 대해선 개인적 의견을 말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봉균 pjo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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