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통신그룹 KT 선장 이용경 사장이 민영2기 사장 공모에서 돌연 사퇴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훌륭한 비전과 역량을 가진 후보들이 많이 응모했고, 어떤 후보가 차기 CEO로 선임되더라도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KT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KT가족 여러분과 함께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대한민국 통신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사장 공모 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장이 퇴임을 선언한 KT는 현재 한국전력에 이어 공기업 규모 2위, 자본금 규모만 7조3,858여억원에 달하는 통신공룡 그룹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KT의 후기 사장 공모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웠다. ‘연임’ 의욕을 불태우던 그가 돌연 KT 선장 자리를 내던진 것은 왜 일까.
잘하면 본전, 못하면 역적
KT그룹의 민영화 2기를 이끌어 갈 ‘KT사장 공모’가 지난 13일자로 완료됐다. KT는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후보자 공모를 펼친 결과 이용경 사장을 비롯한 총 3명이 후보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용경 사장이 공모참가를 발표했기 때문에 업계의 이목은 이 사장의 연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사장은 당시 “KT의 민영화작업의 연속성, 개혁의 속도를 더욱 내기 위해서는 연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느닷없는 후보사퇴를 놓고 그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업계관계자들은 이용경 사장의 돌연 후보 사퇴와 관련 “현재 KT의 사장 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KT에 온갖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KT는 현재 정보통신의 KT PCS조사, 초고속인터넷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선정, 인터넷종량제와 관련한 원가 산정,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한 행정소송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특히 인터넷종량제와 관련한 원가산정 문제는 KT의 미래와 연결돼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 이 현안의 결과에 따라 KT의 장기 비전이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어 KT경영진으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잘하면 ‘본전’이요, 못하면 ‘역적’이 되는 자리가 현 KT의 사장자리인 셈. 업계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이용경 사장이 돌연 사장 후보에서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남-이 사장 간 밀약설 증폭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민영2기 사장후보공모를 발표했음에도 내부관련인사들만이 후보로 등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임을 선언한 이용경 사장을 비롯, 최안용 전 전무와 김홍구 TTA 사무총장 등이 모두 KT의 관련인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KT 민영 2기 사장’ 공모를 ‘내부잔치’로 부르고 있다. KT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사장이 당초 연임을 통해 KT의 민영화 개혁을 연속적으로 이뤄내려고 했으나, 실력있는 이들이 사장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후보를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T가 외부인사 초청을 위해 기용했던 헤드헌터들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다. 남중수 KTF사장이 헤드헌터들의 요청에 따라 사장공모에 나선 것이다. 이후 남 사장이 KT사장 공모에 대해 등록을 선언하자,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이용경 사장이 지난 16일 사장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당초 KT사장 후보에 등록하지 않겠다던 남중수 사장이 돌연 후보로 등록했고, 때 맞춰 이용경 사장이 후보를 사퇴했다”며 “둘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반응이다.
사추위에 재계 집중
업계의 관심은 KT의 2기 사령탑에 누가 오를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이용경 사장을 비롯한 KT인사들만의 공모 등록으로 ‘그들만의 잔치’란 비난을 받았지만, 남중수 사장의 후보 등록으로 그나마 구색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현재 사장 후보로 알려진 이들은 남중수 KTF사장을 비롯해 김홍구 TTA 사무총장, 최안용 전 KT전무, 남궁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이들 중 한명을 사장후보로 선택하게 될 KT의 사장추천위에 관심이 몰려있다. KT관계자는 “사추위는 이사회의 이사 4명과 사외이사 8명 중 5명을 선발해 구성됐으며, 이들에 대한 신원정보는 보안”이라고 밝혔다. 공기업 규모 2위, 재계순위 6위에 달하는 대형그룹 KT의 새로운 사령탑이 될 이는 과연 누구일까.
# KTF사장은 KT사장 후보 1순위
오는 8월말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용경 KT사장의 후임자 공모에 남중수 KTF 사장이 후보로 등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KT의 민영화 2기 사장으로 남중수 사장이 공공연하게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재계관계자는 “KT그룹의 경영은 주력 계열사 CEO중에서 선출돼야만 제대로 된 탄력과 함께 경영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민영1기 사장을 맡았던 이용경 사장도 KTF에서 KT로 올라섰단 점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재계에서는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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