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삼성 빅딜 이뤄질까
대상-삼성 빅딜 이뤄질까
  • 정혜연 
  • 입력 2005-07-11 09:00
  • 승인 2005.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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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없는’ 대상그룹 어떻게 될까.재계의 시선이 대상그룹에 쏠려 있다. 지난달 30일 대상그룹의 오너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219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임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검찰로부터 조사 중지 처분을 받았으나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1년 6개월 만에 재수사를 받았다. 국내 50위권 안에 드는 재벌그룹 총수가 직접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은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결과는 오너의 구속이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2002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도 높은 처벌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오너가 구속되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회사 관계자들도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동안 일손을 놓고 멍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비단 회사 내부뿐만이 아니다. 재계에서 역시 이번 임 명예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이런저런 추측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대상은 자산을 기준으로 볼 때 재계 서열 50위권에 드는 전통 재벌그룹이면서도, 다소 독특한 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명예회장은 올해 만 쉰 살로 젊은 재벌그룹 총수이지만, 일찌감치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의 직함이 ‘회장’이 아닌 ‘명예회장’인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회사 경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구속이 단기적으로 볼 때에 회사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대상그룹의 관계자는 “임 명예회장이 지난 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전문경영인이 회사경영을 도맡고 있어서 사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회사 경영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의 ‘부재’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임 명예회장의 ‘부재’는 결국 회사 내에 오너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과 일치하는 것. 다른 재벌그룹들과 달리, 대상그룹은 임 명예회장을 제외한 가족들 전체가 회사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는데, 장녀 세령씨는 지난 199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재용씨와 결혼해 애시당초 회사 경영과는 먼 길을 택했다. 차녀 상민씨 역시 회사의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대학교를 마친 이후 아직까지 귀국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대상(주) 및 계열사에 직책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한다. 임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씨도 마찬가지. 박씨는 올 초 대상의 광고계열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의 부회장으로 선임돼 회사에 간간이 모습을 비추기는 했지만, 대상(주)의 주식은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임 명예회장의 동생인 성욱씨는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는 한동안 대상그룹 부회장직을 역임했지만, 지난 2000년 회사를 관뒀다.

그는 현재 세원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임 명예회장이 그동안 회사의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실상 그의 구속으로 인해 회사에는 ‘오너 부재’라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것. 이런 이유 때문에 향후 대상그룹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임 명예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증시에서는 대상의 주가가 근래 들어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 보통 회사나 오너가 비리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 30일, 대상의 주가는 전날보다 2.76%나 오른 6,320원으로 마감됐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대상그룹에 모든 악재가 사라졌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시장에 떠도는 루머 등이 합쳐져 상승률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상그룹을 둘러싸고 나오는 대표적인 얘기 중 하나는 향후 전문경영인들이 오너에 못지 않는 파워를 가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대상그룹 오너와 전문경영인간의 갈등설은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실례 중 하나는 전문 경영인의 임기가 길지 않다는 점. 대상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철 사장의 경우 4번째 CEO”라고 말했다. 임 명예회장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꾼 이후에 8년 남짓한 시간동안 무려 CEO가 4번이나 바뀐 것. 다른 재벌그룹의 CEO들의 임기와 비교해볼 때 터무니없이 자주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오너 일가의 부재를 기점으로 전문 경영인의 파워가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은 것. 그런가하면 일부에서는 합병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임 명예회장이 슬하에 딸만 둘을 둔만큼, 향후 그룹의 미래가 이들 결혼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동양메이저그룹은 사위가 그룹의 대권을 물려받은 대표적 기업. 대상그룹도 이런 선례를 따르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둘째 딸의 이름으로…’

상민씨 대상그룹 사실상 ‘대표’격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이번 사건이 불거질 무렵, 둘째 딸 상민씨를 오너 일가의 대표격으로 내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그룹은 지난 3월30일, 회사에 관한 사항을 외부에 알리는 ‘보고자’ 명의를 임창욱 명예회장에서 상민씨로 바꿨다. 과거 회사의 경영사항과 관련한 보고는 임창욱 명예회장 명의였다. 하지만 지난 3월30일 이후에는 ‘임상민 외 ○명’으로 돼있다. 물론 주식거래에 있어 아무런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오너 일가 중에서 보고자가 된다는 것은 사실상 회사 주주의 ‘대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대상그룹 관계자는 “지난 3월 다른 부분을 수정하다가, (상민씨가) 대주주인 만큼 보고자의 이름도 상민씨로 바꾸기로 했다”며 “별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민씨가 그룹의 대주주로 떠오른 것은 4년 전. 임 명예회장은 이미 지난 2001년 7월 27일에 상민씨에게 주식 500만주를 증여한 것.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가 이번 수사를 받기 직전, 회사의 상징적인 부분도 모두 차녀에게 넘긴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혜연  c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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