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삼성동 1조원대 한전부지의 새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전 본사는 총 2만4,000평 규모로 공시지가만 평당 2,450만원에 이른다. 즉 한전본사의 부지값만 5,880억원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는 이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아이파크 등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 부동산 거래가가 평당 5,000만원에 이뤄지고 있어 실제 한전부지 거래가는 1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부지의 특징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현재 한전부지는 주거용지와 상업용지가 혼재해 있다. 지하 3층, 지상 20층에 달하는 한전 사옥의 연면적도 2만9,390평에 불과해 고밀도 개발이 가능하다. 교통 좋고, 주변시설 좋고, 여기에 엄청난 부지와 개발용도까지 완료돼 있어 준비된 부지라는 게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KB부동산신탁의 신상현 부장은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강남 삼성동 일대에서 2만5,000여평에 달하는 대형부지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1조원대 이상의 가격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향후 한전의 사옥 매각 계획이 수립돼야 알 수 있겠지만, 지역적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면 1조원을 넘는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규 사옥을 필요로 하는 일부 대기업과 부동산개발업체들은 향후 발표될 한전 부지 매각 및 개발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들의 매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천문학적인 매입 금액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는 곳은 바로 삼성이다. 삼성은 오는 2008년까지 서초동 ‘삼성타운’을 완공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들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과 비전자 계열사들을 한데 묶어 삼성동에 제2의 강남사옥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뚝섬 상업용지 입찰에 참가했다가 고배를 마신 SK그룹도 한전부지의 유력한 새주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SK그룹이 규모나 위상에 비해 제대로 된 그룹사옥이 없으며, 최근 사옥마련을 위해 뚝섬 입찰에 나섰기 때문에 이미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건설계열사인 엠코가 주택건설을 위한 땅확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엠코는 신생 건설회사라는 점 때문에 택지입찰 제한이라는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엠코가 종합건설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증자를 단행하고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재계위상을 감안할 때 인근의 아이파크에 이은 대규모 프리미엄 아파트건설을 목표로 한전부지 매입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부지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부동산디벨로퍼(개발업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요 은행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팀들은 향후 엄청난 개발이익을 예상하면서 디벨로퍼들과 세부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디벨로퍼 관계자는 “부지확보 후 제대로 된 시행, 시공과 완벽한 분양만 이뤄진다면, 한전부자는 국내 최고분양가를 기록할 것”이라며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지만, 강남일대에 있는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부지와 관련된 에피소드
부동산업계에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 이곳 삼성동 일대는 예부터 인근에 위치한 봉은사의 사하전이었다. 조선시대 전국 사찰통제권을 갖고 있던 봉은사는 왕실로부터 방대한 땅을 하사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삼성동 일대다. 그러나 삼성동의 운명은 강남개발이 시작된 1970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당시 총무원 건립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조계종이 삼성동 일대 12만평을 정부측에 판 것이다. 이때 당시 가격은 평당 6,200원. 정부는 조계종으로부터 사들인 삼성동 일대의 부지에 한국전력과 무역협회를 옮겨 놨다. 정부와 조계종의 거래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서운선사는 땅 매각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립자금이 급했던 조계종은 서운선사 대신 새 주지를 임명해 결국 거래를 성사시켰다. 결국 평당 6,200원이었던 땅이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매물로 35년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원로 불교 인사들 사이에서는 ‘당시 봉은사 일대 12만평 매각은 조계종 최악의 부동산 재테크”로 불리고 있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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