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를 판매하는 아우디코리아도 마찬가지. 아우디는 지난해 총 252대의 차를 팔았으나, 올 상반기에만 1,097대를 팔았다. 전년대비 335%의 상승률.반면에 BMW코리아와 벤츠코리아는 울상이다. BMW는 지난해 총 2,059대를 판매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2,02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물론 하반기 판매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다른 수입차 업체와 비교해볼 때 올 상반기의 실적은 허무하다고까지 볼 수 있을 정도다. 벤츠는 BMW보다 상황은 조금 낫지만 혼다, 아우디 등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적. 벤츠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총 1,331대, 올 상반기에는 1,485대를 팔았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고객들은 대부분 대형차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소형차나 스포츠카, RV차량 등 범위가 넓어져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수입차 업계에 빅뱅이 불어 닥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수입차 관계자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가격을 꼽고 있다. 혼다에서 가장 인기 차종으로 꼽히는 ‘CRV’(SUV차량)의 가격은 2,950만원대.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는 3,500만원대다. 국내 차종과 거의 맞먹는 가격이다. 아우디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포츠카 ‘TT’(쿠페)는 5,000만원대다. 물론 차의 급이 다르기는 하지만, BMW의 주력 차종인 5시리즈는 8,000만원대, 벤츠의 ‘E클래스’는 1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혼다와 아우디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자동차를 직접 구매하는 고객들의 연령층이 낮아진 것도 요인 중 하나.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20대의 젊은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기존의 전형적인 수입차보다는 특색있고,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결국 개성 강한 20대들의 취향을 적절하게 맞춘 차종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아우디 관계자는 “자동차 디자인을 바꾼 것이 판매율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우디는 지난해 여름 신형차를 선보이면서, 과거의 중후함 보다는 스포티한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2005년형 아우디는 그릴이 범퍼 밑까지 내려올 정도로 젊고 활동적인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우디의 ‘TT’차종은 올해 1~5월까지의 누적 판매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 늘어났다. 중소형을 앞세운 수입차 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도 요인 중 하나. 이들 수입차 업체들은 각종 체험마케팅을 내놓으며 고객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혼다는 지난해 국내에 첫 상륙한 이래 일정기간(3~6개월) 동안 자동차를 시승한 이후에 구매를 결정하는 제도 등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세에 BMW와 벤츠도 가만 있지는 않을 분위기다. BMW와 벤츠는 기존의 고객층이 선호하던 대형 수입차에 초점을 맞추면서, 차츰 중소형 차량 판매로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 수입차 초고속 신장, ‘마의 1%’대 깼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매년 초고속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새로 등록된 수입차는 1만2,930여대. 지난해보다 무려 21.3%(1만660대)나 증가한 수치다.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수입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대를 넘어섰다. 불과 5년전인 지난 2000년,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점유율은 0.4%대였다. 그동안 수입차 업계에서 ‘1%’는 ‘마의 고지’로 불렸다. 자동차에 있어서는 다소 보수적인 국민성에 비춰볼 때, 넘는 것이 힘들어보였기 때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1%대를 넘어선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향후 초고속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정인 latigi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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