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긴’ 효능? “그건 우리도 몰라요”
‘아스파라긴’ 효능? “그건 우리도 몰라요”
  • 서종열 
  • 입력 2005-07-19 09:00
  • 승인 2005.07.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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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법정에서 자백 파문


숙취해소용 아스파라긴 성분을 함유했다는 이유로 소주시장에서 공전의 대박을 터트린 ‘참진이슬로’ 제조회사인 (주)진로가 갑자기 굳게 입을 다물었다.

1급 영업비밀 스스로 폭로

지난 98년 첫선을 보인 참진이슬로 소주는 당시 숙취해소용 성분인 ‘아스파라긴’을 함유했다고 선전하면서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가 소주시장 점유율 50%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진로는 최근 아스파라긴 특허문제를 두고 식품업체인 (주)대상과 법정소송을 벌이면서 “아스파라긴 성분이 미미하게 함유되어 있어 별로 효능이 없다”는 식으로 증언해 애주가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진로는 왜 느닷없이 자사제품에 대해 1급영업비밀인 극비사항을 스스로 폭로한 것일까.진로가 ‘자뻑’식 고백을 하게 된 것은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대상과의 ‘아스파라긴’ 특허분쟁 때문이었다. 당시 대상은 진로가 팔고 있던 소주제품의 선전문구에 ‘숙취해소용 아스파라긴 함유’라는 내용에 대해 “진로측이 자사에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아스파라긴을 함유한 소주를 제조 판매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진로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및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진로-대상 법정소송 법원 진로 손들어

대상은 소장에서 “지난 97년 아스파라긴과 L-아스파테이트를 유효성분으로 하는 알코올성 장해보호제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했는데도 진로측이 ‘아스파라긴을 첨가해 숙취가 없다’는 내용의 광고와 함께 소주를 판매해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려 자사에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로측은 당시 “대상은 아스파라긴을 독자 발명하지 않았고 단지 아스파라긴이 함유된 식품 제조방법에 대해서만 특허를 가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법원은 “특허의 신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진로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아스파라긴` 특허는 알코올성 장해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아이디어를 얻어 발명된 용도발명이며 특허출원 전에 이미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이 미국 등 세계 여러 곳에 널리 알려진 공지발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인체 내 알코올대사 작용기전에 아스파라긴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바뀐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됐을 뿐 이미 공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특허발명은 성분의 작용기전을 자세히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특허가 아스파라긴이라는 한 가지 물질만을 유효성분으로 한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결국 공지 기술로서 신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상, 특허권 믿었다 곤경

이로써 `아스파라긴을 유효성분으로 한 알코올성 장해보호제 제조방법`의 특허권자인 대상은 난관에 처했다. 특히 이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숙취해소용 천연차 시장에 경쟁사들의 진입이 예상돼 독점적 지위 확보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 대상이 아스파라긴 관련 제품을 처음 특허출원한 것은 지난 93년. 당시 대상은 `L-아스파테이트 또는 아스파라긴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알코올성 장해보호제 및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출원해 인정받았다. 그러나 진로는 1998년부터 자사에서 생산되는 참진이슬로 아스파라긴 소주 등 제품 등에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아스파라긴 성분 함유`라는 문구를 넣어 판촉에 나서 빅히트를 쳤다. 일단 법원측이 진로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이 회사로서는 향후 아스파라긴에 대한 판촉을 계속할 수는 있게 됐지만 재판과정에 자사에서 생산되는 소주의 숙취해소 기능이 상당히 과장됐음을 스스로 ‘커밍아웃’을 하는 바람에 애주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소비자 우롱인가, 비난 쇄도

진로는 재판과정에서 “소주 참이슬의 아스파라긴 함유량은 극히 적기 때문에 숙취해소에 거의 효과가 없다”고 스스로 고백해 자사의 ‘영업비밀’까지 누설하고 만 것이다. 이는 자사 상품의 아스파라긴 효능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어서 향후 이 소주의 선전문구를 두고 ‘허위과장’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마저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진로는 “대상이 만든 숙취해소 드링크와 진로의 소주는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펴면서 “체중이 70㎏인 성인의 경우 숙취를 해소하려면 아스파라긴 1g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는 소주 33병에 함유된 아스파라긴을 모두 합친 양”이라고 털어놨다는 것.이같은 사실이 일부 알려지자 애주가들은 “숙취해소를 과장해 애주가들을 우롱한 진로측의 상혼에 분개한다”며 “아스파라긴 효능을 선전하는데 막대한 마케팅비를 뿌려가며 광고를 해온 진로가 스스로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소비자를 두번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 ‘아스파라긴’상품 봇물처럼 쏟아질까

(주)대상이 아스파라긴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없게 됨에 따라 향후 식음료시장에 아스파라긴 성분 함유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파라긴 함유 제품은 그동안 숙취해소용 드링크제를 중심으로 CJ, 광동제약, 동아제약, 종근당, 한국야쿠르트 등 많은 회사들이 연구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대상이 독점적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어 제품을 상업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 법원이 비록 소주제품인 진로에 대해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이 재판결과는 향후 다른 식품회사들의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의 경우 그동안 컨디션이라는 숙취해소 음료를 내놓았다가 대상의 제품에 밀려 결국 단종되고 말았다. 그만큼 아스파라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컸기 때문이었다. 웰빙붐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음료시장에 ‘아스파라긴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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