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 젊은감각 홈피 리뉴얼
재계 ‘빅4’ 회장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젊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요즘 ‘공사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리뉴얼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젊고, 신선한 회장 개인 홈피가 오픈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그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해 ‘태원최(taewonchey)’라는 이름(www. taewonchey.pe.kr)으로 돼있다. 하지만 현재에는 접속이 안된다. 이 홈페이지는 그동안 회장 비서실에서 관리를 해왔지만, 최 회장은 본인이 직접 ‘홈피 대문’에 인사말을 담는 등 각별히 관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것은 지난 2002년. SK그룹이 분식회계 사태로 인해 그룹이 침몰할 위기에 처하면서 자연스럽게 최 회장의 업로드도 뜸해졌다.
사실 최 회장이 당시 개인적인 글을 올리는 것조차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사태를 겪기 이전의 홈페이지는 회사 오너로서의 모습과 개인적인 사생활이 한군데 어우러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회사 경영인으로서의 모습 이외에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벤처강의를 했던 모습과 가족소개 등이 담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의 ‘홈피 사랑’은 그룹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요즘 그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함께 개인 홈페이지의 새단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 회장의 상황이 SK그룹의 분식회계 파문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고, 또 최 회장 개인적으로도 대외적인 활동에 나설 시기가 됐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아기자기한 구본무회장 홈피
SK그룹 내부에서는 현재 최 회장 개인 홈페이지에 대한 리뉴얼 작업이 한창이며, 재벌그룹 회장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홈페이지가 될 수 있도록 심려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SK그룹 관계자는 “세부적인 콘텐츠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며 “최 회장의 경영철학과 ‘행복경영’, 기업발전 방향 등을 위주로 내용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사 중’이 아니면서도,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구본무 LG그룹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다. 구 회장은 현재 2개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두 개의 홈페이지의 내용은 똑같은데, 한글과 영어로 운영된다. 구 회장 역시 자신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해 ‘bonmookoo’로 표기하고 있다. www.bonmookoo. pe.kr와 www.bonmookoo. com이 바로 두 군데의 홈페이지다. 구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한마디로 무척 아기자기하다.
첫 화면에는 구 회장의 환한 웃음과 함께 ‘일등 LG’라는 글자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구 회장이 평소 주장해온 ‘일등주의’가 그의 홈페이지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셈이다. 그의 홈페이지는 크게 경영할동, 뉴스, 스피치 그리고 구본무 스토리로 구성돼있다.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의 홈페이지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0년. 3년 뒤인 지난 2003년 새롭게 단장했다고 한다. 첫 번째 항목인 경영활동에는 구 회장이 평소 생각해온 경영철학과 정도경영에 대한 얘기가 담겨져있으며, 뉴스에는 구 회장과 관련된 보도자료들이 나열돼있다. 구 회장의 취임식을 비롯해 역대 새해 인사모임, 임원 세미나 등에서 발표한 어록은 스피치에서 다시 엿볼 수 있다. 네티즌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구 회장의 개인 사생활을 써놓은 ‘구본무 스토리’. 이 곳은 재벌그룹 회장이 아닌 ‘개인’ 구본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건희 회장 홈피는 무미건조
특히 이 중에서도 ‘알고 싶어요’ 코너에는 네티즌이 궁금해할만한 구본무 회장의 평소 라이프 스타일, 좋아하는 음식, 취미, 특기 등이 여느 네티즌처럼 시시콜콜하게 나와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개인 홈페이지 중 ‘포토앨범’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구 회장의 사진 등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홈피’는 업데이트도 자주 되는데다가, 가장 정교하게 꾸며져있어 재벌 총수 홈페이지 중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홈페이지는 그룹 사이트 안에 있다. 때문에 그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samsung.co.kr /about/ceo 로 돼있다. 삼성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룹 개요 옆에는 ‘삼성회장’ 페이지가 있다. 그룹 계열사보다도 먼저 소개된다.
이 회장은 이 페이지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장의 ‘홈피’는 회장약력과 신년사, 기념사, 강연기고 등 대부분 단조롭고 딱딱하게 이뤄져있는 것이 특징.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홈페이지 중 한 섹션에 이 회장의 개인 공간이 마련돼있다”며 “개인적인 측면보다는 그룹 CEO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빅4’ 그룹 총수 중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홈페이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정 회장은 사실상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을 뿐더러, 그룹 홈페이지에서조차 그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현대자동차의 ‘CEO 인사말’에서 겨우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정몽구 회장 꼭 필요한가? 외면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 내부에서 정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몇 차례 건의됐지만, 정 회장이 ‘필요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평소 나서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 탓이기도 하고, 또 선친인 고 정주영 회장의 홈페이지가 버젓하게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부르짖는 현대자동차의 경영인을 알릴 수 있는 장치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딱딱한’ 이건희 회장과 ‘아기자기한’ 구본무 회장, ‘젊은 감각’의 최태원 회장의 홈피는 그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정혜연 c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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