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집안 행사를 할 경우에는 50여명에 이르는 친족들조차 비좁아했다는 게 LG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은 그동안 90평의 단층 주택에서 상당히 비좁은 생활을 해왔다”며 “이로 인해 집안행사에 모인 친족들의 주차공간조차 없어 자택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는 등 상당한 에피소드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구 회장의 새 자택에서는 이 같은 에피소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과거 자택인 매봉산 자락의 한옥에 비해 이태원 새 자택의 규모는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자택은 단층구조였지만, 이사할 새 집은 지하 2층에 지상1층의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더욱 넓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 회장이 이번 이사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단지 집이 비좁아서였을까? 이에 대해 재계관계자들은 또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바로 구 회장의 개인 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이전 자택인 한남2동 매봉산 자락에는 삼성물산이 지은 외인아파트(한강리버스위트) 6개동이 있다. 얼마 전 이 아파트들은 리모델링을 끝내고 입주를 시작했다. 특히 단국대측의 아파트동에선 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재계관계자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구 회장이 이사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구본무 회장의 아버지인 구자경 명예회장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한남동으로 이사를 했었다.
지난 1980년 현대그룹이 휘문고터에 계동사옥을 올리자, 자신의 집이 전부 들여다보이게 된 구자경 명예회장이 한남동으로 이사를 간 것. 재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당시 구자경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의 사옥이 자신의 자택 앞마당에서 보인다는 사실에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였다”면서 “이 때문에 구자경 명예회장이 현재 구본무 회장이 살고 있는 한남2동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관계자들은 구 회장의 새 자택이 어떻게 꾸며질까에도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에 살던 곳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곳으로 이사가는 만큼 내부시설에도 상당한 투자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LG관계자는 “회장님의 새 자택에는 이전의 한남동 자택처럼 원추리, 비비추 등 자생꽃 정원으로만 꾸며질 것”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의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인해 특별한 시설이나 인테리어를 별도로 하지 않을 것이란 게 회사측의 답변이다.
# 재벌 총수가 이태원으로 가는 까닭은?
“구본무 회장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삼성에 포위당했다?”최근 재계에 집과 관련해 나도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이건회 회장의 새집과 이명희 회장의 자택, 삼성리움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모두 구본무 회장의 집과 연결되고 있다. 구 회장의 새 집은 지하철 한강진역에서 리움박물관을 지나 하얏트로 올라가는 길 가운데 툭 튀어나온 커브길에 위치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자택 앞 도로를 타고 이태원 방면으로 내려가면 삼성리움박물관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과거 자택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자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대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이건희 회장과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자택이 있다. 인근에 삼성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 회장의 이웃으로는 금호그룹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자택이 벽을 대고 있으며, 삼성-LG간 결혼으로 관심을 끌었던 아워홈 구자학 사장도 구 회장의 이웃 중 한명이다. 또한 이명희 회장의 자택쪽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자택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전면이 탁 트인 구본무 회장의 새집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면, 한남1동에 거주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의 자택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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