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 이규성 
  • 입력 2005-09-13 09:00
  • 승인 2005.09.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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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는 어떻게 자녀교육을 할까.2세들의 경영진입이 가시화되면서 재벌가의 제왕교육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독특한 경영철학과 인생 경험을 장차 최고 경영자가 될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삼성 인간 경영

삼성가의 경영교육은 한 마디로 ‘인간경영’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교육시킬 때 ‘어떻게(How)’의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사고를 키워나가는 ‘케이스스터디’가 교육의 핵심이었다.” 25년간 삼성그룹 자문 역할을 맡았던 이창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쓴 <다시 이병철에게 배워라>에 나오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황태자 교육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전수한 경영교육의 근간은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나는 선친으로부터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고 자주 말했다. 이 회장은 유비가 제갈량과 손잡으려 세 번이나 집을 찾아간 내용을 묘사한 수묵화 ‘삼고초려도’를 이 상무에게 선물했다. 아들인 이재용 상무는 이 수묵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두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대부터 꾸준히 내려오는 가르침은 ‘듣고 또 들어라’의 경청의 미덕을 갖는 것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부회장이 됐을 때 선친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붓글씨로 쓴 ‘경청(傾聽)’이라는 글귀를 받았고 이재용 상무의 사무실에도 마찬가지로 경청의 글귀가 걸려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상무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그 첫 번째가 ‘1취(趣) 1예(藝)’는 있어야 된다는 것. 이 상무가 골프와 승마에 열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차家 아침형 인간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정 회장이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매일 오전 6시30분. 정 회장의 새벽 출근은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철저하게 학습된 것이다. 이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도 전해졌다. 정 회장은 “하루 24시간을 알차고 남들보다 2배로 활용하기 위해 아침을 활용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돌관정신(突貫精神)도 정 사장에게 교육되고 있다. 돌관정신은 선친인 정주영명예회장이 어떤 난관에 처해 있을 때 포기하기 보다는 “해보기나 했어?”라는 특유의 추진력이다.

LG家 인화정신

LG가의 자녀교육을 한마디로 말하면 ‘가족간의 인화(人和)’다. 구인회 창업회장이 자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 것 중에 하나가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였다. 이런 가르침은 70년 이상 지속됐던 허씨 가문과의 동업관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구본무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을 낭비하고 천하게 쓰는 것을 우리 집에서는 가장 큰 악덕 중 하나로 여겨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는 평소 자녀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사면 사용기한을 정해 그때까지 아껴서 쓰도록 했다. 사용기한 전에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함부로 훼손하면 절대 돈을 주지 않으면서, 한 푼의 돈도 헤프게 쓰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SK家 과학경영

최태원 SK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SK엔론 부회장은 모두가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강력한 권고였기 때문이다. 문과를 지원했던 최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동생인 최 부회장도 고려대 물리학과에 들어간 후 재료공학으로 전공을 바꿨지만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최종현 회장이 이처럼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자식들에게 강조하게 된 배경에는, 최 회장 스스로가 화학을 전공하면서 얻은 체험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 화학과를 나온 후 시카고 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최태원 회장이 회고하는 선친의 가르침 가운데 ‘자연과학’과 더불어 ‘유학’의 중시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유학의 필요성에 대해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친께서 내 인생에서 강제한 것 중에 몇 가지가 안 되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유학을 떠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유학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냥 때가 되면 유학도 가긴 가겠구나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한데 선친은 졸업식도 하기 전에 유학을 가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최종현 회장이 선택한 시카고 대학에서 최태원 회장은 평생의 배필을 만나게 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를 만나 테니스를 같이 치며 연애한 끝에 결혼하게 됐다. 당시 노소영씨는 런던대학을 마치고 시카고 대학원으로 옮겨 왔었다. 선친이 중매쟁이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규성  bob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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