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취 방안 짜라” 구조본 등에 극비 지시했다
“내 거취 방안 짜라” 구조본 등에 극비 지시했다
  • 정명필 
  • 입력 2005-09-20 09:00
  • 승인 2005.09.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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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극비리에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내부에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그룹측은 안기부 불법 도청파일이 공개된 직후 이 회장은 그룹구조조정본부와 핵심 경영인들에게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한 특단의 지시를 극비리에 내렸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내린 특단의 지시에는 “현재 직함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회장에서 물러나 삼성전자의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안 또는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는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같은 지시는 핵심 경영인들이 반대해 ‘없던 일’로 되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경영인들이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경우 삼성그룹 경영권 전체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자칫 안기부 불법 도청문제로 불거진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대내외적인 여건상 이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이 가능한 시점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얘기는 이 회장이 지난 9월4일 암 정밀진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이번 출국이 과거에 있어왔던 단순한 정기 검진 차원이 아니라 최근 검진에서 ‘이상 현상’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또다른 그룹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안기부 도청파일이 공개된 후 자신의 매제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그룹내 경영인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 했으며, 그룹 관계자들에게도 “부덕의 소치”라는 자괴적인 표현을 자주 썼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해 새삼 주목하고 있다.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이 회장의 외동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과 과도기 체제를 거친 뒤 이 상무에게 넘기는 방안, 그리고 제3의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시나리오 중 이재용 상무에게 직접 경영권을 이양하는 것은 아직까지 이 상무의 나이가 30대 중반에 불과하고 경영수업이 진행중이어서 무리라는 시각이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사채문제 등 이 상무와 관련된 부분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권 이양이 이루어질 경우 또다른 문제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삼성으로선 부담이다. 이중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일정기간 동안 과도기 체제를 만들어 이 상무의 경영수업을 거치게 한 뒤 자연스럽게 경영전면에 내세우는 방안이다. 과도기 체제를 이끌 인물로는 주미대사직에서 중도하차한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홍 전 대사의 경우 중앙일보로 복귀하는 문제는 어렵기 때문에 삼성으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안기부 불법도청 파일 공개 사건 이후 홍 전 대사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이도 여의치 않다. 일각에서는 윤종용 부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쌍두체제로 당분간 그룹 경영을 이끌어가게 한 뒤 이재용 상무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안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관측이다. 제3의 경영인을 내세우는 방안은 오너십을 중요시하는 삼성가의 특성에 비춰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건희 회장 ‘건강이상설’ 미국행 진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극비리에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 삼성그룹은 물론 정·재계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불법 자금 정·관계 제공설을 규명하기 위한 X파일 수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최근 미국으로 출국해 검찰 수사는 물론 국회증인 출석 문제도 사실상 큰 차질을 빚게 돼 그의 출국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단 삼성측은 “검찰 수사 회피용”이라는 정치권과 검찰 일각의 시각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일축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폐암 치료에 따른 6개월 주기의 정기 검진 결과 정밀진단 소견이 나와 주치의와 함께 지난 9월4일 출국했고 현재 정밀진단을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 및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출국이 건강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초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이후 5년이 경과된 시점이어서 암이 재발됐을 경우 삼성그룹 경영권 전체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이번 출국에 대한 관심은 어느때보다 높다.이건희 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둘러싼 진상은 무엇일까.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폐암 치료를 받았지만, 병원측이 6개월 주기로 정기 검진을 받도록 진단을 내려 그동안 연 2회씩 미국으로 건너가 암진료를 받아왔다”며 “이번 출국이 건강진단을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최근 정기검진에서 ‘정밀진단’ 소견이 나와 암문제가 재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주치의인 삼성병원 모 의사와 함께 출국했고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암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99년 9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가슴쪽에 고통을 호소하던 이 회장이 삼성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늑막 부근에서 1.9㎝ 정도 크기의 염증이 발견됐다. 그렇지만 의학계에 보고된 전례에 비춰 늑막 염증이 암으로 확인된 사례는 드물어 당시 이 회장측과 삼성병원측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이 회장은 2개월 뒤에 다시 검진한 결과 염증의 크기가 2배로 커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삼성가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결국 삼성병원측은 1999년 12월5일 미국에서 열렸던 북미흉부영상의학과 세미나에 참석한 의사들을 통해 이 회장의 진료 필름을 세계적인 흉부권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오른쪽 폐를 둘러싸고 있는 막의 임파선 부위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결국 이 회장은 1999년 12월12일 극비리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MD앤더슨 암센터로 갔다. 당시 삼성그룹측은 이 회장의 출국과 건강이상설에 대해 “결핵성 임파선염인 것 같다”거나 단순 “늑막염증증세”라고 둘러대는 등 마타도어를 쳤다. 당시 이 회장은 미국 병원에서 4개월 여 치료를 거쳐 이듬해인 2000년 3월27일 앤더슨 암센터로부터 “경과를 지켜보자”는 진단을 받고 귀국했다. 그 후 CT촬영 등에서 “염증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의학계에 의하면 암의 재발시기는 발병 후 5년이 고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이 최초 발병시점에서 5년이 되어가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실제로 당시 비슷한 시기에 MD앤더슨 병원에서 폐암치료를 받았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5년의 기간을 넘기지 못한 채 올초 작고했다. 정 회장 역시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페암을 앓다가 이 병원에서 정밀치료를 받고 귀국했지만 암이 계속 커지는 바람에 항암치료 등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출국에 대해 항간에서 국감 증인 채택 등 미묘한 국면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자 삼성측은 “국감 증인을 회피하기 위해 출국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현재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그룹 경영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의혹을 경계했다.

# 홍라희 여사 링거 꽂고 병상생활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지난 8월 이후 사실상 외부 활동을 끊은 채 와병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홍 여사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 사건이 터진 이후 몸져 누웠으며, 이 회장과 함께 이 문제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홍 여사는 주치의가 매일 찾아와 몸상태를 체크하는 한편 링거주사로 살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홍 여사는 자기 동생인 홍석현 회장과 관련된 얘기들이 언론에서 쏟아지고, 사돈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사건까지 겹쳐 며느리인 세령씨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매우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홍석조 고검장까지 의혹의 눈길을 받으면서 정신적 공황상태를 보이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여사의 경우 평소 자기 집안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터여서 이번 일련의 사건이 터진 이후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자 분노를 표시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홍 여사가 몸져 누우면서 이건희 회장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지난 9월4일 동반 미국행길에 올랐다는 게 삼성가 주변인사의 전언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부친이 머물고 있는 이태원 자택을 찾아 위로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9살이나 어린 부인 세령씨가 친정집 문제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필  mp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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