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총공세 펼친 安의 속내

이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한때 1:1 구도 이룬 상황을 상기시키며 존재감을 높이는 동시에 댓글조작 피해자임을 강조해 동정표도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서울시장 선거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 확정 첫 일성 ‘댓글작업 피해자’ 절절 호소
“피해 사실 국민 알아야” vs “피해자 코스프레…남 탓 안 돼”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일 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드루킹 사건’ 관련 자신의 ‘피해 사례’를 절절히 호소했다.
“지난 7년은 조작된 댓글 공격, 그리고 여론조작과 싸워온 시간이었다. 죽을 것 같이 힘든 모함을 겪었고 송곳에 찔리는 것보다 아픈 댓글에 피를 흘린 그런 시간이었다. 그들이 기계를 동원해 퍼트린 댓글 속에서 안철수는 사회 부적응자였고, 배신자였고, 돈만 밝히는 인간이었다. 안철수의 여자는 목동에도 있었고, 강남에도 있었다. MB의 장학생이었다가 어느 날 박근혜가 키우는 인물이 됐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드루킹은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 선거 제도를 공격한 최악의 조직 선거범죄 이름이다. 국민은 드루킹에 속았고 전국 이곳저곳에 제2, 제3의 드루킹 집단을 운영하면서 댓글 민심을 조작한 집단은 권력을 잡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피해자論
강조하는 까닭
이번 댓글 사건이 정권 차원의 여론조작 사건이며, 자신이 핵심 피해자임을 서울시장 후보 확정 첫 일성으로 부각한 것이다.
안 후보와 바른미래당이 드루킹 사건을 ‘피해자론’으로 부각하는 데에는 댓글조작이 민주당원에 의해 일어났고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가 연루된 점을 감안해 반(反)여권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이같은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 등으로 자신의 체급을 높이려는 계산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의 카운터 파트너(동등한 위치에 있는 상대)는 나다’라는 선명성을 부각해 보수표 결집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1:1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조작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것은 동정 여론을 자극해 ‘가해자’인 민주당을 심판해달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위원장”이라며 “현명하신 서울시민들께서 지난 대선에서 어떤 불법과 비리가 판을 쳐서 안 후보가 피해를 입었는지 똑똑히 헤아려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해 주실 것을 저는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서울시장 선거에 얼마나 득이 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부정적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정치인·전문가
“통하지 않을 것”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측의 댓글공작을 ‘부정 선거’로 규정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 선거와 같은 초대형 선거에서 흔히 있는 네거티브라는 지적이나온다. 현재까지의 수사에서 드루킹 일당이 지난 대선 때에도 매크로 등 불법 댓글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대표적 네거티브로 회자되는 ‘MB 아바타’는 드루킹 측보다 안 후보 스스로가 TV토론에서 언급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당 출신 한 인사는 “자신이 최대 피해자라고 하는데 피해자 코스프레다. 선거 때 여러 가지 흑색선전이 있는데 스스로가 거론 안 해도 될 것을 거론해 무덤을 판 것”이라며 “누구 탓을 하고 항변할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이어 “선거라는 게 전쟁”이라며 “당시 안철수 지지 팬클럽에서도 똑같이 SNS을 통해 정략적으로 공세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출신 한 의원은 안 후보가 ‘피해자론’을 부각하는 데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 “아직 대선 주자로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럴 단계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로서 정책 개발에 힘쓰셨으면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 박시영 부대표는 드루킹 총공세를 펼치는 안 후보의 행보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TBS라디오에 나와 “박원순 시장이 헛발질을 하거나 댓글 조작 문제가 커진다고 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오를 것인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안 후보는) 그동안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못 보여줬다. 그래서 상황을 돌파하기에 현실의 벽이 두텁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드루킹 사건을 고리로 강도 높은 대여 공세를 펼치는 것은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에 마땅한 정책 이슈도 없는 데다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이슈 파이팅’이라는 것이다.
당내 한 친안계 의원은 “이슈 선점의 측면이 있지만 (안 후보 피해 사례가) 사실이니까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며 “사실대로 국민들이 알아야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드루킹 사건에 대한 안 후보의 총공세에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란 프레임을 꺼내든 상황이다. 이에 안 후보는 대선 불복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한 듯 ‘최대 피해자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지난 22일 선거캠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피해자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문제 제기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 시민의 헌신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민주세력을 가장한 사람들에 의해 짓밟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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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스로 역량부족으로 발등찍은 듯ㅜ
이번 서울시장선거는 김문수후보라도 이기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