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수 저격’은 洪에 맡기고, 김태호는 지역 ‘올인’... 투 트랙 전략 通할까
- 9.1%p→6.8%p, ‘드루킹 사건’ 이후 경남 오차범위 내 접전
지난 4월 13~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부산일보와 부산 MBC의 의뢰를 받아 경남·부산·울산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0여 명에게 각각 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4%p) 김경수 의원 43.2%, 김태호 전 지사 34.1%로 김 의원이 9.1%p 앞섰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벌인 각종 지표에는 후보 지지도의 변화가 뚜렷이 나타난다. J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양일 간 경남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81%), 유선전화면접(19%)을 병행해 여론조사를 실시,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김경수 의원 40.4%, 김태호 전 최고위원 33.6%로 오차범위 내 (6.8%p) 접전을 보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5%p다. ‘없음·모름·무응답’ 등 부동층도 23.6%에 달했다. (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 “변화·혁신 위한 선거,
‘드루킹’ 변수 크지 않다“
10%p 안팎의 격차를 보이던 두 후보 간 지지율이 불과 10일여 만에 오차범위 이내인 6.8%p 차로 좁혀진 것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드루킹 사건이 김 의원에게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PK 입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을 차출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김 의원이 ‘드루킹 사건’에 휘말리면서 판세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애써 ‘드루킹 사건’으로 인한 변수는 크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낙후된 서부 경남 지역의 발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이지 ‘특정 이슈’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여기에 이번 경남 선거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PK 입성은 물론이고 ‘드루킹 정국’까지 단번에 타개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표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이번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민주당이 경남지사 선거뿐 아니라 전체 선거판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후보가 이미 두 번 도지사직을 지냈고 유권자들에게 ‘올드보이’ 이미지가 강한 데다 한국당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호재’가 터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을 어떻게든 지선까지 끌고 가면서 그동안 침묵하던 보수 지지층의 재결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출마한 경남 쪽 민심이 가장 먼저 반응할 것”이라며 “김 의원이 ‘드루킹’ 김 씨에게 댓글 여론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더 심각해지면 김 의원이 중도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분위기가 좋다. 김태호 후보가 2012년 총선에서 김경수 후보를 상대로 이긴 경험이 있는 만큼 지지자들도 자신감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경남 지사 선거를 ‘드루킹 변수’, 김경수·김태호 두 후보의 역량과 상관없이 홍준표 대표의 ‘재신임 선거’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당 후보는 김태호 전 지사이지만 결국엔 ‘김경수 대 김태호’가 아닌 ‘김경수 대 홍준표’의 싸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미 홍 대표는 지난 2월 27일 경남을 방문해 “고향 사람들이 홍준표를 재신임해 줄 것인지 물을 것”이라며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에 제1야당 대표 홍준표의 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홍준표 ‘재신임’이냐,
새로운 변화 김경수냐
이를 방증하듯 김경수 의원과 홍준표 대표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날로 심화되는 형세다. 김 의원은 20일 출마 선언에서 “새 경남의 변화를 함께 만들자”며 “이번 지방선거는 경남이 극우로 돌아갈지 아니면 미래로 힘차게 나갈지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다. 몰락하는 보수가 아니라 경남 도민의 삶을 살려야 한다”고 전반적으로 과거(홍준표 대표)와 미래의 프레임 속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맞서 홍 대표 역시 김 의원에 대한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김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김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홍 대표는 “김 의원의 출마를 반갑게 생각한다”며 “출마를 안 하면 드루킹 사건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출마를 하면 여론조작 사건이 선거기간 내내 회자될 것이기 때문에 며칠 동안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김 의원이 아킬레스건을 공략했다.
그런데 홍 대표의 이 같은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정작 김태호 후보는 중앙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그는 지난 9일 출마 선언에서 “지방선거에는 중앙 논리는 배제되는 게 맞다”며 “경남도정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평가하는 선거이지, 중앙 논리가 선거에 개입하는 중앙 지원이나 메시지는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과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칫 홍 대표와 김 후보 모두가 ‘드루킹 사건’만을 잡고 흔들 때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공약과 비전은 등한시하고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홍 대표는 김경수 후보 저격수를 맡고, 김 후보는 중앙당과 거리를 두며 지역 현안을 챙기는 ‘투 트랙 전략’을 실행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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