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조직은 상명하복이 생명”
수입차 개방 초기 업계에서 유행한 말이다. 당시에는 수입차딜러들은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선후배 관계가 명확했다. 반면 최근 입사한 딜러들은 철저한 ‘개인주의’다. 눈치는커녕 능력이나 인센티브에 먼저 관심을 갖는다. 여기에 이메일, 동영상, 문자메시지, 개인 홈페이지 등 각종 신기법을 동원해 차를 판다. 초기 딜러들 중 한명으로 꼽히는 박모씨는 “요즘 후배들은 선배들의 도움 받기를 싫어한다”면서 “그러나 나이트클럽이나 가라오케에서 가망고객들을 발굴해오는 걸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고객, 따로 있다
딜러들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초기 딜러들이 외향적이었던 반면 최근 딜러들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다. 대신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고객에게 정보를 판다는 자세로 일에 임한다. 회사간 이직률도 높아졌고 능력 있는 몇몇 영업사원들은 각 판매사의 스카우트 리스트에 올라 있다.한성자동차에서 벤츠를 파는 장정희(43) 차장은 경력 8년차로 그동안 포드, BMW, 아우디 등 여러 차를 팔았다. 업계에서는 ‘베테랑’으로 통한다. 장차장은 “비싼 수입차를 잘 팔려면 전시장에 들어서는 고객만 봐도 차 구매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반(半)도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첫 번째 비법은 고객의 복장을 살피는 것이다.
힙합스타일이나 찢어진 청바지 등 ‘불량한’ 복장의 고객은 ‘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세련된 느낌이면 일단 OK. 두 번째, 고객과 상담하는 동안 구두나 핸드백, 장신구 등을 본다. 수입차는 아무리 가격이 싸도 3,000만원이 넘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를 하나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면 그만큼 살 확률이 높다. 장 차장은 그러나 “노하우가 있어도 수입차판매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내방고객 중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고작해야 10~20% 정도. 지금 사러 간다고 전화가 와 외근도 못 나가고 기다리지만 저녁때까지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고객이나, 산다고 약속했다가도 계속 연기를 해 활동비만 날리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턱대고 값을 깎아달라는 고객에 맞춰 자신의 인센티브를 거의 포기하는 영업맨도 있다고 했다.
가능성 1%에 올인
그렇다면 신세대 영업사원들은 어떨까. 고진모터스에서 아우디를 팔고 있는 신세대 영업사원 박홍규(28)씨는 PDA를 들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상담 고객이 원하면 PDA를 꺼내 바로 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의 첫 고객은 30대 초반의 임대업자였다. 아내를 위해 차를 산다던 그 고객은 상담 이틀 만에 차를 계약해버려 ‘이런 게 차 파는 것’이란 생각도 할 틈이 없었다. 의사, 자영업자, 대기업 임원들에게도 차를 팔았다. 의사의 경우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마치 환자 진단하듯 필요한 것만 조목조목 물었다고 한다. 한 자영업자는 마치 사업을 하듯 “다른 영업사원은 차 값을 깎아준다던데 너는 왜 비싸게 부르냐”며 밀고 당기기를 시도해 진땀깨나 흘렸단다.박씨는 고객의 외양에 치중해 구입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오는 고객, 단지 차를 구경하러 온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해 맞겠다는 것. 이어 그는 “아직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고 내가 좋아하는 차를 판다는 재미가 커서 그런 것 같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브랜드마다 직업도 달라
딜러들은 수입차를 팔다보면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기는데, 소비자들의 직업에 따라 선호브랜드가 다르다는 점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중견기업인들과 재무통들은 주로 BMW를 선호한다. 정·재계 보좌진들과 회장사모님들은 대체적으로 아우디를 타며, 의사들(특히 치과의사)은 렉서스에 흥분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혼다와 푸조는 실리를 추구하는 중견기업 CEO급들이 주로 애용하며, 연예인들은 벤츠나 스포츠카에 관심을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딜러의 덕목에 대해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은 이미 국산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 딜러들은 풍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경쟁 차종과 비교해 장단점을 확실히 알고 나름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업계관계자들은 “값비싼 수입차들을 항상 옆에 두고 있을 수 있지만, 화려한만큼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오래 할 수 없는 직업”이라며 딜러지망생들의 철저한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 푸조자동차 홍진모터스 - 강병렬 딜러
2년 뒤 ‘판매왕’ “푸조에서 반드시 이루겠다”
디젤승용차로 수입차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푸조자동차. 프랑스의 국민차그룹 푸조는 그동안 수입차업계에서 마이너브랜드로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푸조는 유럽2위의 자동차왕국다운 면모를 다시금 찾아가고 있다. 대중적인 오픈카인 206CC를 비롯, 연비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407TDI 등이 잇달아 히트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업계의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푸조자동차. 바로 이 푸조의 인천지역 딜러를 맡고 있는 홍진모터스의 강병렬(26) 딜러를 만나봤다.
Q> 수입차업체의 딜러란 흔한 직업은 아니다. 특별히 딜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
A> 이전 직장에서 흥미를 잃고 방황하던 중 푸조자동차의 206cc를 접하게 됐다. 놀라운 성능과 깜찍한 디자인에 반해 이것저것 자료를 조사하다 푸조차의 저렴한 ‘가격’에 깜짝 놀랐다. 또한 가장 빨리 오픈되는 까브리올레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을 느끼면서 자연스레 푸조자동차의 딜러가 되고 싶어져 입사했다.
Q> 아직 신입이라고 들었는데, 일한지는 얼마나 됐으며, 현재까지 몇 대의 차량을 팔았는지?
A> 입사이후 교육과 실습 등을 두달 가까이 익혔으며, 사실상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게된 것은 50여일이 조금 넘는 정도. 하지만 지금까지 차량3대를 벌써 인도해 상당히 일에 빠르게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Q> 영업직은 인맥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인천지역 세관 및 세무사들을 상대로 현재 고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맨투맨 영업에 나서고 있다. 또한 주중에는 아파트입주민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골프행사 지원을 나서는 등 인천지역 지도층인사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딜러라는 직업이 사람들을 주로 관리하는 직종이다. 딜러라는 직업의 장단점을 설명해 달라. A> 단점으로는 근무 자체가 높은 노동강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매일 늦은 퇴근을 해야 한다는 점. 이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점이다. 얼마전에는 여자친구도 떠나가 더욱 더 외로운 상태다.
Q> 딜러로서 자신을 돌아본다면 자신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A> 열정이라고 본다. 면접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다. 그냥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라고 생각했었고, 그것을 답변으로 그대로 말씀드렸더니,‘열정이 좋아서’ 뽑았다고 들었다.
Q> 딜러가 된 뒤 심경상의 변화가 일어난 점이 있다면?
A> 일단 마음가짐이 상당히 변했다. 졸부들의 차라는 수입차의 이미지가 자수성가한 이들의 차량이라는 마음으로 고쳐지게 됐다. 또한 입사를 통해 금전적인 면에서 상당한 여유를 갖게 됐다.
Q> 딜러로서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
A> 영업사원에게 판매왕만큼 큰 영광이 또 있을까. 부지런히, 열심히 해 꼭 2년안에 판매왕에 등극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자수성가한 이들을 많이 만나면서 겉모습이 성공의 잣대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배웠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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