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업들“M&A통해 대기업으로 거듭난다”
호남기업들“M&A통해 대기업으로 거듭난다”
  • 서종열 
  • 입력 2005-11-09 09:00
  • 승인 2005.11.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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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눈과 귀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에 쏠리고 있다. 이른바 ‘호남기업’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들이 최근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등 굵직굵직한 대어급 M&A에 전문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이목을 가장 먼저 끈 기업은 바로 대주그룹. 대주그룹은 하반기 최대규모가 될 M&A매물인 ‘대우건설’ 인수를 전격 선언,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게다가 국내 최대 화물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을 놓고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유진그룹이 서로 인수를 장담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있었던 ㈜한글과컴퓨터의 이노츠 유상증자에 백종진 사장을 비롯, 호남출신 기업인 명사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호남기업인들과 호남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재계에 ‘호남 열풍’이 불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기업들이 최근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재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호남기업들은 하반기 최고의 M&A매물로 평가받고 있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전격적으로 나서면서 호남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대주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서울에 기획구조조정실을 새로 신설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돌풍의 주역 ‘대주그룹’

현재 대주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대주홀딩스’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 상태. 대주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인수 참여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그룹에 따르면 자산규모만 2조원대인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서는 최소 1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를 통한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대우그룹 출신의 임원급 인사를 전격 영입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주그룹은 최근 세양선박의 백기사로 나서기도 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양선박 경영권을 놓고 S&T중공업의 최평규 회장과 세븐마운틴그룹의 임병석 회장이 대립한 가운데 대주그룹이 세븐마운틴의 백기사로 나서 세양선박의 제3자유상증자에 전격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호남출신 기업들이 뭉치고 있다”며 지역주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업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븐마운틴그룹의 해운사들과 대주그룹의 대한화재가 같은 동향인 점 등이 대주그룹을 백기사로 나서게 한 배경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대주그룹은 허재호 회장이 1981년 설립한 대주종합건설(현 대주건설)로 시작해 현재 대주건설을 중심으로 시멘트·조선·보험·신문사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 다툼 금호와 유진그룹

국내 최대 화물물류업체인 대한통운 인수에는 같은 호남출신 기업인 유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전격 인수에 나선 상태. 당초 대한통운 인수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만이 참여했으나, 지난달 30일 유진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작업을 공식 인정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의 선봉에 선 이는 유진그룹 김대기 부회장. 김 부회장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외국계 물류회사와의 전략적 제휴와 자본유치도 추진 중”이라고 밝혀 대한통운 인수작업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음을 짐작케 했다. 유진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에 전격적으로 나선 것은 레미콘·시멘트와 미디어사업인 그룹의 양대 축을 바탕으로 물류업을 신성장엔진으로 보고 있기 때문.

유진그룹 관계자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뒤 내년 대한통운을 비롯한 중대형 물류 혹은 택배회사 1~2곳을 인수해 5년 매출 5조원시대를 연다는 게 그룹의 복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통운 인수전에는 호남기업으로 유진그룹 외에도 금호아시아나가 참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범양상선 인수전에도 나서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사실상 인수한 곳은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여객과 물류분야에서 최고로 올라선다는 계획아래 전략적인 인수전에 나서고 있지만, CJ·STX그룹 등의 견제가 심해 대한통운 인수에 여전히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다.

프라임산업과 세븐마운틴그룹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호남기업들은 이외에도 상당하다. 강변역 테크노마트를 운영중인 프라임산업과 최근 세양선박M&A전으로 인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세븐마운틴그룹도 호남 기업들. 프라임산업은 지난달 ㈜한글과컴퓨터의 계열사인 이노츠의 유상증자를 통해 호남기업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터보테크 등 벤처대표기업들의 유상증자 참여를 공언하다, 분식회계사태로 참여기업들이 변경되면서 거물급 호남명사들의 증자참여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이노츠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호남 명사로는 백종진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사장을 비롯해, 신선호 옛 율산그룹 회장, 신승남 전 검찰총장, 변형 전 한국투자신탁 사장, 이강환 대한생명 고문 등이 참여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백종신 한컴 사장의 마당발 인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호남 재벌들이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에 나서며 종합해운선사로 발돋움한 세븐마운틴그룹도 대표적인 호남기업. 세븐마운틴그룹은 광주출신의 임병석 회장이 이끌고 있다. 세븐마운틴그룹은 최근 우방건설을 인수하며 영호남을 연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불거진 세양선박M&A와 관련해서는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백기사로 전격 나서 호남출신 기업들만의 끈끈한 의리(?)를 다시 한번 재계에 보여줬다.

‘지역주의 바람’우려 시각도

한편 재계관계자들은 재계에 불고 있는 ‘호남기업 돌풍’에 대해 “재계에 지역주의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견기업들의 본격적인 몸집불리기가 과거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과 닮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지역기반의 중견그룹들의 몸집불리기는 과거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이라기보다는 목표를 가지고 성장하는 전략적인 M&A에 가깝다”면서 “세븐마운틴그룹과 대주그룹에서 보듯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을 M&A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최근 중견그룹들의 인수시도는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 재계는 지금 ‘M&A 열풍’

알짜기업들의 주인찾기가 본격화되면서 재계가 흥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고 있는 매물들의 경우 산업계와 금융계의 판도 자체를 뒤바꿀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각 업체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올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M&A 시장에 나올 기업들은 대한통운·현대건설·대우건설·쌍용·하이닉스반도체·우리금융·외환은행·LG카드·대우정밀·대우인터내셔널·대우조선해양·대우일렉트로닉스 등 모두 20여개에 이른다. 주인을 찾는 기업들 자체에 알짜들이 많다보니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LG에서 분리된 GS그룹은 전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에, 대한통운의 경우 STX를 비롯한 금호아시아나ㆍ롯데ㆍCJ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벌써 기업실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도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M&A업계의 큰손인 군인공제회ㆍ웅진그룹ㆍ대주건설이 인수 예상업체로 거론되며 실사를 진행중이다. 반면 소문만 꼬리를 물고 있는 곳도 있다. 하이닉스는 LG전자가 옛 LG반도체를 되찾는 차원에서 후보로 꼽히지만 회사 쪽에서는 공식 부인하고 있으며, 동부반도체도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직접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M&A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중견기업들의 활약이다.

‘외길’을 고집하던 한일시멘트와 영남제분이 신한은행이 보유한 삼양식품 매각작업에 도전한 것이나, 최평규 S&T중공업 회장이 세븐마운틴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세양선박 지분 18.1%를 깜짝 매입, 지분경쟁에 돌입한 것은 M&A가 중견기업들의 성장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금융계에서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실질회원 950만명에 10조8,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LG카드 인수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황영기 행장이 직접 나서 여러 차례에 걸쳐 LG카드 인수의사를 타진했다. LG카드 인수에 실패하면 규모면에서 3위권으로 처질 수 있어 공격적인 자세로 인수를 추진중에 있다. 신한금융도 라응찬 회장을 비롯, 지주회사 및 신한카드 등에서 여러 차례 인수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은 신한ㆍ조흥은행 합병 후 LG카드까지 인수하면 국민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대형사로 성장한다. 한편 씨티은행은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ㆍLG카드를 동시에 모두 인수하겠다고 선언해 M&A시장의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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