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기업 ‘다단계에 당했네’
통신대기업 ‘다단계에 당했네’
  • 서종열 
  • 입력 2005-11-09 09:00
  • 승인 2005.11.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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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공룡’으로 불리는 KT가 데이콤을 상대로 물품대금 지급소송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KT에 따르면 지난 2003년 40억원 상당의 인터넷전화(VoIP) 장비를 데이콤에 납품했지만, 계약서상의 하자를 이유로 대금지급을 미뤄와 결국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청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데이콤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KT와 원만히 합의하겠다”고 밝힌 상태. 그러나 업계는 데이콤과 KT와의 통신장비 납품에 한 중소통신업체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통신장비 용역의 원청기업이 별정통신 다단계업체로 알려진 ‘KI텔레콤’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KT와 데이콤이 물품대금 지급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003년 KT가 납품한 40억원 상당의 인터넷전화 통신장비 대금을 데이콤측이 지급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KT에 따르면 지난 2003년 KT는 데이콤과 통신장비 하청계약을 맺은 뒤, 인터넷전화용 단말기 4,000대와 게이트웨이 장비 2,000대 등을 납품했다. 당시 이 장비들은 KT계열사인 KT파워텔의 사업파트너 KI텔레콤이 데이콤에 발주한 장비로 알려졌다.

데이콤의 궁색한 해명

문제는 데이콤이 물품을 접수한 뒤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데이콤이 대금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지급거부 사유에 대해 데이콤은 “KT의 하청계약서 인감은 데이콤의 기업인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결국 KT는 지난달 28일 ‘통신장비 물품대금 4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장을 서울 중앙지법에 제출, 데이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KT는 ‘기업인감도장이 다르다’고 밝힌 데이콤의 해명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하청계약부터 납품과정까지 계약서상의 도장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가 대금지급 요청이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들도 데이콤의 해명을 ‘궁색한 변명’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초 장비를 납품할 때부터 이를 지적했어야 옳다”면서 “통신장비는 장비대로 받아놓고, 이제와서 ‘도장’을 핑계로 대금지급을 미루는 것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송을 당한 데이콤의 대응도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데이콤은 당초 KT의 대금지급 요청에 대해 “인감도장이 다르다”며 완강하게 대금지급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KT가 소송을 제기하자, “법정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 KT측과 원만히 합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한발 물러난 상태다.

원청기업은 다단계통신업체(?)

통신장비를 둘러싼 데이콤과 KT의 대립이 결국 법정으로 이어지면서 통신업계는 양측의 대립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 대부분은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KT가 피해자인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데이콤 역시 피해자”라면서 “이번 소송의 근본적인 원인은 얼마 전 폐업처리된 ‘KI텔레콤’”이라고 지목했다. KT-데이콤 ‘물품대급 소송’의 근원으로 지목한 KI텔레콤은 별정통신 다단계업체로 KT파워텔의 ‘013에어로’ 서비스를 자사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해왔으나, 현재 폐업 처리된 상태며, 당시 대표이사는 구속 수감된 후 재판 중에 있다. 문제는 KI텔레콤이 폐업처리 됐다는 데 있다.

KT와 데이콤의 물품대금 분쟁의 원인인 인터넷전화 통신장비를 데이콤에 발주한 업체가 바로 KI텔레콤이기 때문이다. 당시 KI텔레콤은 별정통신 분야를 벗어나 TRS(기간통신사업망)까지 사업 분야를 넓히면서 KT측과의 마찰을 우려해 데이콤과 TRS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KI텔레콤이 인터넷전화장비 용역을 데이콤에 맡겼고, 데이콤은 다시 KT측에 하청을 준 것. 그러나 원청업체인 KI텔레콤이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결국 데이콤에 용역발주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KT 역시 통신장비 납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이젠프리 폐업“KT파워텔에도 불똥 튀겼네~”

KI텔레콤의 폐업이 KT파워텔에 불똥으로 튀었다. 폐업으로 인해 당초 계약했던 서비스 공급을 해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KT파워텔은 지난달 21일 ㈜이젠프리글로벌(KI텔레콤+㈜이젠프리)과 체결했던 453억원 규모의 ‘이젠프리에어로’ 서비스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젠프리글로벌의 폐업에 따라 서비스 협정 및 위탁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 KT파워텔 관계자는 “당초 계약은 통신서비스 상품 공급계약을 통해 체결됐으며 계약금은 이미 지난해 매출액으로 지급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계약해지 이전에 ㈜이젠프리글로벌이 KT파워텔에 제공한 서비스 내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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