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롯데그룹이 경영·재산권 교통정리를 끝냈다고는 하지만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연인으로 알려진 서미경과 신영자의 자식인 3세까지 경영에 뛰어든 상황에서 후손 사이에 재산 분배 문제는 남은 숙제이다.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지난 연말, 신격호 회장은 코리아세븐, 롯데캐논 등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데 이어 신동빈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도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 등기 이사에서 물러났다.신동빈 부회장은 최근 패스트푸드 제조업체인 롯데 후레쉬델리카 등기 이사를 사임하고, 이 회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 등기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다.이 같은 롯데그룹 경영진 일가의 행보에 대해 재계에선 신동빈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쇼핑 상장놓고 신영자 분가설
상장을 앞둔 롯데쇼핑을 키우는데 일조한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가 조연으로 내려앉고, 그 자리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주연으로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설이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롯데쇼핑은 신 부사장에겐 애정이 듬뿍 담긴 기업이다. 그는 1997년부터 롯데쇼핑의 총괄부사장으로 취임해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을 통해 ‘유통명가 롯데’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롯데 본점에 최고급 명품관인 ‘애비뉴엘’을 새롭게 문 열며 롯데쇼핑의 중흥을 이끌었다.그런데 신영자 부사장이 아닌 신동빈 부회장이 기업공개를 주도하면서 두 사람의 불화설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해 롯데관계자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불화설을 부인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영자 부사장도 자연스럽게 분가설이 재계에서 흘러나온다.신격호 회장의 맏딸인 신 부사장은 동생들인 신동주-신동빈 형제보다 ‘손 위’지만 후계구도 논의의 중심에선 늘 빠져있었다. 롯데쇼핑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롯데쇼핑의 실세’라는 일부 언론의 극찬까지 들었지만 ‘딸’이라는 한계가 작용해온 셈. 재계 일각에서는 신부사장이 롯데쇼핑을 가지고 분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우선 지분구조상 신부사장의 입지가 취약한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지분을 신동주(21.18%), 신동빈(21.19%), 신격호(1.77%)회장이 나눠가지고 있는 반면 신영자 부사장의 지분은 1.13%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분대결이나 분가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신영자 부사장의 독립 가능성에 대한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이 가장 아꼈던 딸 이명희(현 신세계 회장)에게 유통업을 물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의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큰딸 신영자에게 유통업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이 그룹핵심인 롯데의 현실에서 차기 후계구도상 신 부사장의 유통업 승계는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롯데쇼핑은 지난 2005년 6월 기준으로 백화점 19개(업계1위), 할인점41개(업계3위), 슈퍼마켓44개(업계 2위)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유통업체로 상반기 매출액만 5조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이다.
영원한 연인 ‘샤롯데’와 같은 존재 서미경… 재산 분배과정 재계 주목
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배우 서미경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한다. 안양예고 시절 미스롯데에 당선되어 연예계에 데뷔한 서미경은 지난 72년 영화<방년18세><단 둘이서>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눈에 들어 연예계를 은퇴하고 재벌가의 여인이 된 추억 속의 영화배우이다. 이후 서미경은 30여 년 동안 철저하게 자신을 베일 속에 감추고 신격호 회장의 숨은 여인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미경의 친척들이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등 한때 포스트 신격호와 관련,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으나 신회장의 아들들이 롯데 경영에 참여하면서 서미경 일가는 롯데 그룹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일본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에게, 한국 롯데는 신동빈에게 큰 틀에서 분리되어 경영하고 있기 때문.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배제된 서미경에게 어떠한 보장이 주어졌는지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신격호회장과 서미경 사이에 태어난 자제가 둘 있어 향후 롯데그룹의 재산 분배와 관련 뜨거운 감자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90년대 중반 신동빈이 한국 롯데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서태규 전 전무 등 서미경 일가의 퇴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 자리에 신동빈을 보필하는 측근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때부터 서미경이 버림받고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설들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왔다. 이에 대해 롯데관계자는 “회장님께서 보살펴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족들에게도 일정한 보상을 한 것으로 안다”고 주변에 나도는 소문을 일축했다.올해 85세인 신격호 회장에 비해 서미경의 나이는 51세이다.
장녀 신영자보다 열한 살이나 작고, 차남인 신동빈과는 나이가 같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는 신격호 회장이 서미경을 돌봐주고 있지만, 사후에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족들 문제를 기업 경영과 관련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와 연관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아직 경영권에 대해 회장님의 방향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서미경씨는 롯데그룹의 지분을 가진 적이 없다. 따라서 경영권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가족들끼리 이미 정리를 한 것으로 안다. 따라서 향후 경영권 문제는 물론 서미경씨와 관련된 재산 분쟁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이 같은 롯데그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한차례씩 재산 다툼에 휩쓸린 현대, 두산, 한진, 한화 등 기업들에 비춰 신동빈, 신영자, 서미경의 자녀 등 신격호회장의 2세들도 신회장 생시에는 침묵해도 사후에는 불거져나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경호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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