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리 전대표 ‘체포령’
대검 중수부는 지난 3월 30일 검사 3명 등 수사인력 60여명을 동원해 론스타 한국 사무소와 문서보관 창고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핵심인물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청구를 신청했고, 론스타 관련 내외국인 1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 및 출국정지 조치를 취했다. 사실상 론스타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 착수다.
검찰은 향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이달 초 고발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국세청이 작년 10월 고발한 탈세사건 ▲금융감독위원회가 검찰에 통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외환 불법반출 등 3곳에 메스를 들이댈 방침이다.검찰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매각과 관련, 론스타의 불법행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해나가고 있다.금감위와 재정경제부가 통계수치를 조작해 외환은행을 부실기관으로 둔갑시켰고, 은행법도 확대 해석해 주주 자격이 없는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았다는 것.
외환은행은 2003년 금감위에 제출한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연말전망치와 외환은행 이사회에 보고한 전망치를 각각 6.16%와 10.0%로 달리 표기했다.또 외환은행 매각협상 시기에 재직했던 당시 이강원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수석부행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퇴직하면서 거액의 퇴직금과 경영고문료를 받았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입 당시 금융기관이 아닌 단순 펀드로 대주주 자격이 없었다는 점에서 대주주 자격심사와 적정매매가격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는 의혹이다.
감시센터 전현직 관료 ‘고발’
지난해 9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경제관료 및 은행 경영진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헐값 매입에 관련됐다며 김진표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정재 금감위원장 등 20여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스티븐 리(37ㆍ이정환)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 전직 임원 4명과 자회사 2개,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 14개사에 대해 탈세 의혹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이들은 과세 자료를 은닉하고 국내투자 소득을 조세피난처 소재 은행계좌로 직접 송금하며 147억5,000만원 가량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검찰은 조세피난처 활용, SPC의 가공용역 처리, 결손법인에 소득 떠넘기기 등의 방법으로 탈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코리아는 역삼동 스타타워빌딩을 6,200억원에 사서 싱가포르 투자청에 주식거래 형태로 9,000억원에 매각해 2,800억원의 차익을 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각 주체를 벨기에 소재 론스타의 스타홀딩스라고 속여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으로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벨기에 사이에 체결된 `주식거래에 대해 과세하지 못한다’는 조세협약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회사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론스타 임원 해외계좌에 보낸 뒤에 국내 SPC에 컨설팅 용역 등을 해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세금을 덜 내는 편법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외환 밀반출 의혹에 ‘철퇴’
론스타는 자회사와 위장거래를 통해 외화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론스타 자회사인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와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가 용역을 수행하지도 않고 론스타 임원이 설립한 해외 법인을 통해 6차례에 걸쳐 860만 달러의 용역비를 불법지급했다는 것. 금감위가 지난 2월 허드슨코리아와 론스타코리아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 내용을 검찰에 통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론스타를 수사하고 나선 것은 정부와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이다. 론스타가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각 차익을 챙기고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해외투기자본에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여기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국가기관이 론스타 조사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해 검찰은 너무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최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뒷북수사’를 하게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된 듯 보인다.검찰의 압수수색의 양상으로 볼 때 향후 론스타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김재록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론스타 사건을 중수 2과에 배정하고, 수사 검사도 2명에서 4명으로 늘렸고, 국세청과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압수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끝내는 시점에서는 수사 인력을 계속 보강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출국금지를 통해 관련자의 도피 가능성도 차단했다.
압수수색으로 관련 자료도 충분히 확보한 만큼 김씨 사건처럼 급하게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소환 조사 방식으로 수사 속도를 조절해 가며 융통성 있게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도 “외환은행 매각 동향을 지켜보면서 차분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검찰은 범죄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탈세 사건과 외환도피 사건을 우선 수사해 론스타를 압박한 뒤 핵심 수사 과제인 외환은행 헐값 매입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김씨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김씨 사건을 맡고 있는 중수 1과가 론스타 사건을 맡고 있는 중수 2과와 협조해 추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론스타와 관련한 여러 의혹, 비리 등에 대한 입증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이다. 그 동안 론스타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왔고 상당 부분 범죄 혐의가 소명(확인)이 됐기 때문에 압수수색 한 것”이라고 말한다.
외환은행 주인없는 ‘풍선 신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검찰이 수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대상자인 국민은행에 대한 독과점 여부가 문제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30일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독과점 여부와 관련해 당초 예상보다 ‘장기간에 걸쳐 꼼꼼히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허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아직 심사 요청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결합 건은 기본 조사기간인 30일 이내에 끝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법이 정한 연장기간(최대 120일)이 부족하면 추가로 연장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지분을 사고파는 사적 거래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지만 현행법은 은행업의 특성을 감안해 반드시 당국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고 승인이 없으면 거래는 무산될 수도 있다. 설명대로라면 외환은행 매각 완료시점은 여름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독과점 판단에 가장 중요한 시장 점유율과 관련해 현행법은 특정기업이 점유율 50%를 넘거나 상위3개사가 70%를 넘으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은행업의 경우 별도의 기준은 없는 상태다.허 처장은 “이번 건은 제일 큰 은행이 합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점유율 50%가 안되더라도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 시장 내에서 영업하는 은행들 간 점유율 격차나 해외경쟁까지 고려해서 따져야 한다. 만약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식 매각을 명령할 수 있고 경쟁 제한성이 있는 시장에 대해서만 시정명령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현재 점유율에 대한 매각 관련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막판 경쟁에서 탈락한 하나금융지주 측은 내부 자료를 통해 “상위 3개사 70%가 넘는 분야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도 외국환 거래 점유율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국민은행 측은 “전체 시장에 5대 특수은행을 포함시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서고 있다.금융권에선 검찰의 론스타 수사로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각의 최종 계약 및 당국 승인 등이 다소 지연되거나 복잡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경호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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