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상장 통해 4조원 ‘시세차익’… 고스란히 ‘국부유출’
롯데쇼핑 상장 통해 4조원 ‘시세차익’… 고스란히 ‘국부유출’
  • 조경호 
  • 입력 2006-05-17 09:00
  • 승인 2006.05.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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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회장 신격호)의 후계 구도를 놓고 오너일가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재연될 조짐이다. 신격호 회장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이 각각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를 맡는다는 게 후계 구도의 축이다. 이것으로 롯데의 경영·재산권 교통정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하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했던 신동빈 부회장이 최근 M&A전에서도 ‘3전 3패’를 거두면서 경영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올해 85세로 고령인 신 회장의 생시에는 한국과 일본으로 나뉜 후계 구도를 축으로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후에는 그룹 분리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추측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체제 ‘흔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정리는 끝났다. 신격호 회장은 장남과 차남에게 각각 일본롯데와 한국롯데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일본롯데는 신동주 사장을 중심으로, 한국롯데는 신동빈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올 초 롯데쇼핑 상장을 주도하며 대표이사직까지 거머쥐었다. 신 회장을 보좌하던 원로임원들을 일선하게 물러나게 한 대신에 자신을 보좌할 새인물들로 자리를 메웠다. 이로써 경영권 승계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듯싶었다. 하지만 최근 롯데월드 사고와 까르푸 인수 실패, 간부 직원의 경쟁업체 무단침입 등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대표이사로서의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상장 전 롯데쇼핑(5월 12일 종가 37만8,000원)공모주에 참여했다가 손해를 본 한 소액주주는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등의 경영 결과는 부실하다 못해 낙제점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경영자는 회사를 어려움에 빠지게 한다. 자본잠식에 빠져 계열사 지원을 통해 경영하던 코리아세븐 같은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롯데그룹과 신동빈 부회장은 경영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실적은 부진하다.

지난 90년 초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처음으로 한국에서의 경영에 참여한 신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94년 인수한 편의점 업체 코리아세븐은 자본잠식에 빠져 계열사들이 지원했고, 2000년 설립한 롯데닷컴 역시 업계 순위에서 밀려 있다.롯데그룹 내에서도 신동빈 부회장 체제에 대한 우려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 회사인 일본롯데가 신 부회장의 경영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분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롯데가 한국의 롯데호텔을 통해 롯데그룹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실질적 지주회사는 일본롯데이며, 경영주체는 일본롯데의 신동주인 셈이다.

신동주 부사장 ‘원격조종’

롯데쇼핑 최대주주는 신동빈 부회장이다. 상장 전 21.19%를 보유하던 신 부회장은 상장 후 14.8%(423만7,627주)의 지분을 갖게 됐다. 다음은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으로 신 부회장보다 불과 1,744주 적은 423만5,883주(14.8%)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9.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 외 신격호 롯데 회장이 1.2%, 후지필름과 롯데제과가 각각 8.7%를 갖고 있다.지난 70년 7월 2일 회사설립 후 최대주주는 신격호 회장(94.0%)이었다. 79년에 최대주주가 한일향료(42.5%)와 정본산업(40.0%)으로 변경됐고, 94년 12월 신 회장이 아들인 신동주(23.8%)와 신동빈(23.8%)에게 지분을 넘겼다.

신동빈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쇼핑이 절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대홍기획(30%), 롯데기공(13 .71%), 롯데닷컴(34.39%), 롯데리아(19.94%), 롯데산업(8.92%), 롯데상사(6.75 %), 롯데알루미늄(5.08%), 롯데역사(25%), 롯데자이언트(30%), 롯데캐피탈(20.55 %), 롯데브랑제리(90.01%), 푸드스타(39.76%), 롯데미도파(79.01%), 롯데카드( 92.54%) 등 14개사에 달한다.신동주와 일본롯데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는 롯데쇼핑(9.4%)을 비롯해 롯데제과(3.21%),롯데캐피탈(27.33%),푸드스타(40%),코리아세븐(14.53%), 롯데산업(36.82%), 롯데물산(29.62%), 롯데리아(20.2%), 롯데기공(17.38%), 롯데캐논(28.88%), 호남석유화학(13.64%) 을 거느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큰 틀에서 보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 지주회사는 호텔롯데이다.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바로 신동주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롯데(19.21%)이기 때문이다.호텔롯데는 일본롯데 다음으로 일본롯데물류(15.75%), 일본롯데데이터센터(10. 48%), 일본롯데애드(9.47%), 롯데전자공업(8.66%), 일본광윤사(5.49%) 등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7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롯데그룹 지배회사는 호텔롯데, 호텔롯데의 지배주주는 일본롯데, 그리고 일본 롯데의 최대주주는 신 부사장이다.

순환구조로 연결된 셈이다. 롯데쇼핑만 놓고 보면 최대주주인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롯데 후계자이다.신 부회장은 그룹정책본부장도 겸하고 있고 형제 중 유일하게 롯데쇼핑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그러나 롯데의 지분구조를 보면 한국롯데-호텔롯데-일본롯데-신 부사장으로 이어진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여전히 장자 상속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실질적 경영권은 신 부사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 때문에 이제 겨우 닻을 올린 신동빈 부회장호의 순항 여부에 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롯데쇼핑의 표면상 최대 주주는 신동빈이지만 호텔롯데가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신동빈의 경영성과에 따라 다분히 유동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롯데그룹 국적논란 ‘시끌’

한편 롯데쇼핑 상장과 관련,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의 신동주 부사장은 롯데쇼핑 주식 423만주를 가지고 있어 1조 6,00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호텔이 롯데쇼핑 지분 9.8%를 가지고 있어 추가로 8,0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총 계 2조 4,0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동빈도 1조6,0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었다.신동주와 신동빈은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주식부호 최상위 순위에 올라섰다.신격호 회장일가는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동빈 35억여 원, 신동주 33억여 원, 신격호 10억여 원을 배당 받았다. 재벌2·3세 가운데 현금 배당률 3~4위이다.신동주는 롯데쇼핑 상장과 현금 배당 등을 통해 올 한해 수조 원대의 이득을 얻은 셈이다. 신동주가 일본 국적자이기 때문에 국부 유출 논란이 재계 일각에선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특히 신동주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대부분이 비상장 기업이라서 향후 상장을 통해 수 조원 대의 시세 차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태생적으로 이런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신격호 회장이 지난 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롯데그룹은 성장을 거듭하여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명가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 수 41개사,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신동주, 신동빈은 신격호 회장과 일본인 부인 시게미스 하쓰코(79)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다.

일본롯데를 맡고 있는 장남 신동주(52)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난 92년 3월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의 둘째딸 은주(42)와 결혼하여 아들(정훈·13)을 두고 있다. 한국롯데를 맡고 있는 차남 신동빈(51)은 지난 85년 일본의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의 요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딸인 미나미(47)과 결혼하여 유열(20), 규미(18), 승은(13)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모두 일본에 살고 있어 한 달에 두세번 일본에 건너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롯데를 맡고 있는 신동빈은 한국 국적을 회복한 지난 96년 8월 전까지 일본 국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부회장의 자녀가 모두 일본에 거주하고 있고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한국롯데가 일본롯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재계 일각에선 흘러나오고 있다.이 같은 시각에 대해 롯데그룹 측에선 우려를 갖고 적극적으로 불식시키는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롯데쇼핑 상장으로 마무리 수순 ‘돌입’

검찰의 현대차그룹 수사가 편법 경영권 승계에 맞춰지면서 재벌가의 편법, 불법 경영권 승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까지 편법, 불법 승계 시비에 휘말리면서 앞으로 승계 자금 마련 등 후계와 관련한 재계 부담은 적지 않게 커질 전망이다. 편법, 불법 승계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한 승계 사례도 없지 않다.

시민사회단체에선 현대차 사태가 재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편법, 불법 승계 관행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 롯데쇼핑 상장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온 롯데그룹의 상속과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부회장이 그룹 최고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앞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측은 일단 롯데쇼핑 상장을 후계구도와 연결을 짓는 것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신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번 롯데쇼핑 상장에 대해 그동안 이를 주도해온 신 부회장에게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의 재벌> 시리즈 저자인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롯데쇼핑 주식을 물려줄 때 시가를 정확하게 평가해 상속세를 제대로 냈는가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상속 시점이 97년 이전이어서 당시 세법으론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경호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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