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전략에 휘말려
국민들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하여 BIS 비율을 누가 왜 조작했는지, 정부 관료와 정치권, 그리고 론스타가 조직적으로 조작에 관여했는지, 매각 과정에 뇌물이 오갔는지 등에 대한 의혹과 부정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고 있다.이러한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최종 인수계약을 서두르는 국민은행이 과연 국익은 염두에 두고 있는지 자사의 이익만을 좇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국민은행도 그 동안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었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서둘러 인수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비난 여론을 무마시키면서 예정대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부터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승전고’를 울렸지만 주변으로부터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 전략에 휘말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비난의 화살은 이번 인수전에서 론스타의 계략에 계속 끌려다니며 결과적으로 ‘먹튀’를 도와줬다는 것에 집중된다. 국회의 요청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감사원까지 뛰어드는 등 지난 2003년 매각 당시의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는데 자칭 ’국가대표 은행’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론스타 탈출 빌미 제공
또 당초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지난 3월 매각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됐지만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으로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 론스타가 별다른 제지 없이 ‘탈출’하는 빌미를 만들어 줬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치열한 경쟁 레이스를 벌였던 하나금융지주측은 국민은행이 비밀유지협약서(CA)를 필요이상으로 서둘러 제출해 다른 경쟁 은행들도 뒤따를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이는 론스타의 입지만 더 높여주고 기를 살려준 셈이 됐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인수의향서에서 제시한 인수가격이 주당 1만5,400원으로, 현재 외환은행 주가인 1만3,000원선은 물론 당초 예상됐던 1만4,000~1만5,000원선을 상회한 것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해 기쁠지 모르지만 론스타가 2년여만에 4조5,0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내는데 한몫을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론스타와 인수가격 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당초 제안 가격인 주당 1만5,400원에서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계약 체결 후 대금 지급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실행한다는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주변의 시각에선 론스타에 대해 검찰수사, 감사원 감사 등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덥석 인수하는 것은 은행 스스로 출혈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은 바로 국부유출이자 매국노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 ‘삼지모’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결성 불발 내막반 삼성인사 불참의지 ‘강력 표출’에 ‘당황’
삼성그룹이 외부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운영하겠다는 삼지모(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의 결성이 표류하며 결성이 불발되었다는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은 “삼성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유력인사를 중심으로 모임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삼성 사장단과의 분기별 모임을 갖고 여기서 나온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모임 요청을 받은 반 삼성 성향의 시민단체, 학계, 정계인사들 대부분이 삼성의 제의를 거절했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반삼성 성향이 강한 한 인사는 “삼성의 조치가 진일보한 것”이라며 “삼성이 안기부 X-파일사건,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 경영승계 등을 무마하기 위해 사재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뒤 나온 일련의 조치이다. 불법적 사안을 회피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불참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사외이사제도만 잘 활용해도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할 수 있다. 감투와 돈으로 입을 막으려는 의도가 보여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삼지모 결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로 불리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실장이 직접 저명인사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지모 결성이 지지부진하자 삼성그룹 내에서도 이상기온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에서 “이학수 실장이 너무 이상론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학수 실장이 직접 지휘하는 작업이 안 되다 보니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요즘 가시방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반삼성 인물들로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결성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조만간 결성식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반삼성 계열의 시민단체 인사들의 참여가 불투명한 가운데 삼성은 삼지모의 결성을 취소할 수도, 결성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호 기자> news2002@ilyoseoul.co.kr
구명석 gms7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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