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나라당 김재록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통해 금호그룹과 김재록씨간의 커넥션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의혹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대우건설 매각 막바지까지 이어지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의혹들이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의혹 제기’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실무를 맡은 부서는 그룹 경영전략본부이다. 이 조직의 책임을 맡은 오남수 경영전략본부 사장의 친형 오호수 전 증권협회장이 김재록이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으로 실질적 경영책임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김재록씨와 금호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실 오 회장과 금호의 인연은 깊다.
금호그룹의 실질 경영을 맡고 있는 박삼구 회장과는 연세대 동문관계이며, 친한 교우 관계로 박삼구 회장이라고 밝힐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오 사장이 박삼구 회장의 측근 중에 최측근으로 발탁된 데는 형인 오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금호는 건설과 운수를 축으로 발전해 왔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의 주력사업과 맞닿아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렇듯 박회장의 뜻을 받들어 오사장이 인수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호수 회장이 인베스투스글로벌의 고문과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가 추진됐다. 김재록씨가 오 회장을 이용하여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과 대우건설 인수관련 실무책임자인 오남수 사장에게 매각 자문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정건용(현 금호그룹 고문)-오호수-김재록의 커넥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 고문이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깊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고문의 아들이 인베스투스글로벌의 과장으로 재직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정건용씨가 김재록씨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 작업 로비를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5조 원대. 한나라당은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오호수- 김재록-정건용이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산업은행 PEF, 미래에셋PEF로부터 총 1조 1천억 원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것.김재록 게이트와 연관된 의혹이 증폭되자 산업은행은 투자 참여를 포기했다.당시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김재록씨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산은이 투자 주체로 나서면 함께 구설수에 휘말릴 위험이 있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호의 한 관계자는 “김재록씨와 이번 대우건설 인수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계약을 맺은 것도, 일을 맡긴 것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와 여당의 금호그룹에 대한 특혜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회생한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우조선 등을 대기업이 인수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했다는 것. 한나라당의 나경원 의원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금호그룹 오너의 가족이자 현재 국무조정실에 재직 중인 P씨가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본사 무안이전 노림수 있나
금호산업의 본사가 광주시에서 전남 무안으로 옮겨간 것 또한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옮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영업을 하던 대우건설은 해외공사와 ‘푸르지오’브랜드를 이용한 주택공사를 하고, 금호건설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여 SOC사업 등을 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호건설의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과 금호는 사업영역이 비슷하다. 건축, 토목, 주택, 플랜트 등이다. 기업 실적과 경영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나 있다. 대우건설이 모든 사업 영역에서 선두자리에 있다. 금호건설의 실적은 비교가 곤란할 만큼 초라하다.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필요가 없는 사업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대부분의 구조조정 대상이 될 사업 분야가 인수한 대우건설이 아닌 금호건설의 사업 분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건설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금호 내에선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이 감지되고 있다. 금호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한 뒤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동반 성장할 것이다. 인력 구조 조정은 없다. 대우건설을 인수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매년 신입사원을 더 뽑을 계획이다.
그런데 이 같은 루머가 퍼지는 것은 대우건설인수전에 뛰어든 타사가 지어낸 마타도어(흑색선전)이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윤리적 문제가 있는 기업에 감점을 주기로 했다. 캠코의 ‘위법기업 감점 방침’은 일단 금호, 두산 등 대기업 컨소시엄에 불리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금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에 로비를 하여 법적 심판을 받았다. 정치권 로비는 보통 비자금을 마련하여 정치권에 뇌물들을 갖다바치는 것이다. 사실 뇌물 자체도 주주들의 돈인 것이다. 이 돈을 마치 제 돈인 냥 함부로 사용한 것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또 두산은 형제의 난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해 오너들의 사생활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금호와 두산에 비해 유진기업과 프라임산업은 비교적 윤리문제에 있어 자유롭다. 하지만 이들 입장에서도 캠코가 윤리문제를 끄집어 낸 것은 못마땅하다. 캠코의 이 같은 ‘위법기업 감정방침’은 대우건설 몸값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의향기업들은 감점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써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밀어주기
지난 5월25일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삼성증권은 금호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문제는 ‘삼성증권-시티그룹 컨소시엄’이 대우건설 매각주간사라는 점. 매각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주간사가 특정업체가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낸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일부에선 삼성증권이 애널리스트를 이용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금호를 밀어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삼성증권은 말썽이 일자 부랴부랴 사이트에서 ‘금호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자산관리공사와 대우건설노조, 인수후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고서 작성자의 순수성을 떠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이번 사태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조직적인 묵인 내지 방조한 것”이라며 “불공정 입찰 가능성이 높은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캠코 역시 불공정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특히 대우건설 노조는 삼성증권의 매각주간사의 지위 반납을 강력하게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노조 정창두 위원장은 “본 입찰을 코앞에 두고 매각 주간사가 이처럼 특정기업에 유리한 편파적 보고서를 내놨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삼성증권의 매각주간사 지위를 반납하도록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자산관리공사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의 사주를 받았는지 여부를 떠나 매각주간사가 이처럼 편파적인 보고서를 자체 검증을 거쳐 외부에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라고 비난했다.후보업체들은 보고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혹시라도 대우건설 인수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이다.
삼성증권의 도덕성은 대우건설 매각 초기단계부터 땅에 떨어졌다. 캠코가 지난 2004년 11월 대우건설 매각주간사로 삼성-씨티증권을 선정할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삼성은 매각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는 씨티증권과 같은 씨티그룹 계열사인 CVC가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을 방조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금호뿐만 아니라 대우건설 매각에 참여한 일부 기업들 또한 김재록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매각이후에도 재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 대우건설 매각 어디로 가나금호-프라임 -유진 ‘3파전’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인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매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금호·두산·프라임·유진·삼환기업 등 5개사. 이들 기업은 본 입찰 마감일인 6월9일 전에 최종 입찰가격을 써내야 한다. 이후 6월 중순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변이 없는 한 대우건설 인수전은 금호그룹과 프라임·유진그룹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희망 업체들은 ‘실탄’(인수자금)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인수 예상가격은 4조~4조5천억 원.입찰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주가가 올라간 데다 자산관리공사가 72%의 보유주식 중 50%만 매각하려던 입장을 바꿔 매각 지분을 늘렸기 때문.따라서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마다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금호와 프라임·유진 등은 내부 보유현금만으로 1조원 이상 조달을 장담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계열사 지분매각과 보유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해왔다.
이제 관건은 나머지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재무 파트너 확정에 달린 셈.금호그룹은 산업은행, 외국계 은행과의 투자협의에 주력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신한·하나은행과 네덜란드계 투자은행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도 농협·우리은행을 비롯해 추가 투자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대우건설의 우리사주조합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우리사주조합은 보유주식 3.4%를 담보로 최대 3천억원을 조달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자산관리공사는 인수전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일단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컨소시엄이 유리할 수 있다. 이번 입찰에서 인수가격은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재무건전성과 장기 경영전략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호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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