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만을 위한 생보사 상장
‘역시 삼성공화국’
삼성생명만을 위한 생보사 상장
‘역시 삼성공화국’
  • 이범희 
  • 입력 2006-07-20 09:00
  • 승인 2006.07.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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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지속됐던 생명보험회사의 상장문제가 일단락됐다. 지난 13일 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가 생보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의 정부안을 의미하는 상장자문위 초안이 업계의 편에 선 것. 이에 시민단체가 반박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번 상장안은 정부가 철저히 삼성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라며 반대운동을 주장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생보사 상장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삼성생명이다. 한마디로 이번 생보사 상장이 삼성 편에서 이루어졌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정부가 삼성 편(?)

이번 생보사 상장에서 최대 수혜자는 삼성계열사들로 꼽힌다. 계약자 몫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상장이 되면 삼성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이 득을 보기 때문. 삼성은 순환출자구조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진다. 이에 삼성생명이 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상장 후에도 삼성생명지분구성에 변화가 없는 한 대주주의 그룹장악력은 불변이라는 판단에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감이 실린다.

설혹 상장 방안이 논란을 거치는 과정에서 무산된다 해도 삼성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현재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다. 당장 절실한 상장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는 없다.이에 참여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번 상장자문위의 결론은 오직 ‘삼성생명을 위한 상장방안’으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삼성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는 뒷전이고 기득권 수호에만 집착해 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 삼성의 입장에선 삼성생명 상장에 대해 별의미가 없다. 삼성생명 상장은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승계가 중요한 고리이다. 에버랜드 CB배임에 대한 수사,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금산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으로 모든 게 해결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특히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와 관련한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비쳐진다.

상장자문위 인적 구성 논란

생보사 상장방안은 금융감독기구, 즉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이 작업을 민간인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로 구성해 운영했다. 본질적으로 금감위 혹은 정부가 해야 할 사안을 민간위원들이 대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자문위 명단조차 공개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이러한 행정행위에 있어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책임감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항들이 배제됐다.

자문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깊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자문위원의 구성이 업계와 시민단체(혹은 보험계약자)로부터 독립된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주장하나 결국 보험업계와 계약자 사이에 영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라고 주장했다.이에 시민단체들이 이번 결정은 정부가 삼성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상장자문위 나동민 자문위원장(47·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구인가.

그는 1999년에는 위원으로, 2003년에는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번 상장안 초안을 작성한 핵심 인물이다. 과거 상장 논의에 있어 ‘상장차익의 계약자 환원’을 인정하며 생보사에 반기를 든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상장안에선 전적으로 보험업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그의 달라진 행보에 의혹의 눈길이 집중된다.

공정한 심사 의문 제기 ‘논란’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나 위원장이 과거 삼성과 교보생명 상장차익 중 1조3,000억원을 계약자 몫으로 내놓으라고 주장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이에 나 위원장 측은 “과거에 참여했던 위원과는 다른 시각과 분석기법을 활용해 자료를 분석했다.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문위원 9명의 이력서를 면밀히 검증해 특정 보험회사와 연관이 드러나면 배제시켰다”고 말했다.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나 위원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 위원장이 대한생명, 현대해상 등의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생보사 상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험계약자, 시민단체 등과 연대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저지할 것을 천명했다. 오는 9월 국회에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전달할 뜻을 밝혔다. 생보사의 상장 문제가 이번 발표처럼 쉽게 처리될 것 같지 않고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범희 기자>skycros@ilyoseoul.co.kr

# 삼성생명 상장 5조 빚 갚다?

삼성차 채권 금융사들이 삼성생명 상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상장만 현실화된다면 수년 묵은 삼성차의 빚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차 채권 금융사들은 지난 2005년 12월 소멸시효를 연장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사상 최대인 5조2,034억원. 이 소송의 원고는 모두 13곳이다. 보험사 1개사(서울보증보험)와 8개 은행(우리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조흥은행 포함), 씨티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경남은행), 기타 4개 금융사 등이다.피고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29개의 주요 삼성계열사 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과 체결한 합의서는 삼성생명 주식이 채무액에 못 미치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며, 모자라는 원금과 이자를 부담하겠다는 손실보전의 의무 즉 일종의 ‘연대보증인’셈”이라고 말했다.<범>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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