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회장 현재현)에 이상한 주식거래가 발생했다. 지난 2일 동양그룹은 현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양레저 주식 10만주(전체지분의 50%)를 계열사인 동양캐피탈에 무상증여한다고 밝혔다. 8개월 전 6억원을 주고 매입한 주식을 공짜로 돌려준다는 것. 동양그룹은 “항간에 제기된 편법적인 후계승계 의혹을 벗기 위함이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현 부자의 그룹 지분 변칙거래를 통한 편법상속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이다.
동양그룹의 편법증여 의혹이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 2일 동양그룹은 계열사인 동양레저의 주식 중 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10만주(지분율 50%)를 계열사인 동양캐피탈에 무상 증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현 회장 지분율은 종전 80%에서 30%로 줄었고, 동양캐피탈이 동양레저의 최대 주주가 됐다. 외아들 승담(26)씨의 동양레저 지분율은 20%로 변함이 없지만 향후 경영권 승계에 있어 한 발짝 물러났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동양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승담씨가 아직은 학생이지만 그는 그룹오너의 2세다. 당장은 그를 제외한 지분율의 변동이 생겼지만, 향후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의 모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상증자를 택한 것이다. 만약 유상증자를 택했으면 부정적인 시선이 나올 것을 예상해 대주주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고, 후계구도 이야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후계구도 논란 꺼려
동양그룹의 지주회사는 동양메이저사이다.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 재계이 분석이기도 하다. 비록 현 회장의 동양레저의 50%지분을 동양캐피탈에 인도했다 해도 최대 지주회사는 동양레저라는 주장이다. 동양그룹의 순환출자구조는 동양레저-동양메이저-동양캐피탈-동양레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동양메이저가 동양레저의 지분을 많이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순환출자구조에서도 변방에 위치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동양메이저의 경우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재무구조개선 목적으로 지난 6월에는 피케이투라는 회사에 동양시멘트 지분 49.9%를 2,245억원을 받고 팔아야 했다. 또 동양메이저가 지난해 12월 전환사채를 발행할 당시 동양레저가 이를 인수했고, 올 1월 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큰 이득을 얻었다. 현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까지 합치면 동양메이저는 동양레저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편법 후계 구도 의혹
동양그룹은 과거 승담씨의 지분 매입 때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아직은 그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분을 인수했다는 점에서다. 이번에도 현 회장이 동양레저의 지분 50%를 계열사인 동양캐피탈에 인도하는 것에 대해 ‘편법상속 시나리오에 대한 비난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특히 현 회장과 아들 승담씨가 100%의 지분을 보유했던 동양레저가 동양메이저, 동양금속증권, 동양생명 등 핵심 계열사 주식을 대량매입하며 일약 동양의 지주회사로 발돋움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었다. 실제 2006년 7월 기준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21.06%), 동양종금증권(14.7%), 동양생명(11.05%), 동양에이앤디(21%)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승담씨의 지분매입이 늘어나고, 동양레저를 주축으로 많은 사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유사케이스?
동양레저는 그동안 현 회장 개인 소유의 비(非)상장회사를 통해 동양금융증권과 동양메이저 등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강화했었다. 이 같은 지배력 강화 방침은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등 재벌 2세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일찌감치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넘겨 경영권 승계에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란 분석이다. 동양레저가 상장전이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미흡하다. 그러나 최근 참여연대가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상장사인 글로비스를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한 뒤 지주회사의 지분을 매입한 행위에 대해 지배주주의 특수 관계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가로챈 회사기회의 편취라고 맹비난을 한바 있다. 이 같은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지배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차지함으로써 사실상 부의 증여가 이루어지게 하는 회사기회의 편취는 삼성그룹 이재용이 사용했던 CB. BW의 헐값인수 방식을 대체하는 재벌 상속의 신종 수법이라는 것. 한편,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다. 비상장사가 문제의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대와 결부시킨다는 것은 억측이다”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향후 승담씨와 동양그룹과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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