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 증권이 M&A설에 휩싸였다. 리딩투자증권(대표 박대혁)이 부국증권 보유 지분을 늘리고 있기 때문.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7월7일부터 8월7일까지 한 달 동안 부국증권 주식 3만7,204주를 장내에서 매입하는 방법으로 10.94%에서 11.30%로 늘렸다. 부국증권은 대주주 김중건 대표가 우호지분 57%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당장은 경영권이나 M&A위험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소문들이 증권가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부국증권의 M&A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에 리딩투자증권의 주식매입이 이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분석이다.
리딩투자증권이 부국증권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확대함에 따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부국증권의 지분율을 높일 때마다 ‘단순투자목적’이라고 일관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 여부가 이슈로 떠 오른 상황에서 리딩투자증권이 부국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리딩 단순투자목적 해명불구 의혹 증폭
리딩투자증권이 지난 7월7일부터 8월7일까지 부국증권 주식 3만7,204주를 장내에서 매입하며 지분율을 10.94%에서 11.30%로 끌어 올렸다. 리딩투자증권은 부국증권의 2대 주주로 부상했다. 지분율만 따지면 경영참여가 가능한 수치다. 현재 부국증권은 김중건 회장이 12.22%로 최대주주이며, 동생인 김중광씨가 11.43%, 김씨의 모친인 장복련씨가 0.13%를 갖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33.58%를 합치면 60%에 육박하는 우호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리딩투자증권이 최근 보유지분율을 늘려가고 있고,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됨에 따라 중소증권사들이 대거 M&A시장에 나올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리딩투자증권의 지분율 늘리기가 향후 적대적M&A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과거에도 부국증권의 지분율을 늘렸었다”며 “현재 부국증권은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단순투자목적으로 지분율을 늘린 것이다. 단순투자목적인 만큼 추가적인 주식 매입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향후 추이를 보며 이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딩투자증권이 단순투자목적으로 부국증권의 지분율을 늘렸다는 주장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크다. 특히 부국증권이 다른 중소증권사와 비교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딩투자증권의 주장처럼 부국증권의 현주가수준이 그다지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60%수준의 부국증권 최대주주 및 관계인 지분과 자사주 등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는 것 같지는 않아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적대적 M&A 주장’
동종 업계에서도 리딩투자증권이 주장하는 ‘단순 투자목적’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며, 2008년 자본시장통합에 따라 M&A를 노리는 장기포석의 일종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영업권을 획득하기 쉽지 않은 중소증권사들이 M&A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부국증권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중소증권사들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영업권을 맞추든가, 타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리딩투자증권은 부국증권 M&A를 노려볼 수 있고, 설사 M&A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인 셈이다. 또한 리딩투자증권이 그동안 브릿지증권, 쌍용화재, 영창악기 등 각종 M&A에 적극 참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부국증권의 지분율 늘리기도 단순한 투자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실제로도 리딩투자증권은 영창악기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 브릿지증권 인수 실패 후 돈이 되는 사업이면 무엇이든 참여하는 게 회사 측 방침이며, 향후에도 M&A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해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양 사의 지분을 놓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투자보단 향 후 적대적 M&A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리딩투자증권 관계자는 “부국증권 주식매입은 단순투자목적일 뿐”이라며 “지난 1월 1만4,000원 씩에 30만주를 매도했는데, 그때보다 주가가 싸져서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운운하며 단순투자목적을 비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치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국증권의 한 관계자는 “2008년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다해도 우리는 ‘유리자산운용(주)을 갖고 있어,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을 충분히 맞출 수 있다. 되레 우리가 사업의 다각화를 펼치면 펼쳤지, 리딩투자증권에 인수합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아직 리딩투자증권 측으로부터 대립되는 문제점도 없었고, 60%가 넘는 우호지분을 갖고 있어 단순투자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리딩투자증권의 행보가 단순투자목적인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그동안의 리딩투자증권의 M&A 시도전략을 살펴본다면 조만간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특히 리딩투자증권의 적극적M&A의지의 불씨가 어느 기업으로 뻗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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