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막바지에 치달았다. 대주주인 정몽근(64) 회장은 아들인 정지선(34)부회장에게 주식 35만주(1.59%)를 추가 증여함에 따라 그의 주식이 15.72%에서 17.1%로 늘었다. 반면 정 회장의 지분은 4.97%에서 3.4%로 줄어들어 경영권 승계작업이 한창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난 97년에 현대백화점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2년간의 유학을 빼면 실질적으로 현대백화점에 입성한지 7년 만에 초고속 경영승계가 이뤄진 점과 30대 초반의 나이로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음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차분히 후계구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1일 공시를 통해 정몽근 회장이 보유한 회사주식 35만주(1.5%)를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에게 증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증여로 정 부회장의 지분은 15.72%에서 17.1%(387만7,402주)로 늘었고 정 회장의 지분은 4.97%에서 3.4%(76만5,056주)로 줄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정 회장이 증여한 주식가액은 242억 여원이다. 정 부회장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은 2,600억원대로 치솟았고 정몽근 회장은 570억원대로 낮아졌다.
후계구도 마무리 수순
정 부회장의 지분승계 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12월 당시 정몽근 회장의 지분율은 23.48%였고 정지선 부회장의 지분율은 1.25%였다. 하지만 2003년 2월 정 회장이 자신의 지분 3.97%를 정 부회장에게 넘겨주면서 정 부회장의 지분은 5.22%로 높아졌고, 이때부터 지속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정 회장은 2003년 1%, 2004년 12월 9.51%, 2006년 8월 1.59% 등 그동안 7차례에 걸쳐 자신의 지분을 순차적으로 증여했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3.38%중 증여 및 상속세로 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도 조만간 정 부회장 등 2세들에게 모두 이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차례에 걸친 지분승계와 최근 얼마 안 되는 지분을 증여한 것으로 볼 때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모든 사업이 정지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에서도 “이미 최대주주로서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지선 부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05년 최대주주로 부상한 정지선 부회장에게 1.5%라는 지분을 추가로 증여한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업계에서 말하듯이 후계구도 작업을 마무리하는 수순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차남에 대한 교통정리도 병행
정몽근 회장이 장남인 지선씨의 백화점 지분이 마무리되는 대로 차남인 정교선 상무에 대한 현대백화점H&S 유통사업 부분을 승계하는 교통정리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상무는 현재 계열사인 현대H&S 2대주주로 지분 11.3%를 보유중이다. 현대H&S는 정 회장이 1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대백화점의 H&S는 2002년 현대백화점에서 인적분할한 뒤 올 4월 현대H&S와 현대드림투어로 다시 분할됐다. 따라서 장남 정 부회장과 차남 정 상무는 향후 현대백화점과 현대H&S 계열을 갖고 분리 독립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교선씨는 지난해 1월부터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을 맡아 경영수업에 한창이다.
7년만에 초고속 승진…부작용 우려
하지만 정 회장이 지분을 자식들에게 순차적으로 증여함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의 초고속 경영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97년 25살의 나이로 현대백화점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2년 동안 미국 유학을 거쳐 2000년에 기획실 차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01년 1월 기획실장으로 승진했고, 2002년 1월 부사장에 이어 2002년 12월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의 총수로 등극하는 초고속 승진을 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유학 2년을 포함해 9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지만 아직 어린 나이기 때문에 현대백화점 경영능력 검증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타 기업 총수들보다 경영승계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 수는 없지만 경영승계가 30대 초반의 장남에게 급속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증명된 바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 회장이 주요 경영 현안은 직접 챙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작년부터 경영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경영 승계를 지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반박의 목소리를 냈다. 향후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지배에 대해 정지선· 교선 형제의 승계가 유력함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없지만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승계는 부작용을 포함, 자칫 회사 이해관계자들에게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탄의 목소리들이 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권승계 마무리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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