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브로커‘김재록(JR)게이트’의 불똥이 재계로 또다시 점화될 조짐이다. 최근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속산업연맹, 사무금융연맹 등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과정에 김재록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이 연루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국가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핵심기술을 유출토록 결정한 쌍용차의 경영진들에 대해 배임혐의로 검찰에 제소했다. 웬만한 국내 기업들이 모두 연루된 최대의 사건이던 JR게이트가 쌍용차 사건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 보여 재계를 또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JR게이트는 재계의 핵폭풍이다. 현대차 비자금 사태를 비롯해 웬만한 기업의 M&A와 경영컨설팅 과정에는 JR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 한마디로 그는 국내 기업들이 볼 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그런 JR게이트가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쌍용차의 경영진 고발사건을 통해 또다시 부활할 조짐이다. 투기자본을 감시해 온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1일,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에 대한 기술이전, 분할매각, 대규모 정리해고 등 소위 ‘먹튀’수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쌍용차의 이사들의 책임을 물어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2005년 쌍용자동차 매각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관여한 김&장 법률사무소와 JR게이트가 연루돼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쌍용차 매각과정 김&장, 김재록 게이트 의혹
실제 김&장은 중국의 상하이차의 법률적 대리인으로 M&A작업에 참여했으며, JR은 한국의 쌍용차를 매각하는 부분을 컨설팅한 바 있다. 김&장과 JR은 쌍용차뿐만 아니라 타 기업들의 매각에도 동시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서 김&장과 JR에 대한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장화식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도운 김&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여전히 투기자본을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위원회나 자문기구서 일하고 있는 김&장 출신들은 당장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쌍용자동차의 매각 과정에서 JR게이트와의 연루설, 론스타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헌재 사단의 김&장 법률사무소와의 관계 등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재계에선 JR게이트가 더 이상 번지는 부분에 대해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금호산업, 대우건설, C&그룹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JR과 연관되어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불똥이 자신들 기업으로까지 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R게이트는 좀처럼 꺼지지 않을 듯싶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민노총 사무금융연맹 등은 JR게이트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범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쌍용차의 등기이사 전원을 검찰에 고발한 이유는 자동차 개발 기술 등 회사의 자산을 불법적으로 유출해 상하이자동차가 불법적인 이득을 편취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가담했기 때문.
쌍용차 경영진에 배임혐의 고발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지난 2006년 6월 26일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위한 ‘L-프로젝트’를 체결하고 두 회사 간의 연구소 통합을 추진했다. 명목은 중국 현지에서 엔진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쌍용차의 차종 ‘카이런’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동종 자동차개발비의 1/10에도 못 미치는 라이선스 계약금 240억원에 쌍용차의 기술을 이전시키려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허영구 공동대표는 “쌍용차와 상하이차의 연구소를 통합하여 불법적인 기술 유출을 시도했다. 이 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부품 설계도를 중국 자동차업계에 무단 유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쌍용차의 이사들은 51%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불법 유출한 행위를 주도, 또는 이에 적극 가담한 바, 이는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에 대한 충실의 의무와 소액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쌍용차의 이사들이 회사 자산인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이익만을 위해 유출할 수 있도록 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이에 따라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선 쌍용차의 이사진 전원에 대해 검찰에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 이미 브라질과 유럽의 작은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여 비슷한 방식으로 기술만 흡수한 뒤 기업을 정리한 전력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부터 기술 유출과 회사규모 축소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매각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밝히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장 부원장은 “이미 쌍용차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 쫓기고 있다”며 “멀지않아 쌍용차 역시 오리온 전기와 같이 분할매각 혹은 일부 청산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오늘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노무현 정부는 쌍용차와 관계된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를 불러올 것이 뻔한 신자유주의 정책과 한미 FTA 체결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경호 news2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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