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시중은행 1억불 규모 무역 사기 당했다”
“공사, 시중은행 1억불 규모 무역 사기 당했다”
  • 김대현 
  • 입력 2006-09-10 15:44
  • 승인 2006.09.1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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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수출보험공사, LA중앙은행 제소 내막

굴지의 국내 은행들이 미국 LA 동포은행인 중앙은행(The center bank)을 상대로 4,600백만 달러의 보상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그 사유를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LA 중앙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한국 시티뱅크 등 5개 은행은 지난달 27일 중앙은행을 상대로 계약위반과 신용위반 등을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미국 나스닥에 등록돼 있는 중앙은행이 공시한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기관들이 왜 중앙은행을 상대로 제소를 하게 된 것일까. 또, 공사는 5,600만 달러, 시중은행 5곳은 4,6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요서울>은 공사와 중앙은행 그리고 시중은행을 상대로 취재에 돌입했다. 그 결과 고건 전국무총리의 친인척이 당시 KDS(Korea Date Systems·USA)라는 국내외 기업을 통해 1억달러 넘는 무역사기를 벌인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은 누구의 돈이며,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다각도로 추적해 봤다.


우선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01년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당시 컴퓨터 모니터 등을 제조해 미국 등 선진국에 수출을 해오던 기업 KDS (Korea Date Systems)는 한국수출보험공사에 1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보험을 가입했다. 수출보험공사는 컴퓨터 관련 산업을 운영하며 성장한 KDS(USA)의 보험 규모를 3차례에 걸쳐 인상해 주었다. 즉, KDS가 수출보험에 가입한 보증금액이 여러 차례에 걸쳐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KDS측 보험금 3차례 상향 조정
2003년 KDS의 경영진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사기 혐의로 구속수감되면서 당시 보험 보증규모 증액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수출보험공사측은 이와 관련,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1억달러라는 규모의 보험 보증금액을 확보한 KDS측은 이를 토대로 환어음을 발행했고 국내 은행들이 이를 매입했다. 환어음 발행 매수는 150매이며 규모는 5,6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어음이란 당시 컴퓨터 관련 부품을 수출하던 KDS가 미국 수입자들에게 상품이 도달하기 전에 은행으로부터 물품 대금을 선지급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신용장이다. 이를 토대로 수출업자는 상품이 현지에 도달하기 전에도 물품대금을 회수해 자금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재투자가 빨라지는 것. 신용장을 발행한 회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낮추고 은행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보증을 받는다. 수출보험공사의 보험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어음을 매입한 은행의 리스크를 담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예측불가능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어음을 매입한 은행들은 공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다. 해당 업체가 망해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은행은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시중은행이 자체 실수로 인해 어음 대금 회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공사는 보험금을 전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는 연속어음에 관한 보험 약관 때문이다. KDS를 운영했던 주요 경영진 고 모씨 등은 2003년 초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처리됐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총리의 친인척인 2명의 고씨 중 한명은 사기 등의 혐의로 2년6개월간 구속됐고, 또 다른 고씨는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업체가 파산함에 따라, 시중은행 9곳이 4,600만 달러의 환어음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지난 18일 국민은행 김용수 홍보팀장은 “국민은행은 KDS로부터 환어음을 매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 제기에 참여한 은행 중 유일하게 어음 매입 자체를 부정한 것. 그러나, 법무팀 이상훈 과장은 “당시 수출보험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어음을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사측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외환은행 홍보팀 이윤구 차장은 “5개 은행은 중앙은행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서 소송을 제기했다”며 “나머지 은행도 개별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결국, 해당 무역업체가 아닌 어음 추심을 담당한 업체와 법적 공방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KDS측에 의해 추심은행으로 선정된 곳이 바로 LA 중앙은행이다.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과 동포은행인 중앙은행이 고소 및 맞고소로 뒤엉켜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사안이면 금감원이 시중은행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국내 은행들은 소송에 패배할 경우, 결국 결손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무위 소속 모 의원은 현재 이번 사안과 관련, 고소인측 은행들이 매입한 어음 규모 등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과 공사의 바람대로 추심 은행인 중앙은행이 손해배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사와 시중은행 5곳이 제기한 손배소 금액을 합치면 1억달러가 넘는다. 국내 은행들이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연방법원 차원에서 이를 다루는 것은 액수가 워낙 크기 때문이란다. 공사가 올해 초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재판권 문제로 기각된 것도 국가 대 국가간 금융전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사는 주 법원에서 소송이 기각된 직후 연방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정무위 관계자 “감사 필요하다”
공사 관계자는 “주 법원에서 재판권 문제로 소송을 기각한 것은 미국이 이를 개인간 채무 소송이 아니라 국가간 금융소송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절차상 실수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승소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왜 시중은행은 수출입 업체가 1억달러 이상의 보험을 가입해 놓은 공사를 상대로 보험료 청구를 하지 않고 중앙은행을 직접 제소한 것일까. 우선 시중은행은 일부 손해배상을 수출보험공사로부터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4,600만 달러는 자신들의 실수로 벌어진 사안이라고 법원이 판결을 내린바 있어, 사실상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앞서 시중은행 9곳 모두는 공사를 상대로 보험료 청구소송을 진행해 1, 2심에서 모두 패했다. 그 이유는 시중은행들이 KDS의 사고 발생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상 철저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우리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시중은행들과 법적 소송을 통해 환어음을 매입한 은행의 실수로 인한 손실액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았다”며 “우리측에선 중앙은행에 제기한 5,600만달러의 손배소에서 승소해 이를 은행에 돌려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공사는 당시 미국 현지 수입자였던 KDA USA에도 동일한 금액의 손배소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공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DS에 대한 보다 면밀한 평가와 사후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3차례에 걸쳐 보험금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조만간 부도가 날 업체의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에 가깝다. 수출보험공사의 주요 결정은 운영위원회와 이사회 의결로 결정되며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한국은행 등의 정부기관이 참여한다. 당시 KDS측 수입업체는 KDS USA, 프린스턴, 와퍼, 알시스, 멤텍 등이었으며, 이들 업체가 각각 공사로부터 보증 받은 보험금의 전체 금액은 1억달러를 넘는다. 당시 KDS는 고건 전국무총리의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어 현지 언론에서 논란이 심화된 바 있다. 2003년 9월 외교통상부 LA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이 이 부분을 끈질기게 추궁한 바 있다. 당시 이원익 LA총영사관 경제담당 영사와 정효섭 수출보험공사 LA사무소장 등이 답변에 나섰다.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박 의원은 KDS를 운영하던 실질적 소유주로 고 전총리의 친인척인 고 모씨 2명에 대해 질의했다. 박 의원은 “2003년 2월 25일 보험공사는 5,590만달러의 소송을 코리아센터뱅크에 제기했다”면서 “고건 총리의 친인척인 고 모씨 등의 신병을 확보했느냐”고 캐물었다. 박 의원은 또, “고 모씨 등이 운영하는 KDS 때문에 (공사가) 5,590만달러의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정 소장은 “KDS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 소장은 “KDS USA의 사기로 인해 저희가 고소를 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건 전국무총리는 이들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전총리의 핵심 측근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총리 성격상 사업과 관련된 부분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며 “아들의 사업이 어려웠을 때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사측은 차기 대권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시중은행의 LA 중앙은행 제소건이 확대일로를 걷자, 해명에 안간힘을 썼다.

고 전총리 측 ‘전혀 무관한 일’
수출보험공사 이무혁 홍보팀장은 “당시 KDS는 기업 등급, 수출입 실적, 신용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보험요율 인상 과정에는 전혀 하자가 없음이 정기 감사결과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또,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서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기사 작성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사 관계자는 또, “미국 기업인 AOL사의 KDS지원이 축소되면서 KDS의 재무가 악화되기 시작했다”면서 당시 파악한 내용들을 언급했다. 한편, LA 중앙은행 안상필 부행장은 이번 소송과 관련, “우리가 소송에 패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측 입장을 증명할 자료가 충분하게 확보돼 있다”고 했다.



미국 LA 중앙은행 안상필 부행장 일문일답
“본국 공사와 은행의 제소는 부당하다”


-수출보험공사, 시중은행과의 소송은 누가 담당하나.
▲우리 은행 고문 변호사가 총괄하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 ‘디테일’한 부분은 거론하기 어렵다. 또, 개별적으로 언론사를 상대하는 것도 규정에 맞지 않는다.
-손해배상 소송이 정당하다고 보는가.
▲본국 공사와 은행들이 제기한 소송은 매우 부당하다. 우리는 소송에 질 것이라고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다.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공사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수입품의 선적 서류는 프린스턴 등 각각의 업체에 제대로 넘겨주었다. 물론, 추심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 당시 업체를 운영하던 고씨 일가를 수소문해 보면, 결과는 자명해진다. 이들은 사기 혐의로 감옥에 간 것으로 안다.
-왜 소송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지.
▲공사가 KDS의 보험액을 수용해 주었는데, 결제가 안되면서 소송으로 이어진 것 같다. KDS USA는 현재 영업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안다. 당시 사건에 연관된 곳이 우리 밖에 없으니까 걸고넘어지는 것 아닌가. 공사와 일종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데 느닷없이 한국 은행들이 개입했다.
-LA 중앙은행은 어떤 곳인가.
▲20년 전에 설립돼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한편, 교포들과 서로 돕고 살아왔다. 미국 감독기관의 감독은 본국보다 훨씬 엄격하기에 사고 발생률이 낮다. 9·11 이후 특히 강화됐다.
-전망을 한다면.
▲중앙은행은 KDS에서 요청해 추심은행으로 선정된 것밖에 없다. 처음에는 어음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유리하다는 점이다.

김대현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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