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이 인수합병(M&A)될 예정이다. 법정관리기업인 대한통운은 내년에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 확실시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동아건설 부도로 떠안았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우발채무(2억7,000만달러)를 완전히 털어내게 됨에 따라 대어(大魚)인 대한통운을 잡기 위한 인수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통운은 최근 리비아 대수로 관리청으로부터 대수로 2단계 공사의 예비완공증명서(PAC)를 획득한 바 있어 관련 업계가 인수할 경우 시너지의 재창출을 노릴 수 있다.
‘대한통운’을 잡기 위한 레이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인수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 곳은 서너 업체 남짓. CJ와 롯데그룹, 동부그룹, 유진그룹, 동원그룹 등이다. 이들은 모두 물류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금호다.
새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금호는 ‘성장과 도약’의 해로 정하고, 적극적인 외형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결국 대한통운 인수는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셈. 특히 지난 2004년 옛 범양상선(현 STX 팬오션) 인수에 고배를 마신 전례가 있어 이번에는 기필코 성사해낸다는 방침이다. 금호는 이미 대한통운 인수전에 대비해 대한통운 지분 14.7%를 매입해 놓은 상태이며, 인수에 필요한 자금 역시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황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는 금호그룹의 향후 사업 비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며 “향후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재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STX그룹 역시 대한통운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 회사는 대한통운 주식 21.02%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급부상한 바 있다.
STX그룹은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해상과 육상을 연결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를 통해 해운·물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지난 2004년 옛 범양상선을 인수하며, 조선·해운·물류사업 중심 그룹으로 사업 구조 변신을 꾀한 바 있다.
이밖에 CJ그룹도 대한통운 인수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특히 최근 대한통운 출신 관계자를 전격 영입하는 등 대한통운 인수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수대금 1조원 훌쩍 넘어설 전망
인수후보군이 많아질수록 몸값은 높아진다. 최근 금호에 인수된 대우건설은 애초 4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다 실제로는 6조6,000억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대한통운의 현시가총액은 1조1,000억원 안팎이다. 단순 계산으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51%를 가져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6,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매각 작업이 시작되고 인수후보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 6,000억원으로는 어림없을 전망이다. 대한통운 보유 자산이나 성장잠재력, 브랜드 파워를 고려했을 때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이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한통운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대한통운이 종합 물류기업으로 국내외를 망라하는 네트워크와 물류사업 전반에 걸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STX 인수 성공하면 선두권 도약
STX의 한 임원은 “이미 해운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육상운송과 항만운영권,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물류기업으로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를 보유한 금호그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얼마 전 HTH 인수에 성공한 CJ그룹 또한 기존 CJ GLS에 대한통운을 더한다면 국내 물류시장에선 독보적인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동부익스프레스 출범과 함께 택배업 진출을 선언한 동부그룹과 지난해 식자재 물류를 바탕으로 로엑스를 출범시킨 동원그룹 역시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되면 시장 선두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CJ 측 관계자는 “택배 등 물류사업에 독자진출하려면 서비스망은 물론 물류센터 부지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만 상당한 시간과 투자비용이 들어간다”면서 “M&A를 통한 진출이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M&A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기업가치
대한통운은 국내에만 41개 지사와 1만여개 택배점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 해외 거점을 갖춰 국내 물류기업 중에선 가장 앞서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자회사인 대한통운국제물류는 해외 7개 사무소와 100여곳이 넘는 해외 대리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3자 물류(3PL)는 하역, 운송, 보관 등 물류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통운은 이러한 제3자 물류 과정을 모두 자사의 국내외 인프라와 인력으로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다. 대한통운의 조직과 운영 노하우는 과거 두 차례 물류대란 때 이미 검증된 바 있다.
고민제 한화증권 연구원은 “대한통운의 국내시장 물류 네트워크를 비교할 곳은 한진 정도”라면서 “부동산 가치와 물류터미널, 항만영업권과 설비 등이 대한통운의 인수가치를 높이는 요소”라고 밝혔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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