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경영 가치가 고객경영으로 변경된다. 방계 그룹의 분가 이후 위축된 LG그룹은 전자와 화학을 제외한 통신과 바이오산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으며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구본무 LG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공급자 중심 경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4~25일 경기도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고객가치혁신을 위한 개선점을 지적하고 CEO들의 분발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뉴 포트폴리오와 고객경영을 통해 LG그룹은 21세기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방계 그룹이 GS그룹,LS그룹, LIG그룹 등으로 분가된 이후 위축됐던 LG그룹이 전자와 화학을 제외한 통신과 바이오산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으며 부활하고 있다.
통신·바이오·반도체가 대안
LG그룹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통신 3사들은 호황을 구가하며 효자 계열사로 떠올랐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올 상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 데이콤은 2분기 매출 3,052억원과 영업이익 61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파워콤이 LG파워콤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통신 3사가 전자, 화학에 이은 그룹 주력 사업으로서의 면모도 갖춰나가고 있다.
그룹에서 통신3사를 이끌던 남용 LG텔레콤 사장이 하차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는 견해이다. LG 입장에선 3세대 이동통신 사업 투자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고 껄끄럽던 정통부와의 관계를 새로 설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 남 사장을 대신해 정일재 LG 부사장이 LG텔레콤 수장을 맡고 있다.
또한 그룹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LG생명과학 또한 항생제 ‘팩티브’, 간염백신 ‘유박스B’ 등 의약품을 독자기술로 개발, 상품화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인수·합병 통해 기업 성장 기틀 마련
LG그룹은 신사업 발굴이나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열 것이란 추측성 소문이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 1순위로 거론되는 곳은 하나로텔레콤이다.
전자와 화학에 이어 그룹 핵심으로 부각된 통신사업 강화를 위해서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필수적이기 때문.
실제 LG 측도 하나로텔레콤 인수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LG 측 인사들이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AIG-뉴브리지컨소시엄과 접촉을 가졌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LG그룹 통신 계열사 관계자는 “통신사업 강화 차원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가격과 시기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함께 꾸준히 제기되는 또 다른 ‘설’은 반도체 사업 재진출이다. 지난 99년 빅딜로 반도체 사업이 없어진 LG그룹 측이 새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 올 들어서만 하이닉스와 동부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LG가 통신 계열사를 매각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그럴듯한 풍문도 있었다.
또한 LG의 건설업 진출설도 있다. GS와 분리한 LG그룹 계열사 자체 공사발주 물량만 한 해 1조원이 넘는다. 때문에 독자적인 건설업 진출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고객경영 통해 일등기업 만들겠다
최근 구본무 LG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공급자 중심 경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4~25일 경기도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고객가치혁신을 위한 개선점을 지적하고 CEO들의 분발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등LG 달성을 위한 고객가치혁신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는 구 회장을 비롯, 강유식 (주)LG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사장 등 LG의 최고경영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구 회장은 “고객중심경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아직 내부 관점에서 공급자 중심의 생각으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있고, 단기실적에 연연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소홀히 하는 관행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구 회장은 이어 “진정한 고객만족을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전제하고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고객에게 두고 각사별로 적합한 고객가치 혁신 방안을 마련해 이를 실천해달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회사 내부 입장에서 편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고객 필요에 부적절하게 대응하거나 매출, 손익 등 당장의 재무성과는 챙기는 반면 미래의 고객가치를 위해 역량을 높이는 데는 소홀히 하는 관행을 제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LG그룹은 설명했다.
구회장은 연초부터 고객가치 증대를 LG그룹 경영의 최우선 화두로 강조해왔으며, 그룹내 최우선 경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LG CEO들은 전략회의 기간중에 고객가치 혁신방안을 주제로 5시간 동안 패널토론을 한 후 △현장에 대한 권한 위양 △고객 기반 위에 미래사업 고민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고객의견 반영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프로세스 강화 △고객에 대한 헌신을 중심으로 조직ㆍ인사 평가 등 다양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LG 관계자는 “CEO들이 그룹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토론을 통해 실천적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며 “최고경영진의 선도적 사고가 LG가족에게 전파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LG, LG화학 주식 매입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가 계열사인 LG화확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LG는 최근 두 달 간 LG화학 주식 234만 6018주를 세 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LG화학에 대한 LG의 지분율은 종전 34.06%에서 37.70%로 높아지게 됐다. 이는 LG가 보유한 상장 계열회사 지분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LG그룹 계열사간 지분매입을 놓고 증권가에서는 화학 계열사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지주회사 요건상 상장 계열사에 대해서는 30%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금 확보를 위한 신주발행 등 지분율하락을 미리 염두에 두고 주가가 쌀 때 안정지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
LG화학측은 이에 대해 "사업 연관성 때문에 석유화학과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치는 현재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학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고 사업구조상 전후방 관계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합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조경호 news2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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