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사에 새장을 열었다”
“반도체 역사에 새장을 열었다”
  • 박용수 
  • 입력 2006-09-19 15:42
  • 승인 2006.09.1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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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이 또 일을 냈다. 황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기술을 적용해 40나모미터(nm)의 회로폭으로 설계한 32기가바이트(Gb)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것.
지난해 내놓은 50나노 16Gb 제품의 용량을 1년 새 다시 두 배를 늘린 것이다. 40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3,000분의 1에 해당하는 초미세 기술로 이를 적용한 32Gb칩은 엄지손톱 크기에 65억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의 다섯배에 달하는 328억개의 메모리 소자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 칩 16개를 모아 만든 64Gb메모리카드에는 고해상도 사진 3만 6,000장이나 고화질영화 40편, 또는 일간지 400년치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이번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로 황사장 자신이 주장했던 ‘해마다 반도체 용량이 두배로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지난 7년 연속 스스로 입증한 것이어서 세계가 깜짝 놀라고 있다.


세계 언론 극찬 연이어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삼성전자 반도체 제작기술의 획기적인 약진’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매년 반도체 집적률을 두배로 높여줄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반도체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또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말을 인용해 “기존기술을 대체하는 삼성전자의 CTF(Charge Trap Flash)가 공정과정의 20%를 줄여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은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기본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발표했다”며 “ 이 기술로 용량을 두배로 높인 반도체를 내놨다”고 극찬했다. 이번 반도체 개발의 또다른 쾌거는 신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황사장은 “지난 35년간 플래시메모리를 만드는 기본방식이던 플로팅게이트를 없애 버리는 신기술(CTF)을 적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50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며 “신기술로 20나노 256Gb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기술개량으로 2010년 이후에는 1테라바이트(1Tb,1,000Gb)제품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와의 격차를 2~3년으로 벌린 이 신기술은 20여명의 연구원이 지난 5년동안 이 분야에 매달려 거둔 결실이다. 황사장은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앞으로 10년동안 최소한 250조원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971년 미국의 이텔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지금까지 실리콘 기판위에 세운 ‘플로팅 게이트’에 전자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메모리칩을 설계한 것이다. 일본 도시바사가 이 기술을 응용해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처음 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지난 2000년대 이후 세계 최고 용량의 반도체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아왔고, 50나노의 벽을 뚫기는 어려웠다. 이는 플로팅게이트 사이가 더 가까워지면 데이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기술 개발로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창규 사장은 누구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미스터 플래시’. 황창규 사장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황사장은 임원들에게 항상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노마드 정신을 요구한 것도 임직원들이 새로운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장은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옛 돌궐장수 톤유쿠그의 비문을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사장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는 온화한 미소란다. 그는 사내외로 적이 없을 만큼 깔끔한 매너를 지닌 신사다. 말하기보단 경청을 즐겨하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황사장은 이틀간 8,000여명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활동력은 왕성하다. 황사장은 미국 MIT대학교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인텔사에서 자문을 하던 중 지난 1989년 삼성전자 반도체 DVC 개발담당으로 스카우트됐다.
황사장은 지난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두배씩 늘어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했다. 그의 이론은 7년 연속 입증됐다.

박용수  p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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