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제국, 역습당하다
은둔의 제국, 역습당하다
  • 박용수 
  • 입력 2006-09-28 10:44
  • 승인 2006.09.2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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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편법증여 의혹 전모

은둔의 기업 태광그룹의 어두운 일면이 드러났다. 태광그룹의 오너 이호진 회장이 편법증여 의혹과 지분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린 것.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지난해 11월 자신이 100%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일부를 헐값에 아들에게 매각하는 방법으로 편법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태광그룹 지배구조에 메스를 가하고 있는 장하성펀드는 이회장 부자의 편법 재산증식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하고 있어 태광그룹 안팎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태광그룹에 가장 뼈아픈 대목은 장하성펀드의 공격이다. 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지난 19일 그룹 오너 일가가 태광산업의 기업가치를 낮추고 있다면서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회사자산 편취 의혹
장하성펀드는 태광산업이 소유했던 티브로드 천안방송의 지분 67%를 이호진 회장과 아들 현준씨가 100% 소유한 개인회사 티브로드 전주방송에 헐값으로 매각한 것은 회사자산과 사업기회 편취라는 시각이다.
천안방송 지분은 지난 2001년 8월 태광산업이 보유했던 것으로 당시 방송법상 소유지분규제에 따라 홈쇼핑사 등에 66억원에 팔았지만 지분규제 완화로 태광측이 되사들였다. 문제는 태광측이 되사들인 지분이 오너 일가에 헐값에 매각됐다는 의혹이다.
장하성펀드는 태광산업이 홈쇼핑사들에 지분을 매각한 후 4년 이상 시간이 흘러 천안방송의 가치가 증가했음에도 홈쇼핑사 등이 인수한 가격에 그대로 되팔았고, 결국 태광산업이 가져야 했던 천안방송의 가치가 홈쇼핑사 등을 거치면서 이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로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장하성펀드는 이호진 회장 부자가 전주방송을 통해 매입한 천안방송 지분은 마땅히 태광산업 주주들이 향유해야할 몫이며, 이 회장은 천안방송의 매입 지분을 태광산업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태광측은 “일일이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장하성펀드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장하성펀드는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투명화한다는 취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아들 현준씨는 중학생 신분
또 장하성펀드가 공격한 티브로드 전주방송의 이회장 부자 지분 자체도 의혹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전주방송은 이 회장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지만 작년 11월 지분 일부를 헐값으로 아들 현준씨에게 떼어내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회장의 아들인 현준씨는 중학생신분으로 불과 60억원을 투자해 10개 회사를 거느린 종합유선방송업체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그 사연은 이렇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 전주방송은 지난해 11월 15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연히 100% 지분을 보유한 이 회장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전체지분 74.8%에 해당하는 141억원만 출자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실권 처리했다. 문제는 실권처리된 25.2%에 해당하는 60억원은 이회장의 아들이 냈다는 점이다.
이회장의 실권처리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증여의 목적으로 실권처리를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또 현준씨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실권주를 인수했으며, 증여세도 납부했다”고 말했다.

회사가치 저평가 의혹
그러나 문제는 티브로드 동남방송 등 10개의 케이블방송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 회사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점이다. 당시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주당 6,381원으로 이 회장이 2004년 5월 태광그룹 계열사인 기남방송과 새롬방송으로부터 전주방송 지분을 인수할 당시 주당 9,012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됐다.
또 전주방송의 자산규모는 772억원. 가입 가구수는 15만 가구가 넘는다. 최근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때 가구당 80만~12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는 업계 현실을 반영하면 주당가치는 훨씬 더 높아진다.
이를 반영한 현재 전주방송 주당가치는 최소 3만2,000원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전주방송의 유형자산만 1,454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토지, 건물, 모뎀, 방송설비 등 유형자산은 무려 1,45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전주방송의 보유 가입자 가구수나 유형자산, 10개 계열사 지분 등을 감안할 때 유상증자 주당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이외에도 전주방송은 실권처리주식 배정과 관련해서도 회사측의 수상한 행보가 의혹을 자초했다는 시각이다. 전주방송은 애초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공모를 통해 배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으나 이 회장이 지분 일부를 포기해 실권주가 발생하자 일반공모가 아닌 제3자 배정방식으로 갑자기 바꿔 이회장 아들이 실권주를 인수케 했다.
이는 실권주 발생이 계획됐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와같은 유상증자 방식이 대주주 오너 일가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신종수법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최근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재계는 장하성펀드의 성격상 태광그룹을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어 은둔의 기업으로 불리는 태광그룹이 법적 송사라는 달갑지 않은 햇볕에 노출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용수  pe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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