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 당시 감자설 유포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19일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론스타 측 인사들이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 때 감자설 유포 및 주가조작 의혹이 있다”며 “론스타 임직원이 직접관여했는지 여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수사를 적극 촉구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할 당시 주가를 조작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 최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민은행과 론스타간 외환은행 매각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의원 주장의 핵심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자본금 감자를 빌미로 주가를 떨어뜨려 합병비용을 크게 줄였다는 것. 더 나아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측 인사들의 지시여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27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결론이 내려져 그 결과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 최의원측은 “관련 내용을 의원이 알고 있어 언론을 상대로 가타부타 설명할 상황이 아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최의원은 이날 외환은행 이사회 의사록과 금융감독원 보고서 등을 공개하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자설을 유포, 지난 2003년 11월 14일 6,800원이던 외환카드 주가를 11월26일 10여일 만에 2,550원까지 떨어뜨리는 등 주가조작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의원은 “이사 등 경영진들의 발언 속에 실행하지 않은 감자설을 흘렸다는 점에서 주가조작혐의가 짙다”며 검찰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최의원에 따르면 2003년 말 외환은행 합병당시 대주주지분은 완전감자, 소액주주는 20대 1로 감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감독당국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환카드 주가는 주당 6,800원에서 2,550원까지 열흘동안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카드 합병에 나선 당시 외환은행은 소액주주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주당 4,004원에 매입키로 결정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합병은 같은 해 1월29일 감자없이 이뤄졌다. 즉 당시 유포됐던 감자설은 액면 그대로 설로만 그친 셈이다.
최 의원의 의혹제기와 금감위 관계자의 실토에 따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의 초점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지분을 보다 싸게 매입하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에 나섰느냐와 당시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이같은 허위사실 유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느냐로 모아질 전망이다.
최의원에 따르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자설을 유포했다. 2003년 11월 론스타측에서는 감자설 유포를 통해 시장에서의 주가가 하락하도록 작업했고, 그 당시 금감원도 내부적으로 조사하다 뚜렷한 이유없이 중지했다.
최의원의 의혹 제기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의원은 이와관련 “필요하다면 론스타 대표인 존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론스타의 연루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에 하나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우선 합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의로 감자설을 유포했다면 이는 명백한 증권거래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자격은 박탈될 가능성이 높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도 무효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외환카드 노동조합은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 하지만 노조의 의혹제기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수면 밑으로 잠복됐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은 지난 4월부터 다시 급부상했다. 금융당국이 은밀히 내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검찰이 수사착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 등 사법당국이 외환은행의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할 경우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는 앞으로 6개월마다 열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하게 돼 주식 강제매각처분 명령을 받게 될 공산도 있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이 2003년 11월20일 외환카드 처리 방향을 다룬 이사회에서 외환카드 감자 가능성을 제기해 놓고, 불과 8일 뒤인 11월28일 감자 없이 외환카드를 흡수 합병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주가조작의 개연성이 높다는 정도의 결론만 내렸을 뿐,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재은 sag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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