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업계가 올겨울 매서운 칼바람에 몸서리를 칠 전망이다. 분유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이유식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1일, 영·유아용 이유식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는 언론의 보도 이후 해당 제품의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제품을 검사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사카자키균 검출 이유식에 대해 전량 회수와 출하금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단기적인 측면에서 진정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품의 개선과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이미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와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12개의 영·유아용 이유식을 검사한 결과 국내업체 4개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 해당제품은 남양유업의 ‘남양스텝 명품유기농 1단계’, 파스퇴르 유업의 ‘누셍 유기농장 1단계’, 매일유업의 ‘babywell 소이 1단계’, 일동후디스의 ‘후디스 아기밀 순유기농 1단계’이다.
이유식의 사카자키균 검출 보도에도 불구하고 분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청의 어설프고 섣부른 조사발표가 파문을 일으키고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미량의 사카자키균으로도 감염가능
분유업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해명에 나섰다. 이번에 검출된 사카자키균의 양이 염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100g당 사카자키 균이 10만 마리 이상이 돼야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100g당 0.36~2.3마리가 검출된 이유식이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10만분의 1을 전후로 할 만큼 미미하다는 말이다.
또 이유식 자체가 과일이나 곡물분말 등을 섞어 저온살균을 한 제품이기 때문이 현재 기술로는 제조과정에서 유해균의 오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는 사카자키 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 다소 불안정한 요소가 있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는 한겨레신문의 사설에서 “이(사카자키)균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품에서 검출된 양이 외국보다 적으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정부의 설명은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제품에서 검출된 것보다 적은 양에 의해 감염된 사례가 외국에서 보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불확실한 견해들은 결국 기업들의 지나치게 긍정적인 식품안전에 대한 태도를 부추기기만 할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견해와 기술상의 한계를 들어 업체들이 해명을 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들 분유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불안과 오해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이한 대처로 소비자 불신 증가
남양유업을 비롯한 3개 분유업체는 언론보도 이후에도 공개해명을 실시하지 않았다. 각 업체의 웹사이트에도 현재 사카자키 균과 관련해 일체의 언급이 없다. 단지 자체 공지사항을 통해 공식사과문을 3~5일 정도 게재했을 뿐이다.
또 기자가 확인한 결과 남양유업을 비롯한 4개 업체 모두 사카자키균 검출 이유식의 홍보와 주문안내 페이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소비자들이 이유식의 상품정보를 모두 열람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미 해당 제품 회수와 출하금지 조치를 지시받은 업체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무성의한 면이 있다.
매일유업측은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이유식은 언론에 보도된 유통기한표시분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제품들을 전량 회수조치하는 것으로 매듭을 짓고 새롭게 재조될 제품들에 한해서는 개선을 통해 재판매가 가능하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남양유업 홍보실 관계자 역시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제품들은 생산라인보다는 원료에 문제가 있어 해당제품을 완전 폐기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유업체의 안이한 대처는 엉뚱한 방향에서 재차 확인된다. 남양유업은 11월 10일자로 금융감독원에 제시한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이라는 공개공시에서 사카자키균 검출과 관련한 투자견해를 밝혔다.
공시내용에는 “극미량의 사카자키균은 유아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소비자들의 유아건강 유해성 우려가 증대됨에 따라 분유 및 이유식 매출이 감소되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 분기 대비 82억원이 감소(18.3%) 되었고 향후 감소폭은 더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발표를 두고 업계와 여론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남양유업은 이번 공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카자키균 검출에 대한 사실을 이미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제품 개선에 대한 노력 부족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향후 주가에 대한 염려만을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 주주들에 대한 친절한(?) 배려가 최근 증권가에 돌고 있는 장하성펀드의 투자설과 관련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들 이유식이 모두 제품명에 ‘명품’, ‘유기농’등의 수식어를 동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카자키균 검출 사건은 분명 유기농공법으로 제조된 고품질 고급이유식의 이미지와 대립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홍보보다는 사카자키균을 비롯한 유해균 불검출에 대한 노력과 투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는 시각이다.
출산율감소와 모유장려운동으로 분유시장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카자키균 검출 파문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외에는 거듭되는 악재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상필 dj092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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