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이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핵심인 허위 감자설을 론스타가 고의로 유포했는지 여부에 대한 검찰 조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가조작이라는 위법 행위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 이 사건의 핵심쟁점이다. 주가조작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려는 검찰과 전통적인 의미의 주가조작으로 한정해 해석하려는 법원과의 시각차가 그 원인. 일단 검찰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론스타 경영진에 대해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이들이 수사에 응할지는 미지수고, 상호 법리 공방으로 치닫고 있어 진실규명과는 다소 거리를 두면서 진행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론스타 경영진 구속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고승덕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고변호사는 지난 11월 8일 검찰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감자와 주가하락에 관한 의견서’에서 ‘적정주가’는 이론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전문가마다 사용하는 의미가 다르고,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기업가치를 어떤 방법으로 산정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는 것이 고변호사의 주장이다.
고변호사는 법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고변호사도 감자는 액면분할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기업가치에 대해 중립적이고 결국 이론적으로 볼 때 자본금을 줄여도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 역시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적일뿐, 통상 자본잠식을 메우기 위한 감자는 주가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식투자자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결국 고변호사는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론적으로 접근할 뿐, 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을 간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론스타 혐의에 무게
검찰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해 단호하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은 론스타측의 치밀한 계획아래 이뤄졌다는 것.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 후 자본금을 줄이겠다는 고의로 ‘허위 감자설’을 유포, 주가가 급락하자 두 회사의 합병을 전격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2003년 10~11월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유동성 지원 차단으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주가는 8,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급락했다. 론스타의 동의 없이는 50억원 이상의 여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이달용 당시 부행장이 요청한 외환카드 유동성 지원을 거절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3년 10월 외환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500억원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려 했지만 유 대표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같은해 11월 14일 론스타는 금감원에 ‘외환카드사 향후 처리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금산법상 감자명령(대주주 완전감자, 소액주주 20분의 1 감자)을 신청했지만 금감원은 법률상 불가능하다며 거절 서신을 보내왔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감자 명령은 조정자기자본비율 2% 이하만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 외환카드는 2003년 9월 말 10.51%였으므로 감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즉 론스타는 금감원의 감자 명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전략적으로 감자 신청을 해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2003년 11월 17일 외환카드는 약 2,000억원의 유동성 부족이 초래됐고, 11월 17일 외환카드에서 현금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또 검찰은 사전에 론스타측이 외환카드의 주가가 하락하면 합병을 결의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11월 19일 오후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측 사외이사들은 향후 이사회 진행 등 추진계획 논의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 조장으로 외환카드 주가가 상당히 하락했지만 합병만 발표하면 외환카드 주가가 폭등해서 목적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03년 11월 20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론스타 측 이사들이 외환은행 집행부 반대에도 감자계획 발표를 결의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2003년 11월 20일 론스타 측 사외이사들이 참석한 외환은행 이사회에서는 합병 추진으로 외환카드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론스타의 ‘허위 감자설’ 발표가 결정됐다. 11월 20일 이사회 회의를 거쳐 다음날인 21일 감자설이 발표됐고, 일주일 만인 28일 이사회에서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 결의가 있었다. 당시 이사회는 전날인 11월 27일 종가 기준으로 합병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결정했는데, 감자설 발표가 없었다면 소액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 비용이 최소 226억원 늘어났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외환카드 주가하락을 목적으로 합병 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떨어뜨려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떨어져야만 합병 이율이 유리해져 합병 후 외환은행에 대한 론스타의 과반 지분율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론스타가 의도적으로 외환카드 감자설을 사전에 퍼뜨려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론스타가 의도적으로 외환카드 감자설을 유포했느냐는 점이다. 고 변호사는 감자행위나 감자설을 유포하는 것은 주가조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고의성 입증이 관건
이같은 소위 주가조작에 대한 대상문제는 그동안에도 공공연히 발생해 왔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가조작 사건의 주류를 보면 소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와 같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시세조종을 통한 주가 조작 사례는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같은 유형의 주가조작 행위를 시장교란 행위로 지목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처벌되는 사례는 드물다. 예컨대 헤르메스 주가조작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영화배우 하지원씨가 연루돼 관심을 끌었던 스펙트럼 DVD 사건이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원과 검찰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가지고 벌이는 공방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이 사건의 핵심포인트인 허위정보 여부에는 접근도 못하는 실정이다. 또 법원과 검찰의 쟁점은 감자 또는 감자설이 주가조작에 활용될 수 있느냐는 문제이며, 그 감자설이 허위였는지 아닌지 여부는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박용수 watchpe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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