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은 42년전 기억되살아 날라
잊고 싶은 42년전 기억되살아 날라
  • 박혁진 
  • 입력 2006-11-16 15:46
  • 승인 2006.11.1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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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제2의 新삼분사건 터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와 세탁·주방세제 등 일부 소비재들의 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한데 이어 설탕 가격 담합까지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가루나 설탕은 제빵·외식산업 등의 발전으로 인해 그 수요가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세제류 또한 생활필수품으로 분류되고 있어 가격 담합 행위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생필품의 가격 담합 행위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고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세 건의 담합 행위에 모두 CJ가 관련돼있다는 점이다. 밀가루와 세제의 가격 담합 행위에서는 CJ가 포함된 것이 밝혀졌고 설탕 가격 담합은 공정위가 조사중인 사안이나 CJ가 설탕업계 1위라는 점에서 담합 행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CJ는 앞서 발표된 밀가루와 세제 가격 담합 행위에서 타기업과는 다른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논란에 부딪쳐있다. 조만간 공정위가 발표할 설탕 가격 담합 행위에서도 CJ의 혐의가 드러난다면 CJ는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진신고에 사업철수까지, CJ의 선견지명(?)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대한제분, 동아제분 등 6개 업체와 담합 회의에 참석한 이들 업체 대표 6명을 최근 각각 벌금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CJ와 삼양사는 ‘자진신고자 감면제’의 적용을 받아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CJ와 삼양사의 경우 작년 9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하고 담합가격을 변경하는 등 위반행위를 시정했으며 조사에도 협조해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제분과 동아제분 등 약식기소된 업계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10월 19일 주방·세제 가격담합으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CJ, CJ라이언 등 4개사에 4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CJ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4개 회사는 지난 1997년부터 2005년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가격 담합 행위를 해왔다.
CJ가 임원고발에서 제외된 이유는 세제사업을 지난 2004년 일본의 라이온사에 넘겼으며 담합을 주도했던 임원이 CJ라이온으로 옮겨간 까닭이다.
묘하게도 두 건의 담합 행위에 대해 처벌이 내려지기 전에 CJ는 모종의 조처를 취한 모양새가 됐다. 일종의 선견지명인 셈이다.
이런 까닭에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설탕가격 담합조사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일각에서는 CJ가 다른 제당업체와 함께 가격담합을 할 때 이를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CJ는 전체 설탕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카르텔정책팀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으나 공정위는 최근 담합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해 이달내로 전원회의에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분사건 재판(再版)인가
일각에서는 이 물품들의 가격담합이 지난 1963년 나라를 발칵 뒤짚었던 소위 ‘삼분(三粉)사건’을 연상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분사건이란 지난 1963년 밀가루ㆍ설탕ㆍ시멘트 등 이른바 삼분 산업과 관계된 기업들이 가격조작과 세금 포탈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집권당인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건이다. 밀가루, 설탕, 시멘트는 당시에 모두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제품이었으나 기업들이 1963년의 식량파동을 계기로 폭리를 취함으로써 전 국민의 분노를 샀었다.
현 CJ의 전신인 제일제당은 그 때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던 회사로서 당시 돈으로 15억원 이상의 부당 폭리를 취했었다.
제일제당은 현재의 삼성을 있게 한 모기업으로서 삼분사건으로 인해 삼성은 도덕성과 기업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삼분사건은 현재까지도 대기업의 도덕성을 문제삼을 때 자주 거론되는 일화로서 삼성이나 CJ 모두에 아킬레스 건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계속되는 담합행위도 표면적으로는 삼분사건의 재판(再版)이라 볼 수 있다. 우연찮게도 대상물품이 밀가루, (세탁)세제, 설탕 등 모두 가루제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1963년에 담합했던 물품들이 이번에도 2개나 포함돼 있다. 물론 생필품이란 측면에서 가격담합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나 CJ에 더욱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CJ측은 “당시처럼 밀가루나 설탕이 비중있는 생필품은 아니다”라며 삼분사건과 연관짓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설탕 가격 담합과 관련해서는 “조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CJ가 가격담합을 주도한 것은 아니고 물품과 시점에 따라 틀리다”고 해명했다.

꼬여가는 CJ와 공정위
CJ와 관련된 가격 담합 행위가 계속해서 적발되자 CJ와 공정위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소비재를 주로 생산하는 탓에 CJ와 공정위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각에서는 밀가루와 세제 담합 때 CJ가 다른 기업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에 대해 ‘특혜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CJ와 공정위는 ‘악연’이 더 많다. 지난해 6월에는 CJ 임직원이 담합 조사 중인 공정위 조사관을 방해하고 증거서류를 빼돌리다 들통나 2,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2003년 8월에는 CJ 직원 2명이 공정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발각돼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뿐만 아니라 CJ미디어도 여러차레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으나 2차례의 가격 담합 행위부터 학교 급식 사건까지 CJ에 2006년은 ‘잊고 싶은 1년’으로 남을 듯하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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