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을 전격 사임했다. 하지만 일선후퇴가 아니라 경영 확대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지난 12월 2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대우건설 대표이사직에 오른다고 밝혔다. 금호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만 4년, M&A시장에서 대우건설 매각에 성공한 지 40여일이 지난 시점이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후 계열사내 편입 과정에서 금호그룹과의 시너지효과 창출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룹의 핵심 사업을 ‘항공과 건설부문’ 양축으로 운영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호 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임의 이유에 대해 “공개수주 입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건설 외에도 M&A를 통해 대우건설을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현재 상황에서 공개수주 입찰 때 참여할 경우, 금호그룹은 대표이사가 동일한 건설업체 2개가 참여하게 돼 1개 회사로 간주되는 불리함을 얻게 된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대표이사직을 버린다면, 금호그룹은 공개수주 입찰경쟁에서 효율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 또한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2개의 건설업체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면, 규모가 더 큰 대우건설이 낙점을 받는 게 당연한 논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책임경영 강화’ 포석
박 회장의 대우건설 대표이사 취임은 다른 한편으로 지금까지 그가 추진해왔던 ‘책임경영 강화’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된 것을 비롯, 금호타이어에도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최근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연이은 그의 계열사 대표이사 등재를 두고 기업 관계자들은 “회사의 경영에 따른 책임을 오너가 직접 져야 한다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대우건설 대표이사 취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대우건설을 최고의 글로벌 건설사 및 주력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경영전략의 첫 번째로, 그룹의 오너인 박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하는 책임경영 강화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박 회장은 주력계열사를 포함, 25개 회사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월,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 화학·항공·건설 부문에 회장·부회장제를 도입하고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 인사에서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으로,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은 그룹 항공 부문 부회장에 각각 승진했다. 신훈 금호건설 부회장 역시 건설 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회장 집무실 이전
대우건설은 이미 박삼구 회장의 ‘영접’준비를 마무리한 상태이다. 대우건설은 서울 남대문 대우센터빌딩 25층에 위치한 김우중 전회장의 집무실을 박삼구 회장 집무실로 개조하는 작업을 마쳤다.
집무실 개조 작업을 준비해왔던 대우건설측은 ‘박 회장의 이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이다. 금호그룹측은 박 회장의 이전시기를 대우건설의 매각과 임원인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제로 삼고 있었다. 지난 12월 15일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주식 매매대금을 완납했으며, 연말 임원인사도 결정된 상태이다.
또 항간에 떠돌던 ‘대우센터 매각설’도 현재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6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호그룹이 인수자금 보전 차원에서도 대우센터를 매각한 뒤, 현재 공사 중인 세종로 청사에 현직원들을 이전시키는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했다.
또 최근까지 국민은행이 금호측에 대우센터의 매수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금호그룹은 박 회장의 집무실 이전 시기를 2007년 초로 보고 있으며, 신문로 사무실과 대우빌딩을 오가며 업무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재계 랭킹 8위그룹 오너 박삼구 회장. 그의 대우건설 대표이사 취임후 공동대표들과 만들어낼 앙상블에 여론은 지금 촉각을 세우고 있다.
# 금호산업, 수장은 누가?
신훈, 이원태 등 4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임으로 금호산업의 대표이사 체제는 신훈, 김성산, 이연구, 이원태씨 등 4인으로 운영된다.
신훈 건설부문 부회장은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장, 김안석 전략기획부문 부사장과 더불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신 부회장은 차후 박삼구 회장을 도와 대우건설 집무실을 오가며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의 경영총괄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원태 사장은 1972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금호실업 시드니 지사장과 금호그룹 중국본부장 등 해외진출 사업 분야에 전문적인 실무경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김성산 사장은 1973년 금호고속에 입사한 후 금호건설과 금호개발 등을 거쳐 금호렌터카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장 경영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연구 부사장은 마포구청을 거쳐 93년 금호건설 이사를 지내며 현재까지 건설과 토목분야 업무만을 수행해온 베테랑 전문경영인이다.
<현>
현상필 dj092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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