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계에서는 1월중에 단행될 삼성그룹 인사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특히 작년 한해 삼성전자가 좋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이같은 소문이 나돌아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적부진으로 인해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LG전자 김쌍수 부회장과 달리 실적만 놓고 본다면 윤 부회장이 물러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체설이 제기되는 진짜 이유는 삼성그룹의 차기 구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윤종용 부회장의 인사여부를 통해 차기구도를 점쳐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부회장이 소문대로 물러나게 된다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상무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조직 개편 작업이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계속되는 윤종용 부회장 교체설
삼성그룹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여부다.
먼저 이학수 부회장은 경영권이 이재용 상무에게로 넘어가면서 이건희 회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물러날 가능성이 많지만 아직은 ‘포스트 이건희’ 체제의 과도기이기 때문에 당장은 물러나지 않은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그가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종용 부회장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CEO 자리에 오른 지 만 10년을 넘어섰고 검증된 후발주자들이 여럿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삼성그룹 내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윤종용 부회장의 교체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소문이 지난해 중반부터 그룹 내외에서 나돌자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체제가 바뀔 것이라는 ‘포스트 윤종용’이야기는 시중의 풍문일 뿐이며 지금까지 전혀 검토한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부회장의 발언효과는 잠시였을 뿐 인사철이 다가오자 윤종용 교체론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김쌍수 LG부회장의 경우처럼 실적부진 때문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환율이나 반도체가격 하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성적을 유지한데다 TV나 LCD패널 같은 경우에는 굳건하게 ‘넘버 1’ 자리를 지켜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각 사업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뉴스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등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그러나 윤종용 부회장의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실적과는 무관하게 역시 그룹 전체 구도와 관계가 깊다.
윤 부회장의 교체설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 번째는 역시 이재용 상무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재용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전무승진설이 있었으나 본인과 이건희 회장의 고사로 상무자리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이를 고사할 별다른 명분이 없다.
이재용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다는 것은 삼성그룹이 이건희 체제에서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학수, 윤종용, 이수빈 등 이건희 회장의 핵심측근들도 자연스레 이선으로 물러나고 이재용 상무와 호흡을 같이할 사람들이 경영전반으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는 교체설이 거론되는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트 이건희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마당에 10년 동안 장기집권해온 윤종용 부회장이 교체후보 1순위라는 것이다. 사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전자시장에서 10년이란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물론 이 기간동안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로 발돋움 시켰지만 다가오는 미래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뉴페이스’가 필요한 시점인 것.
특히 소니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순간만 혁신을 게을리해도 뒤처지는 곳이 전자업계이기 때문에 한 명의 CEO가 장기집권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전자업계의 정설이 이같은 소문은 뒷받침해준다.
이외에도 차기 CEO 물망에 오르고 있는 후보들간의 내부 경쟁 강화를 위해 그룹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교체설을 흘렸다는 풍문도 있다. 이 소식은 확인된 바는 없지만 거론되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기도하다.
포스트 윤종용, 누가 될까
현재 ‘포스트 윤종용’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황창규 반도체부문 총괄사장과 최지성 디지털 미디어 사장,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이재용 상무와의 호흡을 감안해 이윤유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위의 3인에 비하면 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특히 이들 3인은 이미 맡은 분야에서 충분히 그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영 능력 이외에도 누가 포스트 이건희 체제에 더 적합한 인물인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창규 반도체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1994년 세계 최초로 256Mb D램을 개발해 ‘D램 중흥기’의 발판을 마련한데다 지난 10월에는 50나노 1기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D램 분야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용량이 가장 큰 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으며,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D램을 하나로 합쳐 성능을 높인 `원D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황사장은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달에는 세계 전기·전자분야 최고권위 단체인 IEEE 이사회가 수여하는 ‘2006 IEEE 앤디 그로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은 TV 생산 34년 만에 3분기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이같은 실적으로 인해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부분은 지금까지 영업이익 가운데 최대 규모인 8,600억원을 달성하는 한편, 저환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7조6,600억원의 매출 또한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사장은 ‘대한민국 통신사’를 다시 쓰고 있는 신화같은 인물이다. ‘애니콜신화’로 더 유명한 이사장은 올해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이동 통신 시스템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갖고 통신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처럼 3명의 사장은 누구 하나 뒤처질 것이없는 놀랄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마치 차기 CEO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양이다. 조만간 있을 삼성그룹 인사에서 윤종용 부회장의 거취여부와 함께 그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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