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100여명의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켜 노사상생의 모범을 보였던 GM대우차가 소속 하청업체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폭행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GM대우차 측은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인사시스템 상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GM대우차와 무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무직 노조원에 대한 임금체불 문제도 불거져 나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GM대우차는 매해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 일정 인원을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시킨다. 소위 ‘정규직 발탁채용’이라는 것. 대부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가 정규직 전환인 것처럼 GM대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 전환’은 간절한 염원이다. 그러나 정규직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GM대우차의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는 작년 초에 900명(1차 하청업체 기준)이었으나 말에는 1,500여명으로 600여명이 늘었다. 이에 비해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숫자는 30여명에 불과해 50명 중에 한 명 정도만이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숫자만큼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빠져나간 숫자만큼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워넣기 때문에 자신이 순서에 의해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장도 없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GM대우차 소속 조장급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줄서기가 극심한 것은 물론이고 상급자의 지시에 대해 불만표시를 하기도 어렵고, 몸이 아플 수도 없다는 것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하소연이다. 실명을 밝히기 거부한 비정규직 근로자 A씨는 “회사 직원들끼리 축구하다 몸이 다쳐도 곧바로 해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급자의 폭행이 최근에도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하청업체에 입사해서 5년동안 줄곧 GM대우 부평공장에서만 일해 온 B씨가 조장에게 폭행당해 전치4주의 상해를 입는 일이 벌어진 것.
지난달 8일 B씨는 조장으로부터 일일점검일지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른 일을 하고 있던 B씨는 “조금 후에 하겠다”고 말했으나 조장은 “당장하라”고 명령했고 B씨가 지시에 따르지 않자 욕설과 함께 주먹으로 폭행을 가했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 본 결과 눈 안쪽 뼈와 코뼈가 골절된 것으로 나타나 입원해 수술까지 받았다. 회사 측은 B씨에게 “가해자와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회사 다니기 곤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결국 가해자인 조장은 사직서를 냈고, 피해자인 김씨는 해고통보를 받았다.
결혼한 지 한달만에 B씨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이에 앞선 지난 11월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C씨도 강제적인 인사발령을 거부했다 폭행당하고 이후 해고까지 됐다.
C씨가 속한 하청업체는 B씨의 해고에 항의한 근로자들도 지난 1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려 했으나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항의에 부딪쳐 무산됐다.
하청업체는 인력사무소 역할만
이런 일들에 대해 GM대우차 측은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모든 인사관리가 하청업체 몫이어서 원청업체인 GM대우는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는 인력사무소 역할만 할 뿐 모든 근로자들이 GM대우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관리 감독도 GM대우 소속의 조장이나 소장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A씨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GM대우가 얘기하는 하청업체의 대부분이 젓가락 하나 생산하지 않고 100% GM대우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업체들”이라며 “업체 소유의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도 책상 몇 개에 사장이나 경리직원 몇 명이 있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A씨는 “정규직과 똑같이 근태관리를 하고 업무도 같으면서 하청업체 소속이라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 GM대우차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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