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 미세먼지, 해결책 안 보인다
재난 수준 미세먼지, 해결책 안 보인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03-31 00:56
  • 승인 2018.03.31 00:56
  • 호수 1248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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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정부 정책들 효과는 ‘글쎄’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미세먼지로 국민들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역설적으로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이미 가정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한 가정에 공기청정기를 두 대씩 사용하는 집도 생겨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민을 떠나야 하나”라는 근심 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 “이민을 떠나야 하나” 근심, 약국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
대형공기청정기 도입·미세먼지대책기구 설립·환경부시장 임명론 등장


지난달 26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약국에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약국에 들른 고객들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약국에서 보유했던 마스크가 이미 동이 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고객에게 “이틀 뒤에 오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정책만 난무
미세먼지 해결엔 ‘역부족’


미세먼지 때문에 새로운 풍경이 생겼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얼굴의 절반 정도를 가리는 마스크는 우울한 그림 그 자체다. 

안타까운 점은 미세먼지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당장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50여억 원을 투입해 미세먼지 ‘나쁨’ 수준 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내놓았던 서울시도 결국 실효성 논란 끝에 정책을 거둬들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회의 한 의원은 대형공기청정기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는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높이 100m가 넘는 대형 공기청정기를 시범운영 중이다. 연구소는 현재 12곳의 측정소에서 대기 질 개선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측정 결과 대기 오염이 심각한 날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평균농도가 15%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대기 질 개선 효과가 나타난 곳은 공기청정기 인근 10㎢ 지역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도 미세먼지 해결 방안이 단연 화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박영선 의원은 환경부시장 임명과 미세먼지대책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대책을 공개했다.

비상저감조치 전국으로
열병합발전소·제철제강업 참여


정부는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현안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정부는 비상저감조치 대상지역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비상저감조치는 미세먼지 농도가 당일 16시간(오전 0시~오후 4시) 기준 ‘나쁨(36㎍/㎥) 이상’을 기록하고 다음날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될 때 발령된다. 

저감조치 시행으로 지역 내 행정·공공기관 임직원은 차량 2부제를 의무적으로 적용 받으며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대기배출 사업장과 건설공사장은 사업장 운영·단축을 시행하는 등 미세먼지 발생 억제조치에 나서야 한다. 

공공 부문의 비상저감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 사업장의 동참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 내에 있는 전기가스증기업(열병합발전소), 제철제강업, 비금속광물제조업 등 39개 업체가 비상저감조치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여 업체들은 업종과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마련한 조치를 이행하게 된다. 열병합발전소 A사는 비상조감조치 발령 시 기존보다 황과 재(Ash) 함량이 낮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연료만 사용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인다.

또 제철제강 B사는 쇳물의 녹이는 전기로 5개 중 한 개의 가동을 중지하고, 사업장 주변 비산먼지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살수차, 청소차량 등을 동원키로 했다. 가동중단이 곤란한 비금속광물제조업체 C사는 배출저감시설에 투입되는 약품을 늘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수도권 내 대기오염물질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굴뚝자동측정장비가 구축된 193개 대형사업장 전체로 비상저감조치 참여 대상 업체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지
사업장 연료 사용 감축


정부는 추가적인 보완대책도 발표했다. 봄철(3~6월) 미세먼지 발생에 대응해 노후 석탄발전소 5기를 가동 중지하기로 한 것 외에 추가로, 올해 하반기부터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과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될 때 석탄발전소에 대한 감축 운영(상한제약)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관련법상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시·도지사는 민간사업장에 연료 사용 감축 권고를 할 수 있지만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 현재 산업부와 환경부가 감축 운영 대상 석탄발전소 선정과 이행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 밖에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사업도 지속한다. 오는 6월께 한·중·일 과학자들이 지난 5년간(2013~2017년) 공동으로 연구해 온 미세먼지 연구 결과를 공동보고서 형태로 발간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미세먼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내외 기여율’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작년 5월부터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지역 6개 도시의 대기질을 공동 관측하는 ‘청천(晴天) 프로젝트’가 2020년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우리 대기오염방지기술을 중국 측에 제공하는 한·중 공동 실증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4월까지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기준 및 확대방안 등을 포함한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휴업 필요성과 휴업에 따른 과도한 불안감 조성 우려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정책 발표는 요란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어린 아이들을 둔 가정에서는 이미 외출을 포기한지 오래다. 일부 가정에서는 가족들을 위한 마스크를 박스 째 사 놓기도 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물러가고 황사가 몰려 온다고 한다. 아이들, 어른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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