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개헌…헌법 논의과정 ‘뒷이야기’ ②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청와대는 지난 20~22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자문한 개헌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도입, 국회의원 소환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수도신설 등의 명문화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김수연 지방분권-국민주권 분과 위원과 개헌안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봤다.
- 자치 입법권·제정권 여론조사 ‘박빙’…국민 공감대 충분치 않아
- “토지공개념, 사회주의와 전혀 관련 없다”
“이제 숨 돌릴만 하다”
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원과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는 김수연 의원. 그는 최근 개헌안 준비작업을 담당하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서 ‘지방분권-국민주권 분과’ 위원을 맡았다. 김수연 의원 소속 분과는 아침 9시 반에 모여 저녁 11시 반까지 회의를 했다. 그는 치열했던 토론 속 언성도 오갔다고 전한다. 다음은 김수연 위원과의 일문일답.
- 어떻게 특위에 들어갔나.
▲ 현재 대통령 소속의 정책기획 위원회 안에서 자치분권 분권 발전 분과 소속 위원이다. 그러다 보니 나를 포함 일부 정책기획 위원들이 참여하게 됐다.
실명을 밝히지 못하지만 특위 위원에 계신 분들의 추천이 있었다. 나도 전공이 헌법이다 보니 스스로 희망한 부분도 있었다.
- 국민 여론은 어떻게 수집했나.
▲ 헌법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쟁점들은 국민참여본부에서 홈페이지와 숙의형 토론회, 지역별 간담회 등을 통해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그 결과를 분과와 전체 회의 때 보고했다. 결과에 따라서 의원들의 의견이 수정된 부분도 있다.
- 시민사회에서 주장했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사안은.
▲ 여론조사를 시민단체나 분권 운동을 하는 쪽에서 진행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 정부라 부르자’, ‘지방에 입법권과 제정권을 넓혀주자’ 등의 의견에 긍정적 반응이 나타났다.
국회 자문위원회에서 역시 이런 의견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국민헌법자문특위 홈페이지에는 의외로 자치 입법권과 제정권에 대한 여론조사가 찬성과 반대가 5:5였다.
이를 보고 의원들은 아직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점이 가장 아쉬웠다.
-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 그래서 입법권 확대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로 결국 들어갔다. 그러나 대통령 개헌안 발의 안에는 그보다 한 단계 후퇴한 단서조항이 들어갔다.
심지어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의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법률 위임 조항까지 들어가며 더 많이 제약된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 가장 강력히 주장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 헌법 전문과 1조 3항에 지방분권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개헌은 대통령과 국회 간의 권한 분권, 일반 국민과 권력 기관 간의 분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분권 등의 의미가 결합돼 있다. 이 때문에 분권이란 단어가 반드시 전문에 들어가야 개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헌안에 반영됐다.
또 하나는 보충성의 원칙이다. 개인과 국가사회 단위로 봤을 때 국가나 사회는 개인의 결정에 비해 보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서 오늘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출근을 할 것인지 여부는 내가 결정해야 하지 않느냐. 사회에서는 사회에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을 내가 결정한다.
지방자치에 관해서도 보충성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부터 시작해 광역, 국가 순으로 사무 처리를 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 의원들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어려웠지만 결국 반영됐다.
- 수도신설의 배경은.
▲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위해 과거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설정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행정수도에 관한 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는 바람에 결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생겼다.
수도가 국가적 필요에 의해 다른 도시로 이전되는 것을 헌법에서 열어둘 것이냐에 대한 문제였다. 장기적으로 통일 이후의 문제까지도 고려했다. 위원들은 수도에 관한 문제를 이번 헌법 개정에서 풀어야 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여론조사에서도 수도에 대한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헌법에 세종시로 명시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권 범위로 넘겨줬다.
-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로 격상시켜 지방행정권, 지방입법권 등을 부여한다고 했다.
▲ 지방자치단체 용어에서 문제점이 있다.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하면서 서구적인 법체계를 경험하지 못했다. 대부분 법률 체계는 일본법을 많이 참고해 제정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방공공단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것을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정부라는 말에 너무 과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정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영역, 지역적 한계를 가진 통치권, 행정권한이 있으며 이 행정권을 좌우할 수 있는 주민들이 있다.
이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을 대의 기간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단위의 집단에 정부라는 용어를 써도 괜찮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있다.
이와 더불어 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상업 동반자로서 국정을 함께 수행하고 책임지는 지위를 보장해주자”며 지방정부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해 대다수 동의를 했다.
- 토지공개념은 반드시 명시됐어야 했나.
▲ 땅에 대한 소유는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인류 공동의 재산이며 국가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재산이다.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이념이 아닌 인류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했다.
선진화된 현대 헌법을 가진 국가들은 무제한적 재산권 행사를 허용해주지 않는다. 기본권도 마찬가지지만 재산권은 일정한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기본권이 무제한이면 벌거벗고 돌아다니건 남의 물건 훔치건 제약을 안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기본권이 아니라 공동체 사회 안에서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토지에 대해서는 제약보다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인류 공동의 재산의 요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토지에 대한 과도한 투기와 소유에 대한 불평등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토지 재산권 행사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 일각에선 ‘사회주의다’, ‘사유재산권 침해다’라고 비판한다.
▲ ‘사유재산권’도 국민의 기본권이다. 어떤 국가 사회도 무제한의 기본권을 허용하지 않듯 기본권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한해 제한할 수 있다. 이것이 기본적인 기본권 제한의 법리다.
그렇다면 우리 모든 재산권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
여기에 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강력한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헌법이 열어놓은 것뿐이다.
사회주의 헌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본권 중 조금 더 제약이 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거주이전 자유가 있고 여행의 자유도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 거주이전을 한다거나 북한으로 여행하는 것이 자유롭진 않다. 더 특별한 제한을 받는다.
토지공개념도 마찬가지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해서다.
게다가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를 추가했다. 너무 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토지공개념이 도입이 부동산 규제로 이어질 수 있는가.
▲ 실제 바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헌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어떤 경우에 토지 제산권의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당장의 규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권가림 기자 kwonseoul@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